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사태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지만, 당 지도부가 청와대 인사시스템 개선을 건의하는 선에서 정리되는 분위기다.

31일 오전 충남 천안 지식경제부 연수원에서 이틀째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 자유토론에서 권영진 의원은 "법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앞으로도 이번 인사청문회에서와 같은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중앙인사위원회를 부활시킨다든지, 상시적으로 인사검증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도 "인사검증 부실 문제와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 문제 등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털고 가야 한다"며 인사시스템 개선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정태근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사비서관의 문책이 필요하다"며 "문책이 있어야 (청와대 인사 담당자들이) 앞으로 직을 걸고 일할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인사검증 부실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날 자유토론에서 발언대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인사 담당 문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조직관리의 기본이 바로 신상필벌인데, 지금은 신상필벌이 아예 없는 것 아니냐"며 "정권 초기 '고소영 내각'으로 타격을 받았을 때에도 문책 없이 계속 그대로 가고, 총리실의 사찰 문제도 컴퓨터를 파기한 책임있는 자들을 아무도 문책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책대상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이 문제는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혹은 실장 같은 사람들보다는 인사담당 실무자를 바꿔야 하는 문제"라며 "인사 관련 자료를 만드는 것에 따라서 윗선의 판단이 달라지는데 지금까지 멀쩡한 사람을 나쁜 사람 만들고 했던 사례가 얼마나 많냐"고 역설했다. 정 최고위원은 "인사시스템이 따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사 책임자에 대한) 신상필벌이 바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안상수 "시스템 안 바뀌면 누구를 앉혀도..." - 정두언 "신상필벌이 바로 시스템"

이처럼 몇몇 의원들이 청와대 인사 담당자에 대한 문책을 주장했지만, 당 지도부는 인사 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자유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그 자리에 누구를 앉혀놔도 개선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안 대표는 "인사기준을 강화해야 하고, 검증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며 "이 두 가지는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고, 그 외에 국민의 소리를 반영하도록 인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런 방향으로 인사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청와대와 꾸준히 의견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 안 대표의 설명이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인사검증 부실에 대한 문제제기에 선을 그으면서 한나라당 내에서 이 문제는 정리되는 분위기다. 김 원내대표는 연찬회 마무리 발언에서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우리 모두를 위해서, 당도 대통령과 정부가 심기일전해서 일을 잘하도록 힘을 좀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당초 이번 연찬회에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의 책임과 개선 방향에 대해 의원들 간에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29일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이 이미 낙마했고,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청와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찬회에 참석한 탈계파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청와대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지금 청와대가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인데 당에서마저 몰아붙이기엔 좀 주저되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