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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고 피해복구가 시작된지 한 나절이 지났지만 신월동 침수피해 현장에는 배수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비가 그치고 피해복구가 시작된지 한 나절이 지났지만 신월동 침수피해 현장에는 배수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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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내린 폭우로 양천구, 강서구 등 서울 곳곳에서 발생한 침수피해는 서울시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울시가 지난 23일 발표한 '서울시 중장기 수방대책'은 2007년에 이미 발표된 '수방시설능령향상 4개년 계획'을 재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존의 계획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이번에 발생한 재난은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었다는 것.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서울시의 중장기 수방대책은 이미 완료됐어야 할 2007년 계획을 재탕한 것으로, 지난 4년간 홍수 관리를 위한 시의 정책과 예산은 말 그대로 실종 상태였다"며 "2010년 계획은 관련 예산이 2007년 계획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고 하수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졸속"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의 홍수관리 정책의 실패에 대한 원인과 책임의 규명이 필요하다"며 "국회의 국정감사와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심도 깊게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계획 2000억 축소돼 시행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중장기 수방대책'은 하수도관 및 펌프시설을 현재 10년 빈도(시간당 최대 강수량 75mm)에서 30년 빈도(시간당 최대 강수량 95mm)까지 수용할 수 있게 상향 조정해 배수 용량을 높이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에 있는 111개소 펌프장 가운데 41개소의 증설을 2011년까지 완료하고, 나머지 70개소 중 저지대 지역 40개소의 증설을 위해 약 25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서울시의 수방대책은 2007년 '수방시설능령향상 4개년 계획'과 상당부분 겹친다. 당시 서울시의 계획은 '2010년까지 5500억 원을 투입, 빗물펌프장 52개소의 배수처리능력 30년 빈도로 향상 시킨다'는 것이었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빗물펌프장 52개소의 배수처리능력 향상은 2010년 하반기에 접어든 현재 완료 단계여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9개 펌프장만 증설을 완료했고 19개소는 공사 중, 나머지 13개소는 증설을 위한 설계단계에 머물러 있다. 증설을 개획했던 펌프장의 수 또한 당초 52개소에서 41개소로 축소됐다.

이같이 펌프장 증설이 축소되고 공정이 늦어진 이유는 서울시가 2009년 12월 사업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는 2011년까지 사업비 3596억원을 투입해 빗물펌프장 41곳의 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2007년 '수방시설능령향상 4개년 계획'에 책정된 예산에 비해 1900억 원 가량이 축소된 계획이 추진된 것이다.

주민들이 하수관 막아 침수?... 가양 펌프장 증설 안돼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수해피해지역을 찾아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수해피해지역을 찾아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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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서울시 물관리국 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것은 예산 문제 때문"이라며 "이번에 새롭게 발표한 계획은 2007년 계획을 재탕한 것이 아니라 기존 계획(41개소 증설)에서 펌프장 40개소에 대한 증설계획이 추가된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침수피해가 가장 심했던 양천구, 강서구의 펌프장 또한 30년 빈도의 용량으로 증설이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관계자는 "양천구와 강서구의 펌프장은 현재 가양펌프장이 증설 공사 중이고 나머지 펌프장은 설계를 마치고 곧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시 물관리국 관계자가 <연합뉴스>에 "양천, 강서 지역의 펌프장은 다른 지역보다 처리용량이 훨씬 크다"고 밝혔던 내용과 상이하다. 두 지역의 펌프장은 30년 빈도의 강수량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침수피해의 원인이 펌프장 용량 문제가 아닌 "주민들이 냄새가 난다며 도로변 하수관로 입구를 막아놓은 것이 침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배수로 설계도 국토해양부 기준으로 보면 2차로 수준"
10차로 광화문광장 물난리 난 까닭
'광화문 견인차들이 도착해 물에 잠긴 차들을 한 대씩 견인하는 중' (3755님이 엄지뉴스에 전송해주신 사진입니다)
 '광화문 견인차들이 도착해 물에 잠긴 차들을 한 대씩 견인하는 중' (3755님이 엄지뉴스에 전송해주신 사진입니다)
ⓒ 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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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이 생기기 전에는 물이 이렇게까지 찬 적이 없어요. 도로 가운데 큰 화단이 있어 나무가 많아 그쪽으로 물이 빠졌었는데 그걸 다 시멘트로 막아버렸으니..."


추석연휴, 광화문사거리 인근에서 11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윤아무개(54)씨는 광화문광장에 물이 찼다는 뉴스를 보고 부리나케 가게로 달려왔다. 1층에 있는 식당에 물이 들이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광화문에 도착했을 때는 도로에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 있었다. 윤씨는 "생천 처음 본 모습"이라며 "또 비가 많이 오면 어떡하나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의 상징적인 장소인 광화문광장이 물에 잠겼다. 서울시는 "3시간 만에 261㎖가 내린 500년 빈도로 역사상 최대 기록"이라며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말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을까? 방재분야 전문가는 이번 광화문광장 침수에 대해 서울시의 허술한 배수체계로 인한 전형적인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평화방송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광화문 일대의 침수는 광화문광장 조성 탓"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광화문에 가로수가 굉장히 많았는데 (광장을) 새로 조성하면서 전부 돌로 발라버려 물이 땅 속으로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졌다"며 "도로표면의 배수구의 숫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광화문 주위의 배수구가 국토해양부 기준으로 보면 2차로 설계도 기준으로 돼 있다"며 "현재 광화문은 8~10차로인데 상황과 맞지 않게 잘못돼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또 "가로수가 있으면 빗물을 머금어 물이 천천히 내려오게 되는데,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가로수를 다 없애 비가 한꺼번에 땅에 닿다보니까 홍수량이 더 많아졌다"고 지적한 뒤, "예산이나 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당장 정치적으로 생색내고 보기 좋은 것에 더 신경을 쓰지, 국가 기반 시설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24일 해명자료를 통해 "광화문광장 조성 전에 중앙에 심어져 있던 은행나무 29주 모두 광장내 보도에 이식했다"며 "광장의 홍수량이 더 많아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광화문광장의 배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노면수 처리를 위한 빗물받이, 맨홀 등도 설계기준치 이상으로 설치했다"며 "강우당일 광화문 일대 맨홀과 빗물받이 등에서 역류가 발생된 점을 볼 때, 이미 땅속에 있는 하수관 용량이 초과되어 도로침수가 된 것이므로 빗물받이 수량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태그:#서울시, #침수, #양천구, #강서구,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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