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의 폭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아연실색할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수신료 '4,600원+광고 20%'안에 의견을 모으고 있고, 야당 추천이사들은 인상폭이 크다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28일 KBS 이사들이 연내 합의를 통한 인상안 결정에 합의했을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다(현행 KBS 전체 수익의 40%정도과 광고수익. 광고 20%는 곧 현재의 광고 50%정도를 줄이겠다는 취지).
당시 시민사회는 의결 시한을 정해놓고 한두 달 만에 어떻게 설득력 있는 인상안에 합의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의 근거와 전제의 충분한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 채 막바지에 이르러 인상폭을 놓고 숫자놀음이나 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그대로다.
여당 추천이사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광고시장의 파이를 불려 종편사업자를 배려하겠다는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있다. 여당 추천이사들의 주장대로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600원으로 올려도 KBS의 재원은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광고 20%(절반)에 해당하는 2500여억 원이 고스란히 광고시장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사회의 지적대로 조중동 종편의 광고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의 주머니를 터는 꼴밖에 안 된다.
이달 초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KBS 수신료 인상폭이 종편 광고시장의 변수"라며 수신료 인상의 목적이 조중동 종편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여당추천이사들은 이 지침에 따라 수신료 '4600원+광고 20%' 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9월 말을 처리시점으로 결정한 것 역시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이달 말까지는 방통위에 제안할 것으로 본다"는 최 위원장의 발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지금 KBS 여당추천이사들은 말 그대로 정권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 추천 이사들은 여당 추천 이사들이 낸 인상안에 대해 인상폭을 두고 실랑이를 하는 모양이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야당 추천 이사들조차 지난 공청회 과정에서 수렴된 국민적 여론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본질에서 벗어난 인상폭 논의에 휩쓸리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야당 추천 이사들도 명심해야 한다. '4600원+광고 20%' 안이나, 그보다 액수만 소폭 줄인 합의안이나 현 상황에서는 모두 국민적 지탄의 대상일 뿐이다. 졸속적인 타협안으로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KBS 이사회의 정략적인 수신료 인상액 합의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 KBS는 시민사회가 요구한 방송의 공정성 확보, 제작자율성의 보장, 민주적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 난시청 해소 및 무료보편적 서비스 강화 등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성의 있는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조중동 종편만을 위해 추진되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단돈 한 푼도 내어줄 수 없다. KBS 이사회는 되돌릴 수 없는 과오를 선택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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