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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부터 전기요금이 평균 3.5% 인상되었으며, 9월부터는 가스요금이 평균 4.9% 인상 됩니다. 아울러 전국의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요금 역시 4~6% 인상되었고, 경남의 경우 9월 중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가 중심이 되어 각종 공공요금을 줄줄이 인상시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광역 및 기초 지방정부에서 여러 가지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물가안정 대책과 그 실효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CI와 표어가 물가인상 막아줄까?

최근 지역 언론 보도를 보면 'OO도, OO시, 물가안정에 팔 걷었다'와 비슷한 제목으로 지방정부가 내놓은 물가 안정 대책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창원시의 경우 개인서비스 사업자들에게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알리고 물가 인상 억제를 당부하는 서한문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상금을 내걸고 물가안정을 주제로 하는 CI와 표어 시민공모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는 공공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해도 최대한 억제할 계획을 밝히면서 개인서비스 사업자들에게 물가안정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고 합니다. 또 가격 모범업소에 상수도 사용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소상공인에게 창업과 운영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와 함께 시는 개인서비스업과 주요생필품 가격조사를 통해 부당한 가격 인상을 막고 소비자들의 불편부당한 피해 사례는 적극 해결, 상거래 질서 확립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창원시뿐만 아니라 경상남도를 비롯한 전국의 광역 지방정부들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성수품과 개인서비스요금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각 지방정부에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자체 지도·점검반을 편성하여 식품·위생분야와 개인서비스 요금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단속에 나선다고 합니다.

주요 대상은 음식, 다방, 이·미용, 목욕, 숙박, 세탁업 등 7개 업종 34개 품목인데, 칼국수, 조리라면, 자장면, 김치찌개, 햄버거 등 25개 품목을 취급하는 식품업소와 이용료, 미용료, 목욕료, 숙박료 등 9개 품목을 취급하는 공중업소를 대상으로 한다고 합니다.

 자장면
자장면 ⓒ 이윤기

요금 안정 단속에 나선 지방정부... 만만한 게 자장면값?

집중 단속을 통해 개인 서비스요금 과다 인상업소를 파악하고 가격표 게시와 '표시가격 이행여부'를 중점 점검, 요금과다 인상업소에 대해서는 관리카드를 작성해 가격인하를 유도하며 위생 지도 점검 등 특별 관리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소상인들만 희생시키는 이런 방식의 물가 안정 대책은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방정부가 중점 관리하겠다고 하는 음식, 다방, 이·미용, 숙박, 세탁업 등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자영업에 속합니다.

이들 업종은 가스, 전기, 그리고 유류비와 같은 공공요금 인상에 민감한 업종들입니다.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가스, 전기 그리고 유류비 인상은 내버려두고 지방정부가 개인서비스 요금 인상을 공권력을 동원하여 과도하게 억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에 역행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가스, 전기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는데 목욕료, 이발비 같은 개인서비스요금과 자장면값, 설렁탕 값을 동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공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생기는 물가인상 부담을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떠넘기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 관료들이 주창하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른다면 담합, 매점매석, 위조상품 판매와 같은 명백한 법규 위반이 아닌 경우 지방정부가 개인서비스사업자들을 부당하게 규제하는 낡은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오픈프라이스 확대하면서 자장면값은 왜 규제?

더군다나 정부는 1999년 가전제품 등 32개 품목에 '판매가격 표시제'(오픈 프라이스)를 도입한 후에  최근에는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의류 등 247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였습니다.

즉, 정부의 정책기조는 상품의 판매가격을  판매자가 자유롭게 정하는 오픈프라이스제도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정부가 추진 중인 '가격지도, 점검, 가격인하유도'와 같은 낡은 물가 행정은 오픈프라이스제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금 지방정부가 매년 반복하는 물가안정대책은 70~80년대 권위주의 시대에 행정기관이 자영업자들을 마음대로 통제하면서 물가를 단속하는 낡은 관행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과 경제관료들이 신봉하는 '시장원리'를 따른다면, 자장면값을 얼마를 받든지 지방정부가 나서서 '가격 지도·점검, 가격인하유도' 같은 낡은 행정을 되풀이 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서민 물가 부담, 휴대전화 요금이 진짜 주범

사실, 요즘 서민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가는 자장면값, 설렁탕값, 목욕비, 미용료가 아니라 바로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통신요금입니다. 휴대전화 보급이 5000만대를 넘어서고 전국민 휴대전화 시대에 가구당 매월 수십만원씩 부담하고 있는 통신요금이 바로 서민물가 부담의 주범입니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93만8000원인데, 통신서비스 지출이 14만2542원으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35%로 관련 통계를 조사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진짜 친서민 물가정책을 펼치려면 제일 먼저 휴대전화 요금을 인하시켜야 합니다.

서민들의 가계 살림과 중소자영업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전기, 가스요금,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요금을 줄줄이 인상시키고, 시내버스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지하철 요금 인상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만만한 동네 자장면값만 동결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게 눈속임만하는 물가정책일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가#자장면#개인서비스요금#공공요금#통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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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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