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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이들 세 명의 환경운동가가 지난달 22일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 이포대교 옆 이포보에 올라가 4대강 사업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지 41일 만에 귀환한다.

이들 세 명의 활동가는 31일 고공 점거농성을 마치고 내려오기 직전, 이포보 위에서 이번 현장 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전망 등을 논의하는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묻고 답하는 인터뷰 형식이다. 이들은 "정권에 대한 근본적 심판을 위해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어야 하며 범국민적 운동으로 돌파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들이 보내온 좌담회 내용 전문을 가감 없이 싣는다. [편집자말]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과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왼쪽부터).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과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왼쪽부터).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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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빈 국장]
"예상 못했던 지지와 참여... 지켜준 분들께 고맙다"

- 이포댐, 함안댐 현장 활동을 평가한다면.
"사실 계획과 준비가 부족했던 거사였다. 그런데도 예상하지 못했던 지지와 참여가 이어져 깜짝 놀랐다. 환경 단체들, 시민운동 진영이 MB정권의 일방통행에 위축되어 있었는데 이번 활동에서 시민들의 분노, 국민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을 믿고, 용기를 내서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 시민운동의 과제를 전망한다면.
"분열의 길을 걸었던 진보 개혁 세력은 MB의 폭정 속에서도 담대하게 연대하고 근본적으로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활동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소극적 활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정권에 대한 근본적 심판을 위해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어야 하며 범국민적 운동으로 돌파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 (함안활동가들처럼) 구속되지 않고 수원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아마 수요일에 수원에 갈 수 있게 될 텐데, 촛불집회에 들러 감사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참석자들과 함께 홍보물을 배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 함께 새벽 1,2시까지 술잔을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 장동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신문광고를 내기도 했는데.
"지난 2년간 수요일마다 활동을 함께 했던 분들인 것 같은데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스럽다. 그래도 지켜주신 분들께 고맙고, 나가서 더 잘하라는 압력 같아서 부담감도 있다."

[박평수 위원장] "수도요금 납부 거부 운동 펼치고 싶다"

- 여주군의 찬성 측 주민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3개 댐의 건설에 따른 이득과 피해를 진지하고 냉정하게 따져보시기 바란다. 여주군이 자랑하는 임금님표 쌀은 여주강과 기름진 벌판을 배경으로 한 것인데 안개로 품질이 나빠지고 환경파괴지역이라는 오명으로 (좋았던) 평가를 잃을 수도 있다. 정치적 의도로 주민들을 호도하는 분들은 반성해야 되고 책임져야 한다."

-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앞으로의 활동을 제안한다면.
"41일 동안 맑게 흘러가는 남한강을 본 적이 없다. 지난해에 봤던 깊고 푸른빛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는 4대강 사업과 각종 규제완화의 결과다. 수도권 주민들은 수도요금, 즉 수돗물의 생산과 공급에 들어가는 비용 말고 수돗물 1톤당 160원씩(수도요금의 3분의 1수준)의 무리용 부담금을 한강의 수질개선을 위해 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지불할 이유가 없다. 나가서 무리용 부담금(수도요금과 통합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도요금 납부 거부) 납부 거부 운동을 펼치고 싶다."

- 이포바벨탑 현장 활동의 개인사적 의미는(이곳에서 50번째 생일을 맞이하기도 했는데)?
"강, 습지, 새들을 쫓아다녔던 사람으로서 운명이었다. 동강댐 백지화 이후 주요 환경이슈들에서 건설족들에게 거듭 패배했고, 불도저처럼 강행되는 4대강 사업에도 무기력했었는데, 강을 살리기 위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대운동의 지지를 확보했다는데서 작은 위로를 얻고 4대강의 생명들에게 조금이나마 죄의식을 씻을 수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젊었던 학창시절처럼 강렬한 사건이었고 내 삶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 내려가면 가장 먼저 하시고 싶은 일은.
"가족들과 전주비빔밥을 먹고 싶다. 몇 년 전, 가족행사가 있어 전주에 들러 식사를 했었는데, 들기름향 가득했던 그 맛이 떠오른다."

[염형철 처장] "국민 소리를 개 짖는 소리쯤으로 듣는 집단이라면..."

왼쪽부터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왼쪽부터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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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여당의 태도에 대해서 한마디.

"정부이기를, 집권당이기를 포기했다고 본다. 많은 국민이 걱정을 하고 있고 환경활동가들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한마디 하겠다는데 들어주거나 동의하는 주체가 없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소리를 개 짖는 소리쯤으로 듣는 집단이라면 하루빨리 책임 지는 역할에서 물러나야 한다. 한나라당의 뿌리인 독재자들의 말로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종말이 가까워 왔다."

- 응원해주신 국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17년째 환경운동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분들의 애정을 받고 격려를 받은 적이 없었다. 환경운동가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지지와 성원이 우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4대강 생명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염원일 거라 생각한다. 그 뜻을 받들어 새롭게 역할을 찾겠다."

- 4대강 생명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꽃이 없는 봄, 새가 없는 하늘을 상상할 수 없듯이, 여울과 소가 없는 강을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는 강의 죽음이다. 우리 사회가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면서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강을 사랑하는 사람들,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 강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미안하다."

- 현장 활동가로서, 또 기자로서 역할을 동시에 했는데.
"내 안의 두개의 서로 다른 자아가 각자의 역할을 충돌 없이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태그:#이포보?점거농성, #이포보, #4대강 사업, #환경운동연합, #4대강 사업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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