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외모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가요계를 평정하고 있는 걸그룹 . 우리 집 두 딸이 걸그룹의 인기 때문인지 '살빼기' 등 외모를 챙기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고1, 중 2인 두 딸이 외모에 예민한 사춘기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두 딸이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고, 대화마다 다이어트와 외모 이야기를 꺼냅니다.종아리가 굵어서 고민이라느니, 팔뚝에 살이 붙어 걱정이라느니, 옷은 어떻게 입어야 날씬해 보인 다느니, 다이어트 음식으로는 무엇이 좋다느니…
제 생각에 숙녀들이나 입에 올릴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음료를 먹거나, 과자를 먹어도 몇 칼로리, 몇 칼로리 합니다. 비만의 주범인 패스트푸드와 스트레스가 우리 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공부 스트레스에 우리 아이들 또래면 어쩌면 누구나 겪는 성장통과 같은 것인 지도 모릅니다. 사춘기 다이어트, 여학생 다이어트, 살찌지 않는 간식 등이 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끈다니 말입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패션 평가는 물론, 어디서 빌려왔는지 책도 '코디법' 이 주를 이룹니다. 교복도 줄이고 늘리고, 모두 날씬해 보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때로는 엄마, 아빠에게도 주문을 합니다. 상하의 매칭에 대해 이것저것 잔소리(?)를 늘어 놓습니다.
운동에 다이어트...'교과서'에 까지 '다이어트' 의지 불태우는 두 딸
요즘 들어서는 방학내 집에서 뒹굴던 둘째 아이가 작심한 듯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녁 시간이면 1시간 넘게 공원을 걷고 그것도 모자라 줄넘기를 하고 있습니다. 중학생인지, 대학생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 학원에 갔다가 늦게 돌아온 날도, 아빠를 불러내 '보초'를 세우고 어김없이 줄넘기를 합니다.
이것은 그래도 괜찮습니다. 운동은 필요한거니 동기가 어쨋든 환영입니다. 그런데 식사 문제입니다. 살찐다고 식사도 잘 안 하는데 한창 성장기에 걱정입니다. 첫째는 키가 커서 그래도 괜찮지만 키 작은 둘째는 더 커야하는데 성장은 커녕, 저러다가 영양결핍이라도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책장정리를 하면서 더 놀랐습니다. 교과서 국사는 '굶자'가 되고 국어는 '굶어'가 되어 있습니다. 볼펜으로 교과서 과목명을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공부를 하는 건지 다이어트를 하는 것인지 모를 일 입니다. 큰 아이, 작은아이에게 교과목을 바꾼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것저것 군것질하고 싶을 때 참기 위해 그랬다고 합니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입니다. 이 자리에서 내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자와 맹자왈'이 됩니다.
두 딸의 다이어트는 사춘기 성장과정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웃으며 넘기고 있습니다. 아빠로서는 큰 진통없이 사춘기가 지나고 나쁜 영향이나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욱이 청소년들에게 외모에 대한 불만은 자신감 결여와 소외감,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니 말입니다.
학창시절 오랜 자취생활로 세끼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한없이 부러워했던 '배부른 뚱보'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한테는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세상이 변하기는 참 많이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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