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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개각' 실패를 둘러싼 한나라당 친이 소장파와 청와대의 불협화음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정두언·남경필·정태근으로 대표되는 친이 소장파들이 인사검증 라인과 총리실 불법사찰에 대한 일벌백계를 요구하자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조선일보>를 통해 반박하고, 친이 소장파가 이를 재반박하는 양상이다.

 

"청와대에 차지철이 다시 돌아온 게 아닌가"라는 정두언 최고위원의 발언은 청와대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수위의 발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피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충돌이 항상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장파들은 스스로 부끄럽지도 않은가? 김태호 전 지사를 비롯해 이번에 낙마한 후보자들을 강력하게 추천한 장본인들이 본인이면서 누구에게 검증 잘못의 책임을 묻는가"라고 말했다.

 

통상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실장 또는 정책실장, 수석비서관급 인사를 일컫는 말이고 이번처럼 정치적 현안이 생기면 정치인 출신들이 목소리를 내곤 한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 사정을 두루 파악하고 청와대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나 정진석 정무수석 정도에 불과하다.

 

청와대 불만 "누구에게 검증 잘못의 책임을 묻는가?"

 

청와대의 불만은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많은 문제가 됐던 후보자들을 적극 추천했던 그룹이 지금 문제를 제기하는 당사자들이고 ▲ 이른바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하는 사정당국의 조사도 당사자들이 주변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생긴 일이라는 시각으로 요약된다.

 

첫째, 김 후보자 등 8·8 개각 대상자들을 청와대의 인사검증 라인 문책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천거했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주장은 어느 정도까지 사실로 볼 수 있을까?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나는 내각인사 추천은커녕 단 한 차례의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정두언을 비롯한 친이 소장파들이) 이번 인사에 우호적이었다고 보일 만한 정황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몇몇 신문 기사를 예로 들었다. <중앙일보> 8월 10일자 기사에는 "(김태호 후보자가) 친이계 소장파 의원 여럿을 우군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소장파의 리더격인 한 의원은 지난달 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태호를 계파의 얼굴로 내세우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되어 있고, 같은 날 <경향신문>에도 "정두언 최고위원과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민 사람이 총리가 됐고, 이재오 의원이 내각에 들어간 만큼 상대적으로 '이상득계'가 힘이 빠졌다고 볼 수 있다"는 친이 직계 의원의 발언이 실렸다.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의 문책을 요구하는 최근 기류와 달리 친이 소장파들이 8·8 개각 직후에는 청와대 인선 결과에 호의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기사들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태호가 총리 물망에 올랐을 때, 친이 소장파들이 그를 박근혜의 대항마로 생각하고 우호적으로 접근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김태호가 낙마하자 청와대를 (개각 파동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정두언·남경필·정태근 의원이 사찰 피해자? 자신들은 책임 없냐"

 

둘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이 드러난 후 정두언·남경필·정태근 의원이 자신들도 사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자신들의 책임은 없냐"고 따져 물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 의원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의혹은 월간지나 (사정기관) 첩보를 통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며 "청와대나 총리실이 아니면 여당 의원들의 신변 문제를 스크린할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총리실(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 문제가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번진 것은 청와대도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청와대 민정팀은 권력형 비리 얘기가 안 나오게 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며 "이번의 경우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을 영포라인 인사들이 포진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대신 하다 보니 사조직의 권력 남용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친이 소장파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을 넘어 이 대통령에게까지 비판의 수위를 올리는 것도 청와대를 긴장하게 하는 부분이다.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김용태 의원은 "의혹을 충분히 파악해 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강행했다면 그 의사결정권자가 책임을 져야 된다"며 대통령의 인사 마인드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경선캠프 '안국포럼' 출신으로, 정두언 최고위원과도 각별한 사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는 "대통령 측근들이 정권 후반기를 맞아 '홀로서기'에 나서려고 한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이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여당과 청와대가 언론 지면을 통해서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태그:#정두언, #정태근, #남경필, #김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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