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청와대에 차지철이 되살아온 것 아니냐"며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차지철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무총리 및 장관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해 여당 소장파 의원들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불법사찰이 아니라 여당 정치인들에 대한 정당한 조사였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정 최고위원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 아침, 조간 신문을 보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청와대에 차지철이 되살아온 것 아닌가 한다"고 성토했다.
정 최고위원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라는 인사들이 국회와 여당을 부정하고 국회의원을 협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1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나온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한 정 최고위원은 "부실한 인사검증의 책임을 의원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사찰을 정당화하면서 앞으로 사찰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은) 당·정·청의 관계를 재정립해 민심과 소통하려는 당의 노력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고 당·정·청의 관계를 억압과 종속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청와대부터 실현하라고 강조했는데 대통령마저 무시하고 부정하면서 국회와 여당을 부정하고 협박하는 것은 실로 충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는 내각 인사 추천은커녕 단 한 차례의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며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이런 식으로 사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일부 "소장파들은 과연 깨끗한가"... 정두언 "대통령실장이 나서라"이날 정 의원이 비판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은 1일자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됐다. 이 보도에서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하루 전 "지난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장파들은 스스로 부끄럽지도 않은가"라며 "김태호 전 지사를 비롯해 이번에 낙마한 후보자들을 강력하게 추천한 장본인들이 본인이면서 누구에게 검증 잘못의 책임을 묻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에 청와대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무책임하게 비난만 하는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 본인들은 과연 얼마나 깨끗하게 지냈는지 '공정한 사회' 차원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정치인 사찰에 대해서도 청와대 사정라인 관계자는 "이들은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정권 초기 이들은 모두 권력자들이었다"며 "이들이 화랑이나 사업 등에서 부정한 '힘'을 쓰고 있다는 제보가 쏟아졌는데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알아보는 일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를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정리하면 여당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이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 및 정치인 사찰과 관련해 청와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익명으로 반격하고 나선 것. 정 최고위원은 이같은 움직임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태도다. 정 최고위원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해명하고 발언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며 "상응하는 조치가 없다면 대통령실장도 (발언자들과) 같은 입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홍사덕 "나도 사찰 의혹 세 건 접했지만 대립은 자제해야"여당 친이계 소장파와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의 갈등이 극한 대립 상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분열은 좋지 않다, 여권 내 대립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진 홍사덕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를 정직하게 하자면 우리가 지방권력의 절반을 잃은 것은 당 내 (친이-친박 간) 분열과 갈등 때문이었다"며 "얼마 전에 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단초(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를 마련해 마음을 놓고 있던 찰나에 지금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좀 자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홍 의원은 "친이-친박 갈등이 심할 적에 초선 의원 둘과 재선 의원 하나가 번갈아 찾아와서 사찰 문제와 관련해 매우 의미심장한 호소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전에 자신이 '(친박 의원에 대한) 사찰 의혹 사례가 한 건 있는데 또 한 번의 사찰 사례가 드러나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사실 사찰 의혹 사례를 접한 것이 한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이었다는 것.
홍 의원은 "초선 의원 둘은 '당에 누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해서 밝히지 않은 것"이라면서 당 내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이들 의원과 자신이 사찰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 최고위원을 향해 "주류 내부의 일로 이런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스스로 (발언 당사자를) 만나 바로 해결하십시오"라고 요청했다.
김영선 의원도 "10년 야당을 한 이후에 다시 여당 된 지 겨우 2년인데, 정권 창출의 입구를 만들었으면 출구까지 내는 것이 필요하지, 모든 문제를 갈등 확산으로 이끄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묻고 가면 총선도 대선도 공멸"그러자 사찰을 당한 당사자로부터 즉각 반론이 제기됐다. 자신을 '주류도 아니고 비주류도 아닌 중도세력'이라고 지칭한 남경필 의원은 "이 문제를 주류 내부의 분열로 봐선 안 된다, 권력 운용의 차원으로만 봐선 안 된다"며 "자유와 인권을 지켜야 할 보수 정당으로, 민간인 불법사찰을 넘어 여당 의원에 대한 불법사찰을 하는 정부라면 일반 국민에 대해선 어땠을까 하는 공포심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것을 그냥 묻고 지나갔을 때 이 문제가 끝내 드러나지 않고 없어질 것이냐, 형님 좋고 아우 좋고 하는 식으로 묻고 가자고 했을 때 국민들이 공감하겠느냐"며 "이번 보도에서 나온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국정을 농단한 사조직 빅브라더, 그 조직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이어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냉엄할 수밖에 없고, 총선에서도 우리 중 누구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고, 대선은 공멸하게 되는 것"이라며 자신이 빅브라더로 지칭한 청와대 내 사조직 문제의 분명한 해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