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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힐스테이트' 아파트 견본주택(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도우미에게 아파트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힐스테이트' 아파트 견본주택(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도우미에게 아파트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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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50% 떨어지면 빚내서 집 살 용의가 있다."

정부의 지난 8·29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누리꾼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부쪽 발표를 두고선 시큰둥했다. '친서민 정책'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김광수경제연구소가 함께 주최한 부동산 대책 트위터 토론 현장이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속에서 140자 이내의 짧은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는 새로운 소통 창구였던 이날 토론은 말그대로 뜨거웠다. 2시간여 동안 600건이 넘는 의견이 쏟아졌고, 토론 참가자들의 의견들은 실시간으로 다른 사용자들에게 추천되거나 퍼나르기가 계속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사용자들은 "현 수준의 집값에서는 빚을 내 아파트를 사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소득 대비 집값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 현 부동산 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 "서민층에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정부가 부채질하는 것이 어떻게 서민대책이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은 "DTI(총부채상환비율) 해체 등 온갖 규제를 완화하면서까지 지금 집을 못 팔아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아니고, 싼 값에 안 팔겠다고 버티는 사람을 도와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많았다.

이날 부동산 토론 내용은 트위터 관련 사이트 검색창에서 해시태그(검색어)인 '#오마이집_'을 입력하면, 언제든지 다시 볼수 있다.

"시장 조용하다" 의견이 다수... "집값 감당할 자신 없다"

이날 토론회는 전문가의 입장을 전달하기보다 개별 트위터 사용자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들은 정부 대책의 핵심인 총부채상환비율(DTI·부채가 소득의 일정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의 한시적 폐지는 부동산시장의 거래 활성화에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anzinn)는 "서울 자양동의 유도정비지구 내 빌라의 경우, 앞으로의 추가 대책을 기대하면서 매물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집주인의 호가(부르는 값)와 매수자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커서 거래는 없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 114(@R114_kr)의 공식 트위터도 토론회에 참여해, 대책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밝혔다. "대책발표 후에도 대출문의가 많지 않은 것을 보면, 혜택을 활용하기에는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수요가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이다.

아이디 '@Communitymaker'는 이정우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을 빌려 "DTI는 부동산 경기과열 시 브레이크 기능은 잘하지만 경기침체 시 액셀러레이터 기능은 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시장에서 가격 하락의 기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릴 것"이라며 "시장은 고요하다"고 밝혔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8월 2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8월 2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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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는 트위터 사용자가 많았다. 집을 매입하고 싶어도 소득에 비해 집값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아이디 '@nayfsh'는 "앞으로 몇 년간은 전세를 생각하고 있고 선분양 아파트는 쳐다보지 않는다, 집값이 1/3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했고, 아이디 '@hjm0405'는 "집값이 50% 떨어지면 빚내서 집 살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30대들은 주택 구입에 대한 의식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스물다섯인데, 서울 집값은 감당 할 자신이 없다, 전세나 월세로 버티다가 서울을 떠날 것이다"(@elesam2), "32세 직장인인데, 주택은 상품이 아니기에 구매 의향은 없지만 현재 수입으로는 살 수도 없다"(@Communitymaker) 등의 의견이 나왔다.

"서민층 빚 내게 하는 것은 '반서민' 정책"

트위터 사용자들의 목소리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들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며 주장한 내용을 반박하며 "이번 대책은 친서민 정책도 아니고,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이디 '@sniper_june'는 "서민층에 빚내라고 하는 게 혜택인가, 어처구니없다"고 했고, 아이디 '@bugchaser79'는 "장기적 복안(투기적 가수요 억제)은 다 무시하고 서민들 생계가 걸린 돈을 시장 안정화에 볼모로 쓰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니 화가 치민다"고 밝혔다.

최근 <하우스푸어>를 펴낸 김재영 문화방송 <PD수첩> 프로듀서(@mbckjy)는 "DTI 규제 해제는 건설회사에 묶여있는 악성부채들을 다중의 주택담보대출로 바꾸려는 정부의 수로 읽힌다"며 "'정부가 이 정도로 신호를 줬으니 이제 바닥이 아닐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정부가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의 명분 중의 하나인 '하우스푸어(비싼 집을 매입했지만, 이자부담 때문에 고통 받는 중산층) 문제'가 과장됐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김재영 프로듀서는 "가격을 내리면 당연히 팔리게 되어 있는 아파트인데 집주인들이 호가를 가격인줄 알고서도 못 팔겠다고 억지를 피우고 있다, 정부에서 그것을 도와줘야한다고 하니 웃기다"고 전했다.

아이디 '@kimhb7'은 "현재 하우스푸어로 불리는 사람들은 아직은 버틸만한 여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8·29 대책으로 실제로 매물을 회수하고 있는 게 그 증거"라며 "정말로 절박하다면 이번 기회에 팔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절대로 가격을 내려서 팔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디 '@mymindfirst'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좀 냉정하긴 하지만 그들 선택의 문제다,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욕심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다"며 "안됐다는 마음은 있지만 그들 스스로 책임져야할 문제"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금융권의 '폭탄 돌리기'라는 의견도 많았다. 아이디 '@coolldh'는 "원금상환이 도래한 대출은 대출자에게 골칫거리다, 원금은 못 내겠고 갈아타자니 시세가 떨어져서 대출한도가 안 나온다"며 "은행 입장에선 놔두면 연체율 올라가니 울며 겨자 먹기로 거치기간을 늘려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트위터 토론회에는 600건이 넘는 의견이 쏟아지는 열띤 호응속에 진행됐다.
 이번 트위터 토론회에는 600건이 넘는 의견이 쏟아지는 열띤 호응속에 진행됐다.
ⓒ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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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 선대인-김재영-우석훈 좌담회 열린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토론회 막바지에 대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kennedian3)은 집값 정상화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라 거품 해소책을 쓸 때"라며 "미루면 미룰수록 거품 붕괴의 에너지는 커진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보유세 강화 등 근본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디 '@bugchaser79'는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의 말을 빌려 "부동산 가격의 등락을 야기하는 근본 원인은 투기적 과수요의 발생과 소멸"이라며 "정책의 초점은 투기적 가수요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jk_space)은 "보금자리주택의 공공분양주택 비율 너무 크다. 정부는 재정여력에 맞춰 공공임대 보급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고, 아이디 '@ghwjrehf'는 "무엇보다 주택을 공공재이자 주거를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6월 30일 부동산·주택 문제를 다룬 첫 트위터 토론회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이날 토론회 역시 성황리에 진행됐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 트위터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오는 7일 오후 2시에는 <오마이뉴스>에서 선대인 부소장, 김재영 MBC 프로듀서, <88만원 세대> 공동저자인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이 참여하는 좌담회가 열린다.


태그:#트위터 토론회, #트위터, #부동산 부양책, #선대인,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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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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