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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같은 야생오소리 서식지
▲ 야생오소리 서식지 땅굴 같은 야생오소리 서식지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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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뻗은 삼나무 길을 걷노라니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 고개가 숙여졌다. 저절로 위압감이 생겼다. 삼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에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폐타이어를 비집고 고개를 내미는 잡초의 무성함이 애절하다.

삼나무 숲길
▲ 숲길 삼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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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밭 이정표
▲ 고사리밭 고사리밭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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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길을 벗어나니 고사리 밭이다. 족은노꼬메 오름에 고사리 밭이 있었다니. 봄에 왔더라면 고사리를 꺾어 갈 수 있었을 텐데. 고사리 잎사귀가 오름등성이를 꽉 메웠다. 어우러진 잡초 속에서도 길이 나 있었다. 노꼬메 오름으로 가는 길과 족은노꼬메오름 가는 이정표가 잡초 속에 덩그라니 서 있다. 이정표를 보니, 우리 인생길에도 이정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갈래 길에서 좌우를 살피는 순간, 같이 온 일행이 숲속에서 돗자리를 깔고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숲의 향기와 어우러진 커피향의 달콤함은 길을 떠나 본 사람들만이 느끼는 맛이다.

야생오소리 서식지 안내판
▲ 야생오소리 서식지 야생오소리 서식지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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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774m, 비고 124m 족은노꼬메오름, 등반로는 경사가 심했다. 깊은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아뿔싸! 그런데 황토 흙구덩이가 보이는 게 아닌가. 동굴인가 싶었는데 야생오소리 서식지다. 해발 1,700m 산림에서나 서식하는 야생오소리. 야생오소리를 본적은 없다. 낮에는 굴속에서 서식하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활동을 시작하는 야생오소리는 조용한 지역에서는 낮에도 활동한다고 한다. 혹시 '조용한 숲속에 야생오소리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생오소리 보금자리를 들여다보니 땅굴 같기도 하고 두더지가 파놓은 굴 같기도 했다. 이 굴은 여러 개의 작은 굴로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야생오소리 굴에서는 여러 세대의 오소리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배수가 잘 되고 비탈진 곳을 좋아하며, 깨끗한 장소를 좋아한다'는 야생오소리의 습성을 볼 때 족은노꼬메 오름 이야말로 청정지역이 아닌가 싶었다.

족은노꼬메 오름에서 본 큰노꼬메오름
▲ 큰노꼬메오름 족은노꼬메 오름에서 본 큰노꼬메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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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올라가는 등반로는 띠풀과 억새가 우거져 있었다. 드디어 하늘이 보이고 족은노꼬메 오름의 형인 큰노꼬메 오름의 자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억새 숲을 헤치고 올라간 정상, '족은노꼬메오름'이란 명찰을 단 표지석이 외롭게 느껴진다.

띠풀,억새 어우러진 정상가는 길
▲ 정상가는 길 띠풀,억새 어우러진 정상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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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은노꼬메오름 표지석
▲ 표지석 족은노꼬메오름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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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본 한라산
▲ 한라산 정상에서 본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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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빠져 나가자 오름 위에 오롯이 떠 있는 백록담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드디어 베일에 가려졌던 두 개의 봉우리와 말굽형화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잡초 속에서 보는 세상은 그야말로 파란 하늘뿐이었다. 하늘만 보이는 족은노꼬메오름 위에 서니 왜 그리도 상쾌한지, 아마 '깨끗한 곳을 좋아한다'는 야생오소리가 사는 곳이기에 성쾌하지 않나 싶었다.  
 
족은노꼬메 오름
 족은 노꼬메 오름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산 138번지이다. 비고 774.4m, 표고 124m, 말굽형분화구로 노꼬메큰오름과 북동방향에 이웃한 오름이다.
족은노꼬메오름은 큰노꼬메오름에 비해 높이가 낮고 산체가 작으며 경사도 심하지 않은 오름으로, 가시덤불에 자연림에 가까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오름 정상은 남북으로 두 봉우리가 마주보며, 북서쪽으로 말굽형화구를 이루고 있다.
족은노꼬메오름 식생은 빽빽한 숲과 가시덤불이 우거져 있고, 숲 그늘에는 한라돌쩌귀가 산재해 있다. 

찾아가는 길: 제주공항-노형로타리-1100도로-어승생수원지-산록도로-좌측 인접한 궷물오름이 보임-경찰특공대 앞 주차장- 궷물오름 동쪽 목장 길을 따라 들어가면 오를 수 있다.


태그:#족은노꼬메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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