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방예산의 과다편성으로 1조 418억원이 미집행되거나 이월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예산을 편법·탈법적으로 운영하거나 사업타당성을 도외시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밝혀졌다.
2009년 인건비 미 집행분은 모두 1217억원이다. 같은 해 통일부 일반예산(1215억원)과 맞먹는 숫자다. 국방부는 인건비 미 집행분 중 637억원은 다른 용도로 돌려쓰고, 579억원은 불용 처리했다고 한다. 국방부가 매년 인건비 부족타령을 해왔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인건비가 남은 것은 의외의 결과다.
국방부가 군 인력을 통산 정원대비 97% 수준에서 운용하고 있는데도 예산계획을 세울 때 "결원율을 반영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인건비를 편성"하고 있기 때문(『2009 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Ⅲ』 216쪽, 2010, 7)이라는데, 문제는 2008년 결산 심사때 국회가 이러한 사실을 적발하여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국방부가 이를 무시하고 2009년 예산을 편성했다는데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방부는 인건비가 남을 것을 알면서도 이를 다른 용도로 돌려 쓸 요량으로 결원율을 반영하지 않고 인건비를 편성, 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혈세를 제 호주머니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편법 운영이다.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이월·불용되는 예산 늘어국방예산의 과다 편성 및 편법·탈법 운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방부는 원료획득예산 8166억원 중 유가하락으로 1470억원이 남았는데 이중 1003억원은 국가재정법 제3조의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 및 제48조 2항을 위배하면서 2010년 예산으로 이월했다고 한다.(국회예산정책처 위 자료)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국민혈세를 낭비한 사례로는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합동원거리공격탄)사업을 들 수 있다. FMS 대상 장비인 재즘(jassm)은 미 공군성에서 성능상의 문제로 판매여부 결정을 유보하고, 상업구매 대상 장비인 타우러스는 가격차이로 독일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2008년 예산 64억원 거의 전액이 불용되었다. 2009년 예산 46억원 역시 대부분 집행되지 않았다. 애초 합동원거리공격탄 도입 예산의 불용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문제였는데도 국방부가 북핵 위협 관련 긴급 소요를 명분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신형전차(흑표)사업도 마찬가지다. 흑표 사업 예산은 2009년도 분 70억 원 전액이 불용되었으며 2010년 예산 382억원 역시 5월말 현재 집행액이 300만원에 불과한 상태로 나머지 거의 전액이 이월되거나 불용될 가능성이 높다.(국회예산정책처, 『2009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2010. 7) 2009년 신규 사업으로 시작한 흑표 사업예산이 이월·불용된 직접적인 이유는 흑표의 핵심기술인 파워팩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적이고 본질적 원인은 '남한 전차 전력의 대북 우위, 경제적인 비효율성, 한국의 지형에 맞지 않은 군사적 효과의 제약성' 때문에 애초부터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이라는 비판을 도외시 하고 육군위주의 고성능첨단무기 도입을 관철하려한 국방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예산편성과 집행의 기본 원칙만 지켜도 국방예산을 얼마든지 삭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국방예산 삭감은 국민적 과제가 된 국방개혁과 지자체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도,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예산의 증액과 국민부담 경감차원에서도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혜란 기자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군축 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