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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는 아직도 인기 있는 추억의 먹을거리다. 쭈글쭈글한 주름과 혐오스런 모양새로 인해 취향에 따라서는 기피식품일 수도 있겠지만, 소라(갯고둥)와 더불어 최고의 '주전부리'로 사랑을 받았다.

모든 사람들이 개고기와 닭똥집을 좋아할 수는 없듯이, 왜 그런 흉측하게 생긴 번데기와 씁쓸하고 지저분한 소라를 좋아하느냐고 묻지마시라. 그래도 개구리뒷다리 보다는 낫지 않는가.

한때 파리치온이 묻은 포장 용기에 든 번데기로 인한 식중독 사고가 심심찮게 문제가 되곤 했다. 하지만 아삭아삭 씹으면 고소한 맛에 절로 추억의 에너지가 축적되는 기분까지 드는 번데기. 또, 커다란 양은대야에 수북이 쌓여 모락모락 김이 나며 우리를 유혹했던 소라는 얼마나 맛있게 쪽쪽 빨았던가?

번데기, 국내산은 있는가?
일부 인터넷쇼핑몰에서 국내산 번데기를 판매하고는 있지만 고가인 관계로 유통량이 미미한 수준이다.

수입되는 번데기는 누에고치를 이용하고 남은 부산물이므로 통통한 상태의 번데기가 국내로 수입되지 않는다. 노점에 파는 번데기는 수입한 상태에서 그대로 통째로 부어서 조리하기에 방부제 등으로 인한 피부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국내산은 오로지 번데기 생산을 목적으로 살아있는 상태에서 고치를 잘라내고 번데기를 급랭시켜 공급하므로 통통한 편이다. 중국산은 고온에 건조 후 다시 삶아 고치의 실을 빼내는 과정에서 썩은 누에번데기와 함께 작업되므로 식용에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8월31일 고시한 원산지표시요령에 따르면 내년 2월11일부터는 포장되지 않은 수입가공품인 누에 번데기도 반드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독특한 맛으로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해주었던 길거리의 번데기와 소라가 요즘에는 바다 건너 물 건너 온 먹거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선 번데기를 살펴보자. 국내 잠사 농가 중 실크를 목적으로 누에를 치는 곳은 거의 없다. 예전의 누에 농가는 대부분 비단을 생산하기 위해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길렀지만 중국산의 가격 경쟁을 감당할 수 없어 생산을 포기하고 만 것이다. 아직 남아있는 누에농가가 일부 있지만 누에를 전량 동충하초의 원료나 누에가루로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애벌레 상태에서 출하되기에 고치를 틀 겨를도 없이 최후를 맞게 된다. 누에 생산의 구조가 번데기를 생산해 낼 수 없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결국, 국내 농가에서 생산된 누에가 식용 번데기로 공급되는 경우는 사실상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 실크산업의 70%이상을 점유하는 진주실크도 원사를 중국, 브라질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즉, 식용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번데기는 사실상 거의 수입산이다. 현재 국내로 수입되는 번데기는 분말, 통조림류, 건조 등의 상태로 통관되며 국내에서 다시 어분이나 사료용, 동충하초 원료용, 식용 등으로 유통된다.

그렇다면 이 번데기들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실제로 인근 재래시장에서 확인해본 결과 kg단위로 판매하는 번데기는 모두 중국산이었다. 일부는 유통기한이라든가 원산지 등이 전혀 표시되지 않고 있었다. 또, 시중의 대형마트와 할인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캔에 담긴 번데기 가미제품(번데기 함량 약70%)도 중국산이 유일했다.

번데기 가미제품 노점상에서 유혹하는 정체불명의 번데기보다는 집에서 위생적으로 조리해도 추억의 그맛을 충분히 즐길수 있다.
번데기 가미제품노점상에서 유혹하는 정체불명의 번데기보다는 집에서 위생적으로 조리해도 추억의 그맛을 충분히 즐길수 있다. ⓒ 쇼핑몰화면캡쳐
번데기는 '기타 품목'으로 분류돼 수입량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소라(갯고둥)는 관세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수산물 국가별 수입통계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15일부터 한 달간 수입된 갯고둥은 약138톤으로 베트남이 전체수입량의 약 8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산의 경우 전량 자숙(한번 삶아서 냉동시킨 것)제품으로 연간물량으로 추산하면 1000톤을 상회할 것으로 추측된다. 자숙은, 식품의 선도가 떨어지거나 장기간 이송시 선도보존을 위해 삶아서 냉동시키는 방법이다.

소라(갯고둥)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소량씩 판매되고 있으나, 손이 많이 가는 채취의 특성상 인터넷쇼핑몰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 대신 수입산은 수산물쇼핑몰에서 자숙냉동품 15kg기준으로 2만4천 원~4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요즈음에 길에서 파는 소라가 대부분 이것으로 국내산과는 색깔이나 모양이 전혀 다를 뿐 아니라 위생상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2010년 6월15일부터 한달간 국내에 수입된 갯고둥
2010년 6월15일부터 한달간 국내에 수입된 갯고둥 ⓒ cafe.naver.com/badareport


순천만 갯고둥 요즘 순천만 어느 갯벌에 가든 갯고둥이 지척에 깔려있다.
순천만 갯고둥요즘 순천만 어느 갯벌에 가든 갯고둥이 지척에 깔려있다. ⓒ 김학용

원산지가 수입산이라고 해서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숙 수입식품은 신선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방부제인 벤조산나트륨 등 식품 첨가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입식품 자체에 하자가 없더라도 노점상의 조리, 가공시설이 대부분 비위생적이라는데 또 다른 문제가 안고 있다. 노점상들이 사용하는 식품은 냉장(아이스박스 사용 등) 상태로 보관해 부패를 막고 조리에 사용하는 물은 반드시 수돗물을 사용하며 그날 사용한 것은 다음날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원재료를 냉장보관하지 않거나 오염된 음용수를 썼는지 확인할 길이 없지 않은가?

 한 수산물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베트남산 갯고둥
한 수산물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베트남산 갯고둥 ⓒ 화면캡쳐

세월이 흘러 추억의 간식거리들은 이제 그 자리를 대부분 패스트푸드에 내줬지만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번데기와 소라는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까까머리 시절에 먹던 번데기와 소라의 맛은 아닐지라도 단발머리 소녀들의 깔깔 웃는 웃음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지 않은가?

추억만 회상하고 무턱대고 먹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배탈이나 식중독으로 고생한 후에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다. 고생한 경험을 하지 않는 이상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번데기가 그리운가? 정 먹고 싶다면 캔으로 판매되고 있는 가미제품을 구입하여 집에서 위생적으로 조리하여 먹기를 권장한다.

놀이공원에서 김을 모락모락 풍기며 식욕을 돋우는 소라가 먹고 싶은가? 그렇다면 가족들과 주말에 가까운 갯벌로 나가보라. 갯고둥이 지척에 널려 '물반 갯고둥 반'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 관련기사 : 배탈 나면 어떠리, 밤새 '쪽쪽' 빨아 보리라


#번데기#갯고둥#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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