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이 <후플러스>, <김혜수의 W>를 폐지하고,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간대를 이동하는 개편안을 강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폐지 방침이 알려진 이후 MBC 내부는 물론 시청자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MBC 경영진은 폐지의 이유로 시청률과 광고수익을 들고 있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과 감시기능이 MBC를 다른 방송사와 차별화하는 가장 큰 경쟁력임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 더군다나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는 시사프로그램으로서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언론계와 시청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김혜수의 W>의 경우 인권적 시각에서 국제이슈를 추적해 전달하는 거의 유일한 지상파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폐지하면서 어떻게 MBC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실제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한다고 해서 MBC의 경영사정이 얼마나 나아질 지도 의문이다. 김재철 사장이 아무리 능력 없이 떨어진 낙하산 사장이라 해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가 없다. 결국 이번 개편의 목적은 MBC의 비판, 감시기능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이사들은 계속해서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공격해왔다. 한 이사는 공개적으로 <시사매거진 2580>, <뉴스후>, <PD수첩> 등 시사프로그램의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마찬가지로 KBS에서는 이미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등이 시간대를 옮기거나 폐지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김재철 사장으로서는 정부여당과 방문진 여당 이사들에게 내놓을 성과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번 개편안을 연임 결정을 앞둔 김재철 사장의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한편 MBC 경영진이 이번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로 '종합편성채널 도입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들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명박 정권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채널이 도입되면 지상파 독과점이 해소되고 여론다양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MBC처럼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시청률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종편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종편정책'의 허구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MBC 경영진은 오는 20일 개편안을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유능한 공영방송 경영진이라면 공익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발전시키는 동시에 건전한 경영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간 MBC 경영진이 MBC의 경쟁력을 어떻게 훼손해왔는지는 널리 알려진 바다. 김재철 사장과 MBC 경영진은 <후플러스>와 <W>의 시청률과 광고수익을 탓하기 전에 본인들의 경영무능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게 MBC의 가치를 살리고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언론사유화 저지와 미디어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