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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인들의 대형마트 규제 운동에 이어 이번에는 노동자들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규제해야한다고 나섰다. 노동자들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유통재벌을 규제하자는 운동에 돌입한 것.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전국서비스노조연맹)은 3일 오전 롯데백화점 부평점 앞에서 출근길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 근로기준법 준수 ▲ 대형마트ㆍ백화점 영업시간 연장 반대 ▲ 주1회 정기 휴점제 실시 등을 요구했다.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동안 백화점 관리자 측과 다소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전국서비스노조연맹은 지난해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대형마트 규제와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출근길 서명운동에는 인근 대형유통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전국서비스노조연맹 로레알코리아노동조합 이은희(40) 위원장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정기 휴점제를 실시해 고객은 물론 서비스노동자와 지역 중소상인이 함께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고용주가 입점업체지만 사실상 유통업체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이를테면 이은희 위원장의 경우 로레알코리아에 고용돼있어 사용자는 로레알코리아지만, 로레알코리아가 입점해 있는 유통업체의 노무관리를 받는다.

 

이은희 위원장만 그런 게 아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상품매장에는 각 회사에서 파견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있어도 사실상 유통업체의 노무관리를 받는다.

 

입점업체도 유통업체와 '갑(유통업체)-을(입점업체)' 계약 관계에 있다 보니 아무 소리를 못한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입점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매장에서는 부당한 대우가 비일비재해도 노동자들은 하소연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 위원장은 "인사관리, 노무관리, 휴무관리를 사실상 유통업체가 하는 셈이다. 그래서 유통업체를 상대로 투쟁하는 것"이라며 "한마디 예고 없이 영업시간을 연장한다. 보통 매장이 10시 반에 오픈해 8시에서 8시 반에 폐점하는데, 그건 매장 운영시간이다. 사실은 아침 9시 반에 출근해 8시 반 이후에 끝나니 하루 평균 12시간 일한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은 1997년 IMF 경제 불황 이후 달라졌다. 종전에는 7시 반 폐점에 주 1회 정기 휴점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IMF이후 휴점제는 사라지고 폐점시간은 늦춰져 노동 강도는 더욱 세졌다.

 

이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영업시간을 연장할수록 지역 상권은 붕괴돼 폐업하는 중소상인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유통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익 창출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전체 직원의 80%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소득 감소와 소비 둔화의 악순환 구조를 양산한다.

 

게다가 납품업체에 리베이트와 판촉비용을 부담시킨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을 물기도 했으나, 납품업체나 입점업체가 거래단절을 우려해 신고를 피하고 있어 '쥐어짜기'가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 입점업체 쥐어짜기는 또 고스란히 고용된 노동자의 노동 강도 강화와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진다.

 

   

전국서비스노조연맹은 "지난해 백화점 매출액은 21조 5480억원으로 2008년보다 10% 증가해 사상 처음 20조를 돌파하는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런데 서비스노동자들은 어떤가? 여전히 하루 노동시간 10시간 이상, 주 평균 노동시간 64.8시간이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고 전했다.

 

영업시간 규제와 정기 휴점제는 유럽에서는 이미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일요일과 공휴일에 휴점하고 있고, 독일은 8시에 폐점하고 일요일엔 휴점하고 있다.

 

이은희 위원장은 "유통업체 안전사고는 2006년 124건, 07년 198건, 08년 33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쉬지 않고 영업만 계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주일에 한 번은 쉬어야 한다"며 "또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지역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위해서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도 상인도 살아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근로기준법, #유통산업발전법, #대형마트, #백화점,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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