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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집회가 전면 허용된 지 약 3개월이 지났다. 허용 당시 한나라당은 "치안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대혼란을 우려했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리나라의 집회·시위 문화도 많이 성숙했다"며 낙관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지난 3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무질서한 행위나 폭력적 행위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지난 3개월의 경험이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한 입법시한이 지난 6월 30일로 만료됐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오는 30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야간 집회를 열 수 있는 시간을 제한(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집회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지난 임시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처리하지 못한 집시법 개정안을 또 들고 나온 것이다.

이러한 여당의 움직임에 맞춰 '집시법 10조 소멸 이후 야간집회 실태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이 토론회는 백원우 민주당 의원, 장세환 민주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과 인권단체연석회의가 함께 주최했다.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집시법 10조 소멸 이후 야간집회 실태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집시법 10조 소멸 이후 야간집회 실태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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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수면권을 걱정한다면 전 국민의 수면권 실태부터 조사하라"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는 '집시법 10조의 효력 상실 이후 밤샘집회가 많아져 수면권이 침해 받고 있고, 경찰력이 동원되면서 치안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G20 때 경호안전에 우려가 있다'는 한나라당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수면권 침해의 경우, 7월 한 달 동안 개최된 야간 집회는 299건인데 이 중 밤샘집회는 19건에 불과하다"며 "19건 모두 사실상 수면권과 상관없는 도심지나 공원에서 개최되었고 8월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수면권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며 "정말 수면권을 걱정한다면 전 국민의 수면권 실태부터 조사하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 교수는 "혹시 (정부와 여당이) 야간에 집회와 시위가 열리면 위험하다는 망상을 갖고 있다면 집회·시위가 '집단행동으로서 잠재적 폭도의 행위'라는 피해망상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야간 집회에 동원되는 경찰력 대폭 감소... "폭력적이지 않다고 인정한 셈"

경찰력 동원에 대해 박 변호사는 "2008년까지 평균적으로 집회 참가 인원 1명당 1.25명의 경찰력이 투입됐는데 지난 7월 야간집회에 동원된 경찰력은 1인당 0.19명에 불과하다"며 "경찰 역시 야간집회가 이전보다 훨씬 적은 경찰력으로도 관리될 정도로 폭력적이지 않다고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G20 경호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G20 특별법을 통해 필요한 경우 모든 집회를 금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그렇기에 G20 정상회의 안전을 위해 집회에 일률적으로 시간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상회의를 빌미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언로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G20을 내세운 것은 단지 핑계일 뿐 이면에는 집회를 금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박 변호사는 "한나라당이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근거로) 내세운 주장들은 모두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극단적 광장 공포증이 이러한 시도를 낳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오동석 교수는 "일정시간대에 집회와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려는 한나라당의 시도는 개정안이 통과된다한들 위헌판정을 받을 것"이라며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제한은 사전 금지가 아니라 사후 제한이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세환 의원 역시 "한나라당 개정안은 시간대만을 규정했을 뿐 헌재가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기존의 10조와 달라진 바가 없다"며 "국회에서 통과된들 절름발이 법안이 될 것이 뻔한 상황이므로 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며 한나라당에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금은 위헌적인 집시법의 다른 조항을 개정해야 할 때"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집시법 10조를 개정할 것이 아니라 사라져야 할 집시법 조항을 추가로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되었다.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경찰이 집시법 8조인 중복집회 금지 조항을 내세워 집회 금지를 통고한 것이 전체 금지 사례의 절반가량이나 되지만 신고된 집회의 미개최율은 97%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허위 신고된 집회가 많은데 경찰은 '중복집회'라는 이유만으로 집회 금지를 통보하는 일이 많다는 설명이다.

랑희 활동가는 "법 개정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중복집회가 신고될 경우, 우선은 경찰 측에서 집회 신고 주체와 만나 장소, 인원 등을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한 먼저 신고된 집회가 취소되면 금지 통보를 내린 집회라도 다시 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집시법, #야간집회, #10조 , #헌법불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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