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파트 단지 몇군데서 잠자리가 찢겨 죽은 것을 보았습니다. 카메라를 갖고 다니다가 다시 이런 장면을 만나면 찍어야 겠다고 마음먹고 나섰는데 역시 금방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갈갈이 찢겨 죽은 잠자리의 사체들 아파트 단지 몇군데서 잠자리가 찢겨 죽은 것을 보았습니다. 카메라를 갖고 다니다가 다시 이런 장면을 만나면 찍어야 겠다고 마음먹고 나섰는데 역시 금방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임희택

관련사진보기


신문을 돌리러 한 아파트 단지에 갔다가 갈갈이 찢겨 죽은 잠자리들을 보았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찢어 죽이는 이유가 뭘까요? 그것도 어른이 하는 짓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럽니다.

머리가 뜯겨져 나간 잠자리의 배에는 알집이 터져 나와 있습니다.
▲ 알집이 터져버린 잠자리의 사체. 머리가 뜯겨져 나간 잠자리의 배에는 알집이 터져 나와 있습니다.
ⓒ 임희택

관련사진보기


저도 어릴 때 잠자리의 꼬리 부분을 떼어 내고 풀을 꽂아 일명 시집보내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에는 어른들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하고 소름이 좍 끼칩니다.

개미야 원래 청소부 역할을 하니 잘하고 있습니다,
▲ 개미가 잠자리의 사체에 금방 달라 붙었습니다. 개미야 원래 청소부 역할을 하니 잘하고 있습니다,
ⓒ 임희택

관련사진보기


그러니 지금 아이들이 잠자리를 찢어 죽이는 것도 어느 어른들이 가르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타고난 천성이 독한 것일까요 ?

아이들이 날개를 떼어 내려고 하다가 몸통이 분리가 된 것 같습니다.
▲ 완전 분해된 잠자리의 사체 아이들이 날개를 떼어 내려고 하다가 몸통이 분리가 된 것 같습니다.
ⓒ 임희택

관련사진보기


어쩌면 옛날에는 사실 아이들에게 재미있을 일이 별로 없어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사독재 정권을 지내면서 사람의 성격이 많이 독해져 있었기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색깔이 된장색이라 된장잠자리로 불리는 잠자리가 아파트 단지의 풀밭에 앉아 있습니다.
▲ 된장잠자리 색깔이 된장색이라 된장잠자리로 불리는 잠자리가 아파트 단지의 풀밭에 앉아 있습니다.
ⓒ 임희택

관련사진보기


잠자리를 영어로 'Dragonfly'라고 하지요. 생긴 것이 용처럼 생겼기도 하지만 용처럼 용감하기도 합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머리를 갸웃거리며 사람이 다가가면 응시를 합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위급해지면 그제서야 살짝 날아 올랐다가 다시 그 자리에 내려 앉습니다.

고추처럼 빨갛다고 해서 고추잠자리라 부릅니다.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도 좀처럼 달아나지 않습니다.
▲ 고추잠자리 고추처럼 빨갛다고 해서 고추잠자리라 부릅니다.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도 좀처럼 달아나지 않습니다.
ⓒ 임희택

관련사진보기


예전에 밭에서 일을 하다보면 모기들이 극성스럽게 달려드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보면 어느새 잠자리떼가 모기떼들을 향하여 공습을 하지요. 금방 모기떼가 싹 사라집니다. 지난 달, 미리 아버지 산소에 벌초를 갔을 때도 모기들이 날아 오르자 얼마 안 되어 잠자리들이 나타났습니다. 역시 모기들이 싹 사라졌습니다.

곤충 중에 잠자리만큼 인간에게 친숙하고 이로운 것이 또 있을까요 ?
▲ 고추잠자리 곤충 중에 잠자리만큼 인간에게 친숙하고 이로운 것이 또 있을까요 ?
ⓒ 임희택

관련사진보기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을 달리다 보면 잠자리들을 많이 만납니다. 자전거를 따라 날기도 하고. 사람에게 잠자리만큼 친숙하게 구는 곤충도 없을 겁니다. 그런 친숙함이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 탓에 잠자리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잠자리가 알을 낳을 물이 오염되어 번식이 쉽지 않은데 아이들의 손에 갈갈이 찢겨 죽게 내버려 두어서야 되겠습니까? 예전에 우리가 하던 나쁜 짓을 아이들이 하도록 놔둘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 혹은 조카가 있는 분들께 부탁합니다. 아이들에게 잠자리를 함부로 잡지 말라고 말씀 좀 해주십시오. 길을 지나다 아이들이 잠자리에게 함부로 하는 것을 보시면 꼭 좀 말려주십시오.

모기약 한 통 다 뿌려서 잡는 모기보다 한 마리의 잠자리가 잡아 먹는 모기가 수십 배 수백배 더 많다는 것을 알려 주십시오.


태그:#잠자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