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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는 마무리되었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청와대 측에서 40대 기수론과 6.2지방선거 때 잃어버린 PK지역 민심을 회복하고자 야심(?)차게 준비한 김태호 총리가 스스로 사임하고, 신재민 문화부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까지 같은 행보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30일 취임식을 가진 조현오 경찰총장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번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부분 여론은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청문회 시스템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기에 '언론의 고위공직자 검증, 지역언론의 지역출신 공직자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청문회 관련 다수 지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치권과 청와대를 향해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고위공직자여 반성하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언론사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출신 인물에 대해선 감싸는 이중적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경남도민일보>가 30일 <권력 감시역할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를 통해 "지방권력에 대한 용맹스런 감시견으로 거듭나겠습니다"며 김주완 편집국장의 뼈저린 반성문을 실은 건 꽤나 설득력이 있지만, 이 흐름이 도민일보에만 한정된다는 것은 지역독자로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경남도민일보>, '권력감시 제대로 못해 죄송합니다'

 

한겨레신문의 시민주주 형태와 유사한 시스템을 보유한 즉, 도민주주 형태로 신문을 창간한 <경남도민일보>의 행보는 지역신문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요일 김태호 총리후보자 자진 사퇴이후 발행된 30일(월) 신문 1면에 편집국장 명의의 사과문이 게재됩니다.

 

 

<권력 감시역할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에는 "정말 부끄럽습니다. (중략)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방권력에 대한 용맹스런 감시견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촉망 받는 인물, 권력이 큰 자리일수록 더 엄격한 잣대로 검증하겠습니다"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지역출신 인물이 중앙정치 무대에 나서고자 했을 때, 지역언론으로서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점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청문회 기간 내내 사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는 자진 사퇴하길> (17일)<도덕 불감증에 빠진 청문회 위기>(23일), <개각 파동, 청와대 책임 제일 크다> (30일) 등을 통해 문제가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사퇴를, 청와대 인사검증시시템에 대한 대규모 수술을, 지역출신 인물에 대해선 '지역민의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혔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역출신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해 지역언론이 가야할 방향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경남신문>은 지난 26일, 30일 사설 <'시험결과' 기다리는 김 총리 후보자><지역인물 중앙진출 무산시킨 김 후보 낙마>를 통해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경남신문> '지역 인물 중앙진출 무산'

 

두 사설을 요약하면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사퇴는 지방자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지역인물의 중앙진출 기대가 무산된 것이다"라며 "'청문회 발전론'을 감안하더라도 중앙정치권의 '중앙지키기'를 의심하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험결과'기다리는 김 총리 후보자>에선 "제기된 의혹에 대한 김 후보자의 답변을 이해하느냐, 이해하지 않느냐는 국민들의 몫이고, 김 후보자의 총리로서의 적격 여부는 국회 표결에서 가려질 것이다"며 "그러나 논란이 있긴 하겠지만 그동안 청문회가 통과의례가 돼 온 점과 전체 정치권의 기류를 볼때 통과를 예측해보기도 한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물론 김 후보자에 대해 반성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통과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김 후보자는 앞서 공직생활 중 결과적으로 법 위반과 말바꾸기가 돼 버린 부분은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

 

또한 <지역인물 중앙 진출 무산시킨 김 후보 낙마>에선 "'청문화 발전론'을 감안하더라도 중앙정치권의 '중앙지키기'를 의심하게 된다. 김 후보자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도의원, 군수, 도지사 등을 역임하여 성장한 인물이고 지역을 이해하는 그가 총리가 돼 지방분권, 지방정부 기능 강화를 추진하면 중앙정치권력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그의 낙마는 지방분권, 지방정부 기능 강화의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경남신문> 주장은 지역출신 고위공직자에 대한 지역언론의 전형적인 모습 같습니다. 즉 '다소 결함은 있지만, 지방분권, 지방정부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출신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글쎄요. 과연 지역민들이 '말 많고, 탈 많고, 거짓말 하고, 권력을 사유화'했던 해당 인물이 중앙무대에서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추진할 거라 믿을 수 있을까요?

 

오히려 '불탈법으로 버무려진 지역에 권력을 준다면 그들의 부패정도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으니 아예 중앙집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 않을까요? <경남신문>은 이런 점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매일신문>, <영남일보> 지역출신 인물 검증 의지는?

 

지역의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8.8 개각 전에는 'TK홀대', '잃어버린 10년', 'TK 역차별' 운운하며 지역출신 인물의 중앙 진출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정작 해당인물에 대한 검증은 '나 몰라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입각한 인물 중 대구경북 출신은 이재오 특임장관, 이현동 국세청장입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야 원래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인물이기 때문에 전국 일간지에서 인물검증에 애쓰는 모습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이현동 국세청장에 대해서는 청문회때무부터 '김빠진'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청문회 일정이 겹치면서 다수 언론의 눈과 귀는 김 후보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었는데요. 더군다나 이현동 국세청장을 둘러싼 ▲위장전입 ▲석사논문 표절 ▲부친·장녀의 수천만원 예금보유 논란 ▲안원구 전 국장 표적감찰-사퇴압박 지시 등 의혹 중  '안원구 전 국장 표적 감사-사퇴압박'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그를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했으나 한나라당의 거부로 무산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맥빠진' 검증은, '힘빠진'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청문회를 보도한 <매일신문>, <영남일보>는 이현동 후보에 대한 검증이라기보다 지역출신 고위공직자를 감싸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드러났습니다.

 

<매일신문>은 27일 <이현동 "표적감찰 관여한 적 없다", 위장전입․눈문 표절엔 "뉘우친다">며 "정치적 중립과 도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다른 내정자들에 비해 큰 문제강 없었다"는 반응이라고 결론을 내렸구요.

 

 

<영남일보>는 같은 날 <TK라는 이유로 인신공격성 비난해서야>를 통해 "TK출신이라는 이유로 야당의원들로부터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받았다"며 "권력에 의해 키워진 느낌, 사투리 심해, 야당의원들 출신지 들먹이며 질문공세"했다고 중간제목을 편집했습니다.

 

현장의 내용을 일부만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 이외에 주요한 증인채택에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의 위장전입으로 인해 자녀가 이동한 학교가 어딘지, 장관스펙 3관왕(위장전입, 논문표절, 다운계약서)가 과연 어느정도 반성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등을 추가 취재하거나, 숨겨진 의혹을 밝혀내겠다는 노력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두 신문에서도 각각 사설 <공직사회,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30일/매일), <인사청문회, 획기적으로 뜯어 고쳐라> (30일/영남)등을 통해 인사검증 및 청문회 제도에 대한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그 비판의 화살이 지역출신 인물에 대한 '매서운'검증에까지 이르진 않고 있습니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큰 담론으로서 제도와 시스템에 대해 비판은 하되, 그 피해가 지역출신 인물에게는 미치지 않게 하려는 언론의 '이중적 잣대'. 이것이 현재 청문회를 대하는 지역언론의 모습입니다.

 

<경남도민일보>의 '반성 바이러스'가, 좀 더 많은 지역언론에게 유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남도민일보 <권력 감시역할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2010.8.30. 전문)

정말 부끄럽습니다. 낙마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가 두 번이나 경남도지사로 재임하던 동안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지역언론은 그의 권력남용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습니다.

 

경남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불러 쓰고, 관용차와 운전기사를 자신의 아내에게 제공한 사실도 그의 재임 중에 짚어내지 못했습니다. 도지사 시절 그의 재산이 갑자기 늘어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연봉과 생활비, 채무관계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습니다. '은행법 위반'으로 밝혀진 선거자금 대출에 대해서는 규명해볼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수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김 전 지사의 해명만 전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번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드러날 때마다 '저런 문제도 있었나?'하고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역신문 종사자로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 분들의 말은 '그동안 지역언론은 뭘했나'라는 힐난과 추궁이었습니다.

 

 특히 '일면식도 없었다'던 박연차 전 회장과 2006년 2월 나란히 찍은 사진이 한 지역신문에 실려 있다는 사실이 서울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한편으로는 경남이 낳고 키운 인물이 연일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며 이른바 '중앙 무대'의 '촌놈 신고식'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증폭만 시킨 채 허망하게 무너지는 '경남의 아들'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역언론의 감시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했었더라면 사전에 예방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수적인 지역 정서'와 '기득권층의 저항'을 핑계삼아 변죽만 울리는 비판으로 면피하고 자위해왔습니다. 그 결과 의혹투성이 상태로 내보낸 '경남의 아들'이 끝내 국민 여론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사전에 지역언론이 제역할을 했다면 적어도 경남도민까지 덤터기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일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방권력에 대한 용맹스런 감시견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촉망받는 인물, 권력이 큰 자리일수록 더 엄격한 잣대로 검증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평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www.chammal.org)사무국장입니다. 


태그:#인사청문회, #김태호, #경남도민일보, #지역인사,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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