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하루를 보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0일 오전 7시 55분(한국시간 8시 55분)에 하얼빈역에 도착했다.
<연합뉴스>는 김 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의전차량 35대가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숙소인 쑹화(宋花)강 내 타이양다오(太陽島)의 영빈관을 떠나 하얼빈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의 이동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가 지난 26일 중국에 들어와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동북지역을 시찰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귀국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전 8시 10분(현지시간) 하얼빈역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남하해 우창 방향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철로는 무단장(牧丹江)-왕칭(汪淸)-투먼(圖們)이나 둔화(敦化)-안투(安圖)-옌지(延吉)-투먼으로 연결된다.
어느 쪽이든 중국의 동북지역 개발계획의 핵심사업인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의 핵심 중 하나인 투먼(도문)을 지나게 된다. 이번 방중에서 이미 지린과 창춘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그가 투먼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옌지(연길)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오전에 투먼을 거쳐 북한의 함경북도 남양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투먼 바로 건너편인 남양은 철로가 연결돼 있고, 양쪽의 두만강변을 연결하는 다리도 있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이 창지투 모든 지역을 훑는다는 점에서, 이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창춘에 있던 김 위원장이 북쪽인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을 방문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헤이룽장성과 하얼빈이 북한과 상당한 인연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얼빈은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일성 주석의 항일활동 무대 중 한 곳이다. 김 주석은 중학 시절 중국 군벌에게 반일혐의로 체포돼 8개월간 옥살이를 한 뒤 하얼빈으로 도망쳤으며, 여기서 코민테른(국제공산당)의 도움으로 은신했다. 또 위원중학에 다닐 당시 동지였던 김혁이 하얼빈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1930년 사형을 당하자 하얼빈에 한 달간 머물며 김혁 체포 경위를 파악하면서 직접 조직활동에 참가했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하얼빈에서 여장을 푼 것으로 알려진 쑹화(宋花)강 내 섬인 타이양다오(太陽島)에는 부친인 김일성 주석 등이 일제시대에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던 동북항일연군의 기념관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이 기념관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지순례'의 하나인 셈이다.
또 헤이룽장성은 북한에 공급하는 석유가 나오는 따칭유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 곡창지역이다. 중국으로부터 석유와 식량을 지원받은 북한과 적지않은 관련이 있는 지역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