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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장군 갤러리 오백장군 갤러리 전경
오백장군 갤러리오백장군 갤러리 전경 ⓒ 이지훈

오백장군 갤러리 오백장군 형상석군과 오백장군 갤러리 전경
오백장군 갤러리오백장군 형상석군과 오백장군 갤러리 전경 ⓒ 돌문화공원 제공

거창하게 절필이라고까지 할 것도 없이, 이런저런 이유와 게으름을 즐길 요량으로 당분간 글을 쓰지 않기로 했었다. 그런데 몇 달 만에, 다시 펜을 들게 됐다. 그것도 '문화'와 관련된 주제 때문에.

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 필자가 굳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반드시 널리 알려져야 하며 기록으로 남겨야 할 중요한 '문화적 사건'이 제주에서 벌어졌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어떤 매스미디어도 이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를 베껴 요약한 예고기사를 제외하곤, 정작 지난 9월 9일 벌어진 그 놀라운 개관 현장을 소개하는 기사는 단 한 꼭지도 없었다.

특히 오백장군 갤러리 공연장의 개막무대로 펼쳐진 홍신자 무용극(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의 판타스틱한 무대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문화평론가들이나 문화전문기자들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어떤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기사를 다루지 않았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홍신자의 무용도 무용이려니와 대한민국 아니 세계 유일의 문화공연장으로서 진면목을 보여준 오백장군 갤러리 공연장이 소개되지 않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워, 뒤늦게라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됐다. 아마도 이는 개관식에서 받은 감동과, 개관을 위해 수년 동안 땀 흘리며 준비해 오신 여러분들의 수고에 최소한의 보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자연과 함께한다는 원칙 위에 제주의 정체성, 향토성, 예술성을 한껏 살려 조성하는 제주돌문화공원.

제주돌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하면서 조성하고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섬을 창조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신화의 테마를 100만평 대자연의 드넓은 대지 위에 신화와 예술로 빚어낸 가장 제주다운 공간으로 조성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마련된 제주돌박물관, 제주돌문화전시관, 제주의 전통초가, 신화의 정원 등은 제주의 형성과정과 제주민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돌문화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더하여, 지난 9일 '오백장군 갤러리'가 드디어 개관한 것. 2006년 7월 착공해 4년 만에 문을 연 오백장군갤러리는 총 사업비 186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 면적 6천830㎡ 규모로 지어졌다. 갤러리 내부에는 상설전시실 및 7개의 기획전시실 등 전시공간과 수장고, 공연장 등이 들어섰다.

지하 1층 상설전시실에는 제주도기념물 25호로 지정된 '조록형상목' 20점이 전시되고 있다. 2009년 3월 11일 탐라목석원(원장 백운철)에서 기증한 조록형상목들은 1969년에 서귀포 지경에서 수집된 것으로, 수백년동안 바위를 밀치며 땅 속 깊은 곳에서 생명의 잔해를 빨아올리다 지쳐 쓰러진 조록나무들의 오랜 세월을 버티고 남은 잔해(殘骸)가 놀라운 공간미(空間美)를 보여주고 있다. 상설전시실에 좌정한 조록형상목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하다.

오백장군 갤러리 조록형상목
오백장군 갤러리조록형상목 ⓒ 이지훈

기획전시실에는 제주돌문화공원의 5대 테마를 주제로 한 '돌, 흙, 나무, 쇠, 물'전(展)이 내년 1월까지 열린다. 이 5개의 소재 또는 주제를 가지고 향토성과 예술성을 지켜온 5명의 제주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먼저 '물(水)'을 주제로, 영상미디어와 미디어아트 기반의 문화예술 표현 기법으로 제작한 김형수 작가의 작품이 1,2,3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으며, '쇠(金)'를 주제로 한 이승수씨의 조각 작품이 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해녀와 물고기의 형상을 통해 바다 속에 들어와 있는 상상을 유도하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있음을 표현한 작품으로 가장 제주해녀다운 조각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백장군 갤러리 이승수의 해녀
오백장군 갤러리이승수의 해녀 ⓒ 이지훈

제5전시실에서는 '나무(木)'를 주제로 한 이은희 작가의 '줌치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닥나무에서 얻은 닥종이로 만든 한지를 물속에 담가 주무르고 치고 두들기는 과정에서 제주 자연의 색과 조화를 이룬 작품을 볼 수 있다. 고원종씨는 '흙(土)'을 주제로 한 도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7전시실에 전시되고 있는 고씨의 작품은 유약의 깊이와 문양의 단순함, 그리고 고졸미(古拙美)를 느끼게 한다. 마지막 테마는 '돌(石)'인데, 제주돌을 작가의 순수한 시선으로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강태길의 사진(6전시실)이다.

오백장군 갤러리 이은희 씨의 줌치공예 작품
오백장군 갤러리이은희 씨의 줌치공예 작품 ⓒ 돌문화공원 제공

이렇듯 오백장군 갤러리는 도내외 예술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한편 수준 높은 국내외 예술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다른 어느 전시작품보다 필자의 시선을 끈 것은, 바로 지난 9일 개관식 저녁(7시) 개관특별공연으로 마련된 홍신자씨의 무용극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 무용극'이었다. 홍신자씨의 판타스틱한 무대도 무대였지만 오백장군갤러리 공연장 자체가 바로 작품이었다.

오백장군 갤러리 공연장을 가득메운 관객들
오백장군 갤러리공연장을 가득메운 관객들 ⓒ 돌문화공원 제공

1부에서는 설문대할망의 제주탄생설화를 영상이미지와 함께 무용으로 표현한 홍신자씨의 신비롭고 황홀한 무대가 펼쳐졌고, 2부에서는 죽어서도 이어지는 할망의 모성애와 아들의 지극한 효심을 표현한 무대가, 무대 건너(?) 펼쳐졌다. 당대의 풍류가인 임동창의 피아노 즉흥공연이 실내에서 진행될 때, 설문대할망 역을 맡은 홍신자와 아들역인 그의 제자 이순이 무대 밖에서 공연한 것.

오백장군 갤러리 판타스틱한 홍신자의 춤사위(1)
오백장군 갤러리판타스틱한 홍신자의 춤사위(1) ⓒ 이지훈

오백장군 형상석 군 판타틱한 홍신자의 춤사위(2)
오백장군 형상석 군판타틱한 홍신자의 춤사위(2) ⓒ 돌문화공원 제공

오백장군 갤러리 공연 2부 말미 장면
오백장군 갤러리공연 2부 말미 장면 ⓒ 이지훈

오백장군갤러리 오백장군 갤러리 공연장
오백장군갤러리오백장군 갤러리 공연장 ⓒ 돌문화공원 제공

상상이 되시는가. 투명한 유리 배경 너머 제주곶자왈 숲을 배경으로 반딧불이와 함께 춤추는 홍신자의 춤사위가? 대한민국, 아니 세계 어느 곳에서 이런 공연을, 이런 공연장을 볼 수 있을까? 감동의 무대, 그 자체였다.

갤러리에 전시되고 공연되는 작품들도 그렇지만 오백장군갤러리 그 자체만으로도 관람객들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돌박물관에 필적할 만한 돌문화공원의 또다른 명물이 다시 탄생한 것이다. 돌문화공원 총괄기획자인 백운철, 그는 이제 무엇으로 다시 우리를 놀래킬 것인가? 또 다른 기대가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돌문화공원#오백장군갤러리#홍신자#백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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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부탄과 코스타리카를 다녀 온 후 행복(국민총행복)과 행복한 나라 공부에 푹 빠져 살고 있는 행복연구가. 현재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부설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장(전 상임이사)을 맡고 있으며, 서울시 시민행복위원회 공동위원장,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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