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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4가 KT를 통해 국내 출시된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가입자들이 아이폰4를 만져보고 있다.
아이폰4가 KT를 통해 국내 출시된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가입자들이 아이폰4를 만져보고 있다. ⓒ 유성호

"오늘 KT 청문회 비슷하게 됐다. 아이폰이 계기가 되긴 했지만 종착점은 이용자 보호나 편익이 돼야 한다."

아이폰4 국내 출시에 맞춰 애플 '리퍼비시(Refurbish; 재생산품)' 제도가 새삼 도마에 올랐다. 14일 오전 10시 종로 서울YMCA 대강당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동전화 단말기 A/S(사후관리) 개선 토론회' 표적은 단연 '아이폰'이었다. 토론 패널뿐 아니라 청중 질문까지 KT에 집중되자 사회자도 결국 이렇게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 리퍼 제도 겨냥한 'A/S 가이드라인' 공개

KT와 애플은 지금까지 아이폰이 고장 나거나 파손되면 직접 수리해주는 대신 재생산품인 이른바 '리퍼폰'으로 바꿔줬다. 문제는 부품 교체 같은 간단한 수리조차 안 되다 보니 무상 보증 대상이 아니면 최소 29만 원에서 최대 83만 원에 이르는 리퍼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해 고객 불만이 적지 않았다.   

방통위에서 이날 공개한 '이동전화 단말기 A/S 가이드라인' 초안 역시 외산 스마트폰 사후 관리에 대한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었지만, 사실상 아이폰 '리퍼비시' 제도를 겨냥하고 있었다. 

하지만 KT가 한 발 빨랐다. 아이폰4가 출시된 지난 10일부터 KT가 위탁해온 사후관리 업무를 애플 A/S센터로 넘기고, 국내에서도 '부분 수리'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자연 이날 토론회도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김윤수 KT 공정경쟁담당 상무는 "그동안 아이폰 부분 수리가 안 돼 고객 불만이 많았다"면서 "아이폰4 출시와 함께 전국 60개 애플 A/S센터를 통해 부분 수리도 가능하고 KT 대리점에서 A/S를 맡기고 찾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부분 수리는 디스플레이, 케이스, 배터리, 모터 등 각 부분별로 부품 교체가 가능한 것에 한정될 것으로 보이며, 부분 수리가 어렵거나 이용자가 원할 경우 '리퍼폰'으로 바꿔주는 제도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김윤수 상무는 "그동안 리퍼비시가 마치 중고폰으로 바꿔주는 것으로 오해돼 곤욕을 치렀다"면서 "리퍼폰은 고칠 때 새 제품과 동일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남이 쓰던 중고품이 아니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10시 종로 서울YMCA 대강당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동전화 단말기 A/S(사후관리) 개선 토론회'
14일 오전 10시 종로 서울YMCA 대강당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동전화 단말기 A/S(사후관리) 개선 토론회' ⓒ 김시연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에선 이미 아이폰 부분 수리가 이뤄졌던 것에 비춰보면 한국은 늦은 감이 있다. 또 제품 구입 후 14일이 경과하면 신제품 교환이나 환불이 안 되고 무조건 '리퍼폰' 교환만 가능한 것도 여전히 숙제다.

최경진 경원대 법학과 교수는 "외산폰 보증 규정 자체는 국내와 다르지 않아 신규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외산폰 가입 시 리퍼폰 교환만 가능하다고 약정하게 하는 이유가 제조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냐"고 KT에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김윤수 상무는 "그렇다고(협상 문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도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적용하고 있고 부분 수리는 그동안 관련 법 조항이 있는 중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리퍼폰'은 중고폰?... 미국에선 정식 판매도

제품이 고장 나거나 파손되면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재생산품'으로 바꿔주는 '리퍼비시' 제도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많이 퍼져 있다. 특히 애플처럼 세계 각국에 일일이 수리 전문가를 파견하기 어려운 글로벌 IT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이 고장 나면 A/S센터에서 바로 고쳐주고 수리가 불가능하면 신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해주는 A/S 방식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겐 아직 낯설 수밖에 없다.

애플에선 리퍼 제품이 흔히 말하는 '중고품'이 아니라 신제품과 동일한 생산 공정을 거친 '재생산품'임을 강조한다. 반품된 제품에서 손상되지 않은 부품을 일부 사용하긴 하지만 케이스, 배터리 등을 새것으로 갈기 때문에 포장만 다를 뿐 새 제품과 구분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버리는 부품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설명도 빠지지 않는다.

 미국 통신사인 AT&T에선 아이폰4 리퍼 제품들을 정가보다 50달러 싸게 판매하고 있다.
미국 통신사인 AT&T에선 아이폰4 리퍼 제품들을 정가보다 50달러 싸게 판매하고 있다. ⓒ AT&T

실제 미국 통신사인 AT&T에선 현재 아이폰4 리퍼비시 제품을 정가보다 50달러(약 6만 원) 싼값에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2년 약정에 299달러인 32GB 제품은 249달러, 199달러인 16GB 모델은 149달러다. 정가보다 16~25% 정도 싸기 때문에 일부러 리퍼 제품만 찾는 이용자들도 많다. 현재 AT&T 홈페이지에선 아이폰뿐 아니라 노키아, 삼성, LG 리퍼 제품도 할인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리퍼폰'이 환영받지 못하는 건 '중고품'이란 편견 탓도 있지만 간단히 수리조차 무조건 리퍼를 받아야 하는 불편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사설 아이폰 수리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선 배터리 교체 등 간단한 부품 교체는 3~4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까지 수리비를 받고 있다. (관련기사: 아이폰 '리퍼' 받느니 돈 내고 고치겠다? )

외산폰 이용자 '동병상련'... "이통사-제조사 책임 떠넘기기"

그나마 리퍼 제도라도 정착된 아이폰 이용자에 대한 대우는 나은 편이다. 사용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목소리만 작을 뿐 RIM 블랙베리나 노키아, HTC, 모토로라 등 국내 외산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하나같이 A/S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산 업체들이 대부분 국내에 직영 A/S 센터를 두지 않다보니 외국에 수리를 맡길 경우도 있어 길게는 한두 달까지 걸리기도 한다.  

이날 발표된 '이동전화 단말기 A/S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이통사 대리점을 통한 A/S 접수 ▲가입 시 리퍼 제도, 유상 수리비 판정 기준, 단말기 보증보험 여부 등 제조사 A/S 관련 주요 내용 설명 의무화 ▲AS 비용 포인트 결제나 통신요금 합산 청구 ▲A/S 처리 최대 15일 이내 완료 ▲A/S 기간 동안 기능이 유사한 대체 단말기 대여 등 주로 외산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염두에 둔 내용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자체가 법적 강제성이 없어 이통사나 제조사가 제대로 지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제조사가 빠진 이통사만의 힘으로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면서 "이통사와 제조사가 제품만 팔고 사후 처리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할 게 아니라 소비자 지향 마인드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이폰#스마트폰#A/S#방통위#리퍼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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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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