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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자전거라 속도가 느린 단점은 곧 도시 여행에서는 장점이었다. 느리니 그 만큼 찬찬히 보고 많이 볼 수 있었다. 웬만하면 옆길로 새고 많이 보자는 여행 목적과도 잘 들어맞았다. 작고 귀여운 자전거라서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자연스레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고 아이들이 태워 달라고 조르며 사진 모델이 돼 주었다" - 책 속에서

 

자전거로 유명한 김대홍 기자가 <도시의 속살> 이란 책을 펴냈다. 아차! 이젠 김대홍 작가인가? 아마 다시 만난다면 그렇게 불러야 할 듯하다. 

 

난 오랫동안 그를 기자라 불렀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모임 때 그를 처음 만났다. 그와 난 같은 시민기자 자격으로 모임에 참석했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 길을 헤치며 모임 장소에 왔다고 했다.

 

다시 만났을 때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가 돼 있었다.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서울 길을 누빈다고 했다. <오마이뉴스> 송년회 자리였다. 현재는 여행을 주업으로 삼는다고. 

 

<도시의 속살>은 참 한가한 책이다. 한가하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싶어진다. 어떤 사람은 이런 한가함을 '느림의 미학'이라 고상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 '느림의 미학' 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해 준다.

 

느림은 따뜻하다. 궤변인가? 아니다. 느리다는 것은 경쟁하지 않는다는 의미와도 통하기에 따뜻한 것이다. 경쟁을 하지 않으면 세상 모든 것과 친해 질 수 있고 있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사물이든. 친해지면 따끈따끈한 애정이 생긴다.

 

그래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머리와 가슴이 따뜻해진다. 김대홍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 세상을 돌아 보다 보면 자연스레 머리와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다.

 

김대홍 작가는 모든 사람이 세상이 빠름을 논할 때 과감하게 느림을 노래했다. 느리게 다니며 많은 곳을 보자고 웅변한다.

 

하지만 그는 책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절대 강조하지 않는다. 또 독자에게 어떤 사소한 강요도 하지 않는다. 느리게 살자고 하지도 않고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자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천천히 다니며 보고 들은 것을 찬찬히 보여 줄 뿐이다. 하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자전거를 타고 느릿느릿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면천 초등학교가 자랑할 만한 사실은 충남에서 가장 먼저 독립운동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1919년 3월10일 당시 면천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이 만세 운동을 벌였다" - 책 속에서

 

충남 당진군 면천면은 내 고향 바로 옆 동네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묻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면천 초등학교가 이런 역사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여태껏 알지 못했다. 김대홍 작가는 이렇듯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역사를 꼼꼼히 기록했다. 이것이 여행을 떠날 때 꼭 이 책을 들고 다니고 싶은 이유다. 녹색연합 김혜애 녹색 교육센터 소장은 <도시의 속살>을 이렇게 평했다. 한 번 들어보자 

 

"과거와 현재는 사실 공간으로 치자면 둘이 아니라 하나다. 물론 산이 있던 자리에 고속도로가 들어섰거나, 정감 있던 집들이 회색빛 빌딩으로 변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곳에서 수백 년 전, 혹은 수천 년 전 일어났을 어떤 사건이나 행복한 기억들이 우리에게 공감된다면, 그 공간은 특별한 생명을 갖게 될 것이다. 저자가 발로 써 내려간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어느새 역사의 한 순간 속으로 성큼 들어가 그들을 만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 책 속에서

 

김대홍 작가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고 지금도 도시에 살고 있다. 그리고 자기를 키워준 도시를 끔찍히 사랑한다. 오죽하면 도시를 살아있는 생명에 비유 했을까! 

 

이 책은 도시를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김대홍 작가 머릿속에 있는 도시를 한 번 살짝 훔쳐보자.

 

"어느 순간 '도시도 태어나고 자라고 늙는다' 라고 느꼈다. 5년 전 모습과 지금이 다른 것처럼 10년 전, 20년 전에도 틀림없이 달랐을 것이다. 더 시계를 돌리면 100년 전, 1000년 전 모습도 더듬을 수 있을 테고. 궁금했다. 도시에 대한 관심은 애초 향수에서 시작됐다. 어릴 때 살던 길과 집을 찾았다. 그곳은 골목이었다. 골목에 서면 딱지 치던 친구들, 정윤희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포스터, 도랑을 타로 흘러 내려온 장난감, 길을 막고 으르렁 거리던 개 등이 떠올랐다" - 책 속에서

 

김대홍 작가는 이렇듯 살아 펄떡이는 도시 스무 곳을 소개한다. 도시가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가는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준다. 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도시의 역사도 알기 쉽게 옛날이야기 하듯 기록했다.

 

이 책은 자전거를 타고 느릿느릿 다니며 도시의 속살을 애무하듯 여행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주름이 겹겹이 접혀 있는 오래된 도시에서 만난 구멍가게 아줌마, '짠' 하고 나타나서 막걸리를 사주는 정 많은 아저씨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에도 실려 있습니다.


도시의 속살 - 도시여행자 김대홍이 자전거 타고 카메라에 담은 우리 도시 이야기

김대홍 지음, 포토넷(2010)


태그:#도시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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