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의문을 해소하기에 정부의 최종보고서는 여전히 미흡하다."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지속적으로 과학적 의문을 제기했던 재외 학자들이 13일(현지시각) 천안함 최종보고서를 반박했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 물리학과 이승헌 교수와 캐나다 마니토바 대학 지질과학과 양판석 교수는 이날 '정부의 최종보고서는 미완성, 모든 과학적 의문에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영문 반박문을 내고 "최종보고서는 이전 데이터와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아주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승헌·양판석 교수 "'1번' 글씨는 법정 증거로도 채택할 수 없는 수준"
반박문에서 두 교수는 정부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어뢰추진체의 '1번' 표식에 대해 지난 5월 20일의 발표에서 더 이상 진전된 설명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글씨에 쓰인 유성매직 원료인 '솔벤트 5'는 한국 회사 모나미에서도 사용된다"며 "'1번'은 북한 사람이 아닌 남한 사람이 쓴 것 같다"고 주장했다. '1번' 표기를 북한의 어뢰공격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법정에서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두 교수는 정부가 최종보고서에서 어뢰추진체의 '1번' 표기가 타지 않은 근거로 인용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송태호 교수의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송 교수는 열역학이론과 수치해석법 등을 통해 계산해 보면 1번 표식이 쓰인 어뢰추진체의 뒷면 디스크는 폭발 후 온도가 0.1℃도 올라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송 교수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 천안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합조단의
폭발실험 동영상을 이용해 반박했다. 그는 동영상에서 폭발 후 내부온도가 5000℃에 이를 때 나타나는 노란색 버블과 4000℃에 달할 때 보이는 빨간색 버블이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티엔티 360㎏ 규모의 폭발이 발생하면 4000℃의 고열이 발생하고 이 때 발생하는 가스 버블의 반경은 어뢰추진체의 길이보다 긴 7m에 이른다"며 "1번 글씨가 쓰여진 위치가 폭발지점으로부터 5.8m이고, 잉크는 350℃만 되어도 다 타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교수는 어뢰추진체의 부식 정도도 바다 속에 50일 동안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부식돼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흡착 물질 제대로 밝혀야...이달 말, 종합적 반론 제기
또 이들은 천안함 흡착물질에 대한 분석결과에 대해서도 정부가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6월 양 교수는 천안함 흡착물질의 에너지 분광(EDS) 분석 결과 수분이 40% 포함됐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천안함 흡착 물질은 합동조사단이 주장하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Al2O3)로 볼 수 없다"며 "합동조사단은 이 물질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양 교수의 분석 결과는 천안함 흡착물질이 어뢰 폭발의 증거인 알루미늄 산화물(Al2O3)이 아니라 알루미늄에 녹이 슨 상태를 의미하는 수산화알루미늄(Al(OH)3)이라는 것인데 정부의 천안함 종합보고서에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두 교수는 반박문에서 "정부의 최종보고서는 그동안 제기됐던 과학적 의문을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나 설명이 전혀 없다"며 "이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교수와 양 교수, 존스홉킨스 대학의 서재정 교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 비서관 등은 정부의 최종보고서에 대한 검토 작업을 계속해 이달 말경 종합적인 반론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