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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유쾌한 준법민란 100만 프로젝트 거리 행동 10일차는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이어졌다. 아침 땡볕에 선글라스를 챙겨왔다던 자원봉사자는 대책 없이 쏟아지는 게릴라성 폭우에 무안한 듯 얼굴을 붉혔다. 폭우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자 중계팀과 카메라를 든 기자들의 망설임이 엿보인다.

 

태풍의 영향으로 3일간 폭우가 내린다는 소식을 전하며 쉽게 그칠 비가 아니니 행동을 접어 줄 것을 간접적으로 권해본다. 하지만 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는 문성근의 태도는 단호하다. 모두 그이를 따라 급하게 일회용 비옷을 준비하고 제안서 나눔에 동참 한다. 그이는 거리 행동을 나선 지난달 27일부터 비옷을 항상 가방에 꼼꼼하게 챙겨가지고 다닌다.

 

폭우 속에서 비닐에 소중하게 싼 제안서를 한 장씩 나눠주는 것을 본 시민들은 무심코 그냥 지나쳤다가 발걸음을 되돌려 제안서를 받아가기도 하고, 차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제안서를 받아가기도 한다. 폭우 속에 제안서를 나누는 문씨와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따뜻한 꿀차나 따뜻한 커피를 사가지고 와 건네주고 돌아가는 시민들도 여럿이다.

 

제안서 나눔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한국방송통신대학 문화교양학과의 정준영 교수 부부를 만났다. 정준영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민란취지 당연히 지지하고 환영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두 가지 진정성을 알고 싶어 한다. 첫째는 문성근이 언제까지 이 민란을 이어갈 것인가 하는 지속성의 문제다.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중단하지 않고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면 그때 마음을 모으겠다는 심정으로 관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두 번째는 문성근씨가 특정 성향에 치우쳐 있다는 이미지를 벗어나야만 다양한 민중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정당의 부활을 꿈꾸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이 그것이다. 순수한 민란이라는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의 의구심을 어떻게 풀어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여간 나는 끝까지 관심을 거두지 않고 지켜보며 지지할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민중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정준영 교수와 나누었던 대화를 전하자 문씨는 이렇게 답했다.

 

"이미 알고 있어요. 사람들은 무언가 시작해보지도 않고 진의부터 의심을 하거나 '과연될까?'라는 의구심을 품곤 하지요. 그런 반응까지 각오하고 시작한 일입니다. 이 일은 되는 일이에요. 민중의 의식이 살아있는 한 될 수밖에 없어요. 꼭 됩니다. "

 

문씨의 굳은 결의와 신념이 다문 입매와 눈길에서 느껴진다.

 

거리에서 문씨를 만나 본 이들은 그이에게서 통일의 열망으로 험난한 가시철망을 넘나들며 끝내는 남과 북을 잇는 샛길 하나 만들어 냈던 문익환 목사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누가, 무엇이, 어떤 절박감이 배우 문성근을 민중의 힘을 모아 다시 '민주의 꽃'을 피울 민란의 선봉에 세웠는가? 아마도 민중의 아픔을 단 한 번도 외면하지 않는 세월을 살아 온 문익환 목사의 삶, 그 삶을 곁에서 지켜보며 사람 사는 법과 도리를 익혔던 그이였기에 힘든 여정임을 알면서도 결단하고 거리에 서게 만들었을 것이다.

 

폭우가 걷히자 먹장구름으로 뒤덮였던 하늘 한쪽이 서서히  맑아 온다. 그렇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절망이 드리울 틈은 없다. 폭우 속에서도 민주의 꽃을 피울 씨앗은 튼실하게 민중들 가슴 가슴에 심어지고 있었다. 삼백 예순 다섯 날 아니, 사백 예순 날이 지나면 어떠랴. 현재의 이 작은 고통을 어찌 백만 송이 민주의 꽃이 활짝 피어나 서로 부둥켜안고 함께 기쁨을 나눌 영광의 그날에 비견하랴. 

 

고통이 없이는 영광의 그날을 바라보지 못하리니.(No pains, no glory)

 

-덧붙임-

 

7일 저녁 8시에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 2층에서 '문성근, 그가 알고 싶다' 공개청문회가 있을 예졍이며 오아이뉴스, 라디오 21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8일부터 14일까지 베니스 영화제 참석을 끝내고 돌아오면 지방을 돌며 민란의 불씨를 지필 예정이다.

 

사이트 바로가기 '백만 송이 국민의 명령(☞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라디오 21에 송고했습니다.


태그:#문성근 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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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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