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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월 31일)로 41일째다. 세 명의 선배, 동기 활동가들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7월 21일 사무총장의 비상대기 지시가 떨어진 후 미처 짐도 챙겨오지 못한 활동가들은 그제서야 누가 행동을 결의했는지 알 수 있었다.

 

급히 준비한 짐들을 차에 싣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을 배웅하고 집에 들어가서 눈을 붙였다. 새벽 2시가 좀 넘어서 알람 소리에 잠을 깨고 사무실로 나와서 보도자료 준비를 하면서 인터넷 생방송으로 현장을 지켜봤다. 보트를 타고 타워 크레인에 접근했던 함안댐은 이포댐보다 한 시간이 더 걸렸다. 양쪽이 성공해야 보도자료가 나가는 건데... 손에 땀을 쥐며 함안댐에서의 소식을 기다렸다. 드디어, 성공! 그리고 보도자료 배포... 서울 상황실 활동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성공적으로 올라갈 수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무사히 올라가고 나서 짙은 어둠 속에 희미한 빛과 함께 보이는 현수막에 가슴이 찡했다.

 

그리고 일 주일 동안은 경찰이 진압할 거라는 현장 연락에 수시로 밤에 비상대기가 떨어졌고 상황이 종료될 때가지 컴퓨터와 전화기 앞에서 졸고 있었다. 열흘이 넘어가자 이번에는 장기농성을 막는다고 밥을 반입하지 않아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4대강 강행 내각... 꿈쩍도 않는 정부

 

그리고, 묵묵부답이던 정부가 '4대강 강행 내각'을 발표하자 허탈해졌다. 태풍 뎬무의 영향으로 함안댐 타워크레인에 올랐던 두 활동가는 눈물을 쏟으며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두 활동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마자 그들은 부산 경남지역의 국회의원실을 방문하는 등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 상황실은 몇 명 남지 않은 인원으로 기본 사무실 운영과 홈페이지 작업과 회원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작업을 했는데, 현장이 안정화되자 서울에서의 행동이 필요했다. 전국의 대표자들과 활동가들이 모여서 비상행동을 결의하고 전국 통합상황실이 꾸려졌다. 현장과 무자비한 인권위의 긴급구제 기각과 대림산업에 분노하며 그 앞으로 몰려갔다.

 

혈세 수십조원을 2년 만에 탕진하고 강의 생명 줄을 끊는 4대강 사업이 탈법, 졸속으로 추진되는데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는 하고 있는 게 없다. 환경노동위, 국토해양위가 관할 상임위라서 분산되어 있으니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하자는 결의안이 야당 111명 의원 발의로 제안되었다. 우리는 거리에서 자신의 지역구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국회검증특위를 구성하라는 엽서를 보내는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국회의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으로는 유일하게 대구의 유승민 의원이 국회검증특위 구성에 '대체로 찬성'이라는 답변을 보내왔을 뿐이다. 박근혜 의원의 복심인가?

 

지상에서 함께 싸우자고, 다시 한 번 힘내자고. 9월 11일 10만 인간 띠잇기를 한 번 해보자고 이포댐 위의 활동가들에게 제안했다. 정말... 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 능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남 탓에 변명을 늘어놓기도 하면서 목소리 높이기도 했다.

 

이제 그 많은 날들이 과거가 되었고 역사가 되었다.

 

2010년 여름은 참 더웠고 길었고, 그리고 순식간에 지나갔다.

 

4대강 사업은 한국의 미래에 대한 한판 싸움

 

4대강 사업은 단순히 환경파괴 사업이 아니다. 한국의 미래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시하고, 유권자의 선거 심판에도 아랑곳없이 4대강 사업이 계획대로 된다면 사회의 패배주의는 더 깊어지고 정치적 무관심은 확대될 것이다. 부자감세에 이어 미래세대를 위한 비용을 국채를 발행해 가며 빚을 내어서 수십조를 쓸 예정이니 앞으로 이명박 정권 이후의 정부는 국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래세대에게 세금을 더 걷거나 복지예산, 교육예산 등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니 경제문제, 복지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노령화사회에서 복지는 단순히 시혜적인 차원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될 것이므로 이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더구나 4대강 사업의 핵심인 준설과 보 건설이 완성된다면 수질 악화로 인해 먹는 물 확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고 추가 댐 건설이나 수질 개선을 위한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갈 것이다. 결국, 온갖 문제로 보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면 복원하는 데 드는 비용은 건설비용의 몇 배가 들 것이라는 것은 이미 경험했던 독일의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또한 미래세대에게 엄청한 재정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 시대에 저에너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새로운 산업의 발굴과 개척을 위한 투자가 시급한 때에 과거 개발도상국의 토목 건설산업으로 현 경제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구시대적인 국가 경제 운영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완화 정책과 4대강 토목건설 사업, 그리고 원전 산업, 이렇게 세 가지를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경제 부흥의 기반으로 삼고 있으니 우리 아이들은 참 불행해지는 셈이다.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냐 아니냐는 그래서,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미래를 두고 벌이는 한판의 혈투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양이원영 기자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 자유글로 게시했습니다. 


태그:#이포보, #함안보, #4대강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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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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