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권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시위 진압에 '음향 대포' 투입을 계획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는 경찰장비규정 개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시위 진압에 '음향 대포' 투입을 계획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는 경찰장비규정 개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경찰이 '음향 대포'라 불리는 '지향성 음향 장비'를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30일 오전 경찰청 앞에서 '인권 위협하는 경찰장비규정 개정 규탄 및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청은 28일, '지향성 음향 장비(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를 가스차와 같은 수준인 '기타 장비'로 분류해 사용할 수 있게 한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온타리오 주 고등법원, '음향 대포'의 경고 기능 사용 제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음향 대포'에 대해 보도한 외신 기사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 고등법원의 결정문을 통해 장비의 위험성을 전했다.

지난 6월 보도된 <로이터통신>의 기사에 따르면, 이 장비에는 '방송' 기능과 '경고' 기능이 있는데, 방송 기능은 일반 메가폰과 비슷하게 사용되지만 경고 기능은 최대 음향으로 방송할 경우 고막파열이 우려된다. 기사는 이 장비가 최대 146dB(데시벨)까지 올라가는데 이는 바로 옆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같다고 지적했다.

온타리오 주 고등법원에서는 지난 6월, 시민단체가 제기한 '음향 대포' 사용제한가처분신청에 대해 '음향 대포'의 경고 기능 사용을 제한하는 결정문을 발표했다. 이때 고등법원은 '음향 대포'에 대한 실험 결과를 인용했는데, 이 실험에서는 90데시벨일 때는 30분 이상, 100데시벨일 때는 15분가량, 120데시벨일 때에는 수 초 안에 청각이 손상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온타리오 주 고등법원은 '음향 대포'가 시민들의 청각을 손상시킬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사용을 제한한 것이다.

경찰이 도입하려는 장비가 발사할 수 있는 최대 소음은 140데시벨, 경찰 측은 115데시벨 이하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소리가 큰 록밴드의 소음은 약 110데시벨이고, 120에서 140데시벨 정도의 소리는 사람이 듣기 고통스러운 정도이다.

"수면권 주장하며 야간집회 제한하더니 소음 피해 음향 장치 도입? 어불성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금껏 수면권을 주장하며 야간집회를 제한해야 한다고 한 경찰이 집회 참가자 외에도 주변 다수 시민들에게 큰 소음 피해를 줄 음향 장치를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굉장한 고음의 소리를 발산하는 장비로 인해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 등에 대한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탄 발언에 나선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경찰은 보이지 않는 폭력을 사용해 시위자들을 진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은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단순히 새로운 장비의 도입이 아닌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건물을 점거할 경우 다목적 발사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용산과 쌍용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마치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의 장비 도입 운영에 대한 통제 장치 마련 시급"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개정안의 법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박주민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경찰은 시민을 상대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율성보다는 안전성과 인권의 측면을 더 감안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법 체제에서는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아도 장비 도입이 가능해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따라서 경찰의 장비 도입 운영에 대한 관리 및 통제 장치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살수차도 무기로 분류하는데 현재 개정령을 보면 음향 장비가 단순히 기타장비로 분류되어 있다"며 "음향 대포도 신체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무기로 보고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 바로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50여 명의 경찰이 기자회견장의 한 편을 지키고 있었다. 김산 활동가는 "요즘 청소년 성범죄가 발생하는 등 여러 범죄가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와 있을 시간에 서민 치안에나 신경 쓰길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태그:#음향대포, #집회 시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