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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안함 사고에 관한 '합동조사결과보고서'를 접하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에 대해 인터넷 매체에 글을 쓴 적이 있다. '감춰진 진실'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글이기도 했다.

 

나는 국방부의 조사결과 발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다. 국민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조사기관의 발표도 나왔지만, 그건 믿지 못하는 사람들 탓이 아니라 정부 탓이다. 의혹을 해소시켜 주지도 못하면서 의혹 자체를 불온시하고 타박하는 원시적인 행태는 더욱 우스운 꼴이다.

 

천안함 사건 '합동조사결과보고서' 발간에 따른 기자회견 장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윤덕용 민.군 합동조사단장 옆으로 보고서 책자들이 쌓여 있다.
천안함 사건'합동조사결과보고서' 발간에 따른 기자회견 장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윤덕용 민.군 합동조사단장 옆으로 보고서 책자들이 쌓여 있다. ⓒ 유성호

내 글을 읽은 사람들 중에는 나를 '종북 좌빨'이라고 매도하며 몹시 흥분하는 이들도 있다. 동료 문인 한 분은 내게 김정일을 '편들지 말라'고 일갈하면서 "이따위 글이나 쓰려고 글을 배웠는가? 절필하고 반성하여 자중하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글 쓰는 소설가가 다른 소설가에게 '절필하고 반성하라!'는 말은 극언 중에 극언"이라는 다른 문인의 지적도 있었지만, 이성적이고 차분한 논조의 내 글이 고도의 지성을 지닌 문인들을 그토록 흥분시켰다는 사실은 괴이하고도 해망쩍은 일이었다.

 

나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말을 싫어하고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좌파로 보이는 모양이지만, 스스로 나를 좌파라 여긴 적도 없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다만 '그리스도 측' 사람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나 역시 그런 자세로 살려고 노력한다,

 

내게 중요한 것은 이쪽저쪽이 아니라, '진실과 정의', '양심과 신앙'이다. 오로지 그런 눈으로 사물을 보고 판단하고, 그런 자세로 처신하고 행동할 뿐이다.

 

언젠가 같은 신앙을 가진 한 문인에게서 괴이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신도 천안함에 대한 정부 발표에 믿을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지만, 국익을 생각해서 믿기로 했다는 말이었다. '김정일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말도 덧붙였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김정일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김정일과 북한의 강경파를 도와주는 게 아닐까요?"라는 말을 했지만 그가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천안함의 진실'을 갈망하는 내 글이 김정일을 편드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천안함 사고를 빌미로 대북 압박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김정일을 도와주는 것임을 확신한다. 진정한 보수요, 우파라면 그런 것쯤은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진정한 보수와 우파는 경우 바르고 진실을 사랑하며, 온유함과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일 터이기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30일치 대전일보 문화면 칼럼 '한밭춘추' 난에 게재된 글입니다. 


#천안함#합동조사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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