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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개통 완전 새 폰 12만 원", "포장만 뜯고 미사용 새 폰 팝니다"

 

중고 휴대폰 거래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개통폰' 판매글이다. 대부분 이통사에서 재고떨이로 푼 '공짜폰'들이지만 이 가운데는 출시 5~6개월도 안 된 '최신폰'이나 스마트폰도 적지 않다. 대리점에서 수십만 원 보조금까지 받아가며 개통한 휴대폰을 3개월 정도 기본료만 내고 보관하다 위약금을 내고 해지한 뒤 되파는, 이른바 '폰테크'다.

 

휴대폰 자주 안 바꾸는 장기 가입자만 '봉'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보조금 혜택이 이들 '폰테크족'에게 집중될수록, 단말기를 자주 바꾸지 않는 장기 가입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통사가 매년 수조 원을 들여 보조금 경쟁을 벌이면서도 정작 기본 요금이나 통화 요금 인하에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4일 이통3사의 부당한 '차별적 보조금'에 203억 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1인당 보조금을 27만 원 정도로 제한하는 대신 단말기 출고가 거품을 없애고 요금 할인을 유도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방통위 회의에선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에서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직접 제공하는 '제조사 장려금'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특히 국내 제조사들이 애플 아이폰에 맞서 스마트폰 점유율 경쟁을 벌이면서 단말기 출고가는 높게 책정하고도 이통사마다 장려금을 차별 적용해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도 출고가 거품-보조금 차별 '인정'

 

이날 SK텔레콤 관계자는 "신규 단말기가 나오면 시장에 프로모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사에서 장려금을 지급한다"면서 "삼성전자가 그 돈을 안 썼더라면 갤럭시S 가격이 5만~10만 원 정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엔 동의하지만 우리가 삼성전자에 그 돈을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사실상 '출고가 거품'을 인정했다.

 

KT 관계자 역시 "(삼성전자) 옴니아2의 경우, SK텔레콤에서도 KT에서도 출시했는데 제조사 장려금을 거의 SK텔레콤에 몰아줘 차별적 취급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제조사 장려금까지 포함한 보조금 상한 규제를 먼저 요구하기도 했다.

 

이통사에서 1~2년 일정 기간 가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단말기 가격을 할인해 주는 '약정 보조금' 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약정 외 보조금'도 문제다. 대리점에선 이통사에서 받은 단말기 판매 수수료(정책 장려금)와 가입자 모집 및 관리 수수료를 사실상 보조금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가입자 연령대나 번호 이동, 신규 가입 여부에 따라 차별 지급해온 것이다. 

 

방통위에선 이 역시 이통사의 차별적 영업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이통사에서 대리점에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XX에서 번호 이동한 가입자 모집하면 9만~12만원 장려금 추가 지급"이라는 영업 정책을 배포하면 대리점에선 시장 상황에 따라 단말기별 단가표를 작성해 이를 다시 판매점에 넘긴다. 결국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선 이 단가표를 토대로 고객과 흥정을 벌여 번호이동 가입자에겐 1000원짜리 '공짜폰'이 전달되는 것이다.

 

 

보조금 제한하면 폰테크 사라질까?

 

하지만 이번 보조금 제한 조치에 대한 단말기 판매업체 반응은 회의적이다. 방통위 눈치를 보느라 일시적으로 보조금이 줄어들 순 있겠지만 이통사와 제조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이 워낙 치열해 '공짜폰'이 사라지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부산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방통위 시정명령에 과징금 외에 대표이사 형사 조치나 영업 정지 같은 강력한 징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통 3사 가운데 어느 한쪽에서 치고 나온다면 언제든 보조금 경쟁이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 휴대폰도 고가 스마트폰처럼 보조금을 한꺼번에 지급하지 말고 매달 요금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폰테크'도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에서도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함께 아이폰4나 갤럭시S 등 고가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요금 할인' 방식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다만 현재 스마트폰 요금제 역시 거품 낀 단말기 가격에다 값 비싼 통신 요금에 바탕을 두고 있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말이 요금 할인이지 무료 사용량을 못 채우면 사실상 값비싼 단말기 값을 24개월에 나눠 내는 꼴이다.

 

보조금 경쟁을 줄이려면 우선 단말기 출고가와 통신 요금 자체를 낮추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요금 경쟁보다는 가입자 확보 경쟁에 매몰된 이통사와 판매량 늘리기에만 급급한 제조사뿐 아니라 이를 방치하는 방통위 역시 '폰테크' 족을 만드는 공범인 셈이다. 

 


태그:#보조금, #공짜폰, #요금할인, #폰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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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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