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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을 가로질러 달리는 새만금방조제 길은 하늘 위를 나는 기분이었다. 갯벌, 섬, 그리고 강 사이에 뻗은 새만금방조제는 또 하나 육지의 통로였다. 전라북도 군산에서 33km를 달리니 굽이굽이 길이 트인 부안 변산반도다. 변산반도 늦여름 들판은 온통 연두색이었다.

 

        

 

변산반도에 가면 꼭 찾아가야 할 곳이 바로 능가산 아래 자리 잡은 절집. 그 절집은 내소사다. 봄부터 소쩍새가 울어댄다는 절집,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숲길을 가진 절집, 꽃문양 창살이 아름다운 절집은 추억이 있다. 예전에 내소사 절집에서 하루 묶었을 때 여명의 능가산이 기억 속에 아련하다. 새벽녘 스님과 함께 예불을 올렸던 기억도 아직 아련하다.

 

8월 27일 오전 11시, 내소사 전나무 길에 비가 내렸다. 하늘을 가린 쭉쭉 뻗은 전나무 숲길 끝 일주문에 도착했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늘 숙연하다. 더욱이 사천왕 문 앞에서는 '지은 죄'가 탈로 날까봐 늘 불안하다.

 

 

 

절집의 풍경은 바라만 봐도 차분해진다. 삼성각에 서 있으려니 절집 앞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에서 고찰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웅장하면서도 정갈함이 묻어 있는 절집의 풍경이다. 중생의 소원을 쌓아올린 담벼락 위 돌탑에서 인간의 욕구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웅전 천정의 갖가지 동물들을 보면 '용이 바다에서 내소사 설법을 듣기 위해 친구를 데려왔다'고 설법한 한 스님이 생각난다. 대웅전 천정을 올려 보았다. 

 

 

마지막 발길을 옮긴 곳이 설선당, 내소사 설선당은 겨울의 길목이다. '설선당 아궁이는 지금도 겨울에는 나무로 불을 때서 난방은 유지한다'는 표지판이 있었다. 아궁이 위에 놓인 큼지막한 검은 솥, 차곡차곡 쌓아 놓은 땔감, 그리고 검게 그을린 부뚜막은 흡사 고향집 사랑방 아궁이 같다고나 할까. 따스함이 느껴졌다.

 

 

가지런히 놓인 털신 두 켤레와 흰 고무신이 눈물 나게 정겹다. 갑자기 눈 덮인 내소사 겨울풍경이 그려졌다. 머지않아 능가산 절집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10년 8월 27일, 전라북도 부안군 내소사에 다녀왔습니다.


태그:#내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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