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7일 오후 2시 서울 보신각 광장, 이명박 정부가 자행하는 가짜복지를 까발리기 위해 전국각지의 장애인들이 모였다. 전동과 수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 약 150명 포함, 3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인 것 같다. 경찰들도 도로점거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500명이 넘는 인원을 배치해 광장 주변에 에워싸며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2시부터 이명박 정부 가짜복지 규탄결의대회와 활보노숙투쟁 선포식을 연이어 개최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저녁 때 촛불 문화제를 무사히 마칠 때까지 사람들은 각 지역마다 모여 집회의 모든 과정을 참여했으며 오랜만에 만난 동지들이 반가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너무 많은 인원이 보신각 광장에 몰렸기 때문에 서울, 경기, 인천 참가자들을 제외한 지방 참가자들은 광화문이나 안국역으로 이동해 노숙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들이 뭣 모르고 막는 바람에 일부는 빠져나갔고 일부는 빠져나가지 못한 채 경찰과 충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또 자정을 넘기자 종로경찰 경비과장이 찾아와서 해산하라고 세 번씩 경고방송을 하는 위기상황도 벌어졌지만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회복지의 날인 이날(7일) 보신각광장은 MB정부가 펼치는 가짜 복지의 성토장이 되었고 가짜장애인을 가려낸다며 올해부터 시행하는 장애등급 재심사에 대해서도 폐지의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의 장애등급 재심사를 맞닥뜨리며 서슬 퍼런 칼날에 공포에 떠는 '덜 심한 장애인들'. 장애1급의 자격요건이 꼼짝 못하고 누워있는 와상장애인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시행되고 벌써 37%가 등급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활보를 이용하는 덜 중증장애인들은 걷지는 못 하지만 앉을 순 있다. 이런 이유로 장애1급 탈락 1순위다. 그들은 앉기만 하지 제 손으론 아무것도 못 한다.

그런데도 지금의 기준대로라면 확실하게 2급이다. 그것은 그들의 죽음을 뜻한다. 활동보조(활보)는 무조건 1급만 받도록 복지부는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활보 이용자 대부분이 이런 장애 정도의 사람들이다. 때문에 올 연말과 내년 초 복지부가 지금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장애등급재심사를 시행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활보 이용자들이 등급 하락으로 자격을 상실하게 될게 불을 보듯 뻔할 노릇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이날부터 무기한 투쟁을 선택했다. 그들로선 배수의 진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실로 오랜만에 의기투합이다. 어떻게 쟁취한 결과물인데 허무하게 빼앗길 순 없다. 만약 우리가 아무 소득 없이 물러난다면 활동보조서비스제도는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그것은 장애인의 권리적 복지에 대한 사망선고를 의미한다.

활동보조서비스제도는 이것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맨몸으로 단식하고 삭발하고 한강다리를 기고 굴러서 만들어낸 권리적 복지이기 때문이다. 한차례 소동이 지나가고 가을의 밤 하늘과 간간이 불어대는 바람을 이불삼아 차가운 보신각 광장에 모두들 누웠지만 다들 잠들진 못 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내일의 강력한 투쟁이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장애인등급제#활동보조서비스제도#보신각광장#이명박정부#가짜복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