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마음이 먹먹하다. 17일 기사 한 꼭지 때문이다.
"우째 이런 일이"... 40대 가장, 생활고 비관해 아들과 투신지금 이 순간까지도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한다. 기사는 지난 12일 마창대교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한 부자의 사연이었다. 40대의 아버지가 생활고를 비관해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마창대교에서 투신 한 그 속사정을 보도한 기사였다.
투신장면이 찍힌 CCTV를 캡처한 사진을 보게 되면 아들은 뛰어 내리지 않으려고 한 손으로 다리난간을 꼭 붙잡고 있다가 아빠가 강제로 밀어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죽지 않겠다고 난간을 붙잡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끝내 다리밑 수십 미터 차가운 바다속으로 떼밀어야만 했는지 말이다.
그 어린 아들은 같이 그곳으로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자살하자는 아빠를 향해 얼마나 애원을 했을까. 난간을 넘어선 후 마지막까지 애원했을 그 어린 영혼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차마 놓치 못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난간을 꼭 붙잡았던 그 어린 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죽음이라는 공포를 모를 법한 강보에 쌓인 아기라면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4학년이면 알 것 다 알고 극심한 공포를 느꼈을 텐데,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같은 극단적 결정을 내린 아이의 아버지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
지난 일 주일여 사이에 이 같은 사건은 두 건이 더 있었다. 지난 9일에는 의정부에서 도박빚에 몰린 40대 가장이 이틀 동안 아내와 아들을 차례로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했다가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또 안양 동안 경찰서는 지난 16일 최모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최모씨와 재혼한 이모씨가 지난 5월 진도대교에서 다섯 살난 딸과 함께 투신자살한 바 있는데, 뒤늦게 이씨의 유서가 발견돼 최씨가 이씨와의 결혼기간 동안 극심한 폭력을 행사해 죽음으로 내몬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부모의 잘못된 선택과 관련, 아이들이 결코 원치 않았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사건들이다.
마창대교 자살 결심 아빠가 영화 '제이콥의 거짓말'을 보았다면?며칠 전 감동 깊은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유선TV를 통해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제이콥의 거짓말(Jakob The Liar)>이라는 영화였다. 영화는 지난 1999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후 국내에서는 2000년 개봉 되었다고 한다.
2차세계대전 당시 게토 지구내 유대인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제이콥이 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세밀한 정황으로 극한적 상황에서 심리묘사를 해나가는 영화다. 만약 12일 마창대교에서 자살했던 A씨가 자살을 결심하기 전 이 영화를 보았더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극심한 절망 가운데 처해 있다고 하여도 '희망'을 말하거나 들을 수 있다면 내일의 태양은 자신의 인생에서 새로운 시작의 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 <제이콥의 거짓말>은 그 장르는 코미디지만 결코 웃음만으로 넘길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는 그 시작에서 던져지는 메시지가 영화를 웅변하고 있었기 때문. 영화는 내레이션을 통해 영화의 내용을 규정 짓는 듯 했다.
"히틀러가 점쟁이에게 난 언제 죽냐고 묻자 점쟁이는 '유태인 경축일'에 죽는다고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아냐는 질문에 점쟁이는 '너 죽는 날이 곧 경축일이지'라고 했다." "어떻게 그런 살벌한 시기에, 감히 그런 농담을 할 수 있었냐구? 그게 유태인의 생존법이며, 유머만이 우릴 지탱해주지. 다른 건 독일에게 다 빼앗겼으니까.""우린 높은 철책의 게토 안에 갇힌 채, 수년동안 세상과 격리돼 살았어. 우린 사소한 것에서 위안을 찾았지. 썰렁한 농담, 희망적인 소식, 내 경우엔 게토 담장 옆에 앉아 한나와 첫 키스한 나무를 보는 거야. 근데 그 담 앞으로 모든 게 시작됐어. 한 장의 신문 때문에"라고 말하면서 그 막을 연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겨울, 폴란드에 거주하다 게토지역에 수용된 유대인 제이콥은 통행금지 위반으로 독일군 본부에 끌려 간후 '독일군이 자신들 게토지역에서 400km 밖에서 소련군을 무찔렀다'는 내용의 선전용 독일 방송을 듣게 된다.
당시 게토 지역에서는 외부와의 소식은 완전히 두절된 상태였다. 라디오를 소유하다 발각되면 국가반역죄로 사형에 처해질 만큼 엄격하게 뉴스를 통제하고 있었다는 것.
이럴때 독일군 본부에서 제이콥이 들은 폴란드 국경내에서의 소련군과 독일군의 교전소식(선전용 독일 라디오 방송은 물론 독일군의 승전을 보도했다)은 해석 하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제이콥은 다음날 독일군 한 명을 죽이고 자신도 죽을 결심을 하려던 그의 친구를 만류하는 다급한 상황 속에서 이 내용을 말한다. '소련군이 참전했고 이곳 게토 지역과 400km 떨어진 지역까지 진군했다'며 무모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만류했던 것.
이 사건을 계기로 제이콥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 그 다음날 자신의 말을 들은 친구를 통해 게토지역에 이 소식이 널리 퍼져 나갔기 때문. 덩달아 소식의 근원지로 제이콥이 라디오를 가지고 있다는 또한 함께 퍼져 나갔다.
언제 수용소로 끌려갈지 모르는 극단적 상황에서 하루 하루를 불안과 공포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게토지구내 유대인들에게 제이콥이 전한 교전소식은 커다란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조금만 참으면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기 때문.
제이콥은 이들의 희망을 꺾을 수 없어 거짓말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제이콥은 자신이 라디오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며 스스로 꾸며낸 상상속의 소식을 현실인양 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
제이콥은 '연합군과 교전한 독일군의 패배, 미군의 참전을 비롯해 종전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그의 상상속 라디오 소식 중계는 발전해 나간다. 이와 비례해 게토지구내 떠돌고 있는 이 같은 소식은 독일 비밀경찰에게도 전해지고 수사망은 점점 좁혀져 들어간다. 제이콥의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추석명절 험한 말보다는 '희망'을 말하면 어떨까?며칠후면 추석명절이다. 바쁜 일상생활속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일가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인 것. 하지만 만남속에서는 그동안 쌓였던 갈등 또한 불거질 수 있을 테다. 추석이나 설 명절 즈음 심심찮게 보도되는 가족간 갈등으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가끔씩 부부싸움을 하곤 한다. 나름 까닭이 있어 벌어지는 부부싸움이지만 그걸 목격하는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라고 한다. 부부간의 싸움에 대해 아이들은 '전장에서 전우가 죽는 것을 목격하는 것과 똑같은 충격을 느낀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그동안 못만났던 가족들과 함께 만났을 때 갈등이 있을 수도 있을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거짓말일지언정 '희망'을 말한다면 어떨까 한다. 아무리 자신이 처한 상황이 힘들다 하여도 '희망'을 나눈다면 그것이 곧 영화 <제이콥의 거짓말>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닌가 하기 때문이다.
오늘 자살을 결심할 만큼 힘들어도 지금 '희망'을 말한다면, 내일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첫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영화 <제이콥의 거짓말> 가운데서 나오는 '마지막 대사가 끝나기 전에 막은 내리지 않는다'는 대사처럼 인생은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이콥의 거짓말>이라는 영화를 찾아서 한 번쯤 보기를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