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5년 동안 메밀 칼국수를 만들어 온  할머니의 손끝에서 나오는 칼국수가락이 가지런하다.
 15년 동안 메밀 칼국수를 만들어 온 할머니의 손끝에서 나오는 칼국수가락이 가지런하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백령도 여행 중 이 음식을 먹지 않고 뭍으로 돌아가면 평생 후회한다는 음식이 있다. '메밀 칼국수'다. 칼국수가 뭐 그렇게 특별한 게 있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먹어보지 않고는 말을 말아라'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음식이다. 점심 특별 메뉴는 메밀 칼국수라는 말에 일행들은 모두들 솔깃해 하며 박수로 화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메밀에 함유되어있는 시스틴이란 성분이 피부에 부드러움을 주고 활성화시키므로 피부미용에도 좋고 메밀에 들어 있는 루틴은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소화도 잘 되지만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합하다. 요즈음 주위에 친구들이나 주부들을 만나면 자꾸만 뱃살이 바지를 뚫고 나오려고 하니 음식을 먹는데도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라고 한다. 맛도 있으면서 포만감도 느끼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면 일석삼조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순 메밀을 이용하여 칼국수를 만들고 있다.
 순 메밀을 이용하여 칼국수를 만들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식당을 들어서자 메밀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식당을 들어서자 메밀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간판은 없지만, 4000원이면 푸짐한 칼국수 맛볼 수 있는 곳

옹진군 백령면 가을리에 위치한 '메밀칼국수집'에 도착했는데 간판이 없다. '가을리'라는 동네 이름도 시적이다.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너른 방들이 나오고 손님들이 빼곡하다. 쥔장에게 간판을 물어보고서야 상호가 '시골메밀칼국수집'라는 것을 알았다. 직접 메밀을 재배하여 수확하고 칼국수와 메밀묵, 냉면을 만들어 팔고 있으며 이곳에서 15년째 메밀칼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다며 주인 김창유씨는 말했다.

"천안함 사고 이전에는 관광객으로 오신 분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항상 북적거렸어요. 어떨 때는 많은 손님들을 한꺼번에 몰려와 다 받을 수가 없어서 양해를 구하고 다음에 오시라고 했지만 다음에 오는 것이 기약이 없다며 기다렸다 드시고 가신분도 있었죠. 단체는 꼭 예약을 해야 했었는데…이제는 반도 되지 않아요. 지금 오신 손님들도 현지인들이 많아요.

오시면서 밭에 심어져 있는 '메믈'을 많이 보셨지요? 여기서는 '메밀'을 '메믈'이라고 부른답니다. 뭍과는 달리 특별한 생필품을 빼고 여기서는 거의가 자급자족한답니다. 다양한 식물들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메믈은 웰빙식품이기에 건강을 생각해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찾지요."

정확한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천안함 사고는 6개월째 접어들지만 한숨 섞인 주민들의 푸념을 듣다 보니 그들이 힘겹게 살아간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천안함 사고는 아직도 백령도 주민들에게 씻기지 않는 아픔을 남겨 주고 있었다.

많은 손님들에게 나가야 하기에 쥔장의 빠른 손놀림이 달인에 가깝다.
 많은 손님들에게 나가야 하기에 쥔장의 빠른 손놀림이 달인에 가깝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메밀칼국수에 들어 있는 아주 작은 자연산 굴이 보인다.
 메밀칼국수에 들어 있는 아주 작은 자연산 굴이 보인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순메밀을 이용하여 만든 메밀묵은 평소에 먹어봤던 맛과는 확연이 다르다.
고소함이 두배다.
 순메밀을 이용하여 만든 메밀묵은 평소에 먹어봤던 맛과는 확연이 다르다. 고소함이 두배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드디어 주문한 메밀칼국수가 나왔다. 거무스름한 메밀의 입자가 그대로 살아 있는 칼국수는 국물도 걸쭉했다.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칼국수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입안에 착착 감긴다. 국수 안에는 작은 굴이 들어 있어 싱싱한 바다냄새도 묻어난다. 쥔장의 푸짐함은 곳곳에서 배어난다. 여분으로 칼국수 한 그릇이 더 나온다. 더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는 덤이다. 인심도 후하다.

칼국수를 시켰지만 건너편 다른 손님들이 시킨 메밀묵을 보는 순간 군침이 돈다.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맛을 보려고 주문했다. 메밀묵을 찍어 먹는 소스는 까나리액젓이다. 백령도 특산품인 까나리 액젓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여 음식에 넣어 먹는다. 대부분 요리에 간장대신 까나리액젓을 많이 사용한다. 미역국이나 나물 무치는 곳에도 쓰인다고 한다. 밥맛없을 때는 까나리액젓을 넣어 비벼 먹기도 한단다.

냉면은 직접 뽑아 뜨거운 물에 데쳐 나온다.
 냉면은 직접 뽑아 뜨거운 물에 데쳐 나온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비빔냉면에는 색다른 게 없다. 소스와 계란이 전부다. 소스가 특별한 맛이 난다.
 비빔냉면에는 색다른 게 없다. 소스와 계란이 전부다. 소스가 특별한 맛이 난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물냉면을 보기만해도 더위가 싹 가신다. 국물도 고소하다.
 물냉면을 보기만해도 더위가 싹 가신다. 국물도 고소하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비빔냉면과 메밀칼국수를 시켰는데  냉면사리와 칼국수가 덤으로 나왔다.
이 가게의 인심이다.
 비빔냉면과 메밀칼국수를 시켰는데 냉면사리와 칼국수가 덤으로 나왔다. 이 가게의 인심이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일행 중 몇몇은 냉면을 먹어보고 싶다며 냉면을 시켰다. 냉면역시 한 사발 덤으로 나오기에 칼국수를 시킨 나는 냉면까지 맛을 볼 수 있었다. 뭔가 모를 특별한 맛에 평소 먹어왔던 냉면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반찬은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나오는데 새콤하게 익은 김치는 메밀묵, 냉면과 함께 먹는데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별미였다. 중2동에서 온 장호길(46)씨도 이 맛에 감탄했다.

"냉면 면이 졸깃졸깃 하면서도 메밀 특유의 고소함이 함께 하니 더운 여름 날씨에 입맛을 잃은 사람에게는 입맛 돌아오게 하는 보양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국물이 시원한 게 갈증도 해소시켜 주고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도 이 냉면 한 그릇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네요."

여월동에서 최미대자(65)씨는 칼국수를 시켰는데 면이 부드러워 자연스럽게 잘 넘어 가고 국물도 고소해 배가 부른데도 국물까지 모두 다 먹었더니 일어나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덤으로 준 칼국수를 바라보며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덤으로 주는 메밀칼국수가 오히려 양이 더 많다. 아마도 더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한 쥔장의 특별한 배려일 게다.

푸짐하고 맛도 좋은 메밀칼국수가 한 그릇에 4천원이다. 맛과 포만감까지 모두 만족한데 값은 저렴하다.


태그:#메밀칼국수, #냉면, #메밀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