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29일 1박2일의 팸투어 일정으로 지리산길(둘레길) 주천-운봉, 인월-금계 구간을걷고 왔다. 숲, 사람,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길까지. 지리산 길은 세상과는 동떨어진 하지만 무엇보다 세상과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산림청과 사단법인 숲길에서 전국의 블로거들을 초청하여 진행되었던 이 행사는 지리산 길에 대한 인식을 높히고 대중들에게 숲길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자세를 바르게 소개하고자 마련되었다.
지리산길을 걷기에 앞서 인월안내센터에서 들르면 각종 안내책자, 지도 등이 비치되어 있어서 숲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숲해설가와의 동행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인월 안내센터 옆 주차장에는 얼마전 KBS <1박2일>의 방영으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빼곡히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지리산길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대중교통편이 확충되었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서 자가용을 이용하는 여행객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주차공간도 넉넉치 않고 어차피 느림의 미학을 맛보러 가는 도보여행지에 자동차를 이용한다면 여행의 의미도 반감하지 않겠는가? 바로 옆 인월터미널을 이용하는것을 추천한다.
인월 안내센터에 모인 팸투어 일행들은 신현주 인월 안내센터장의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지리산길은 국립공원을 보호하며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지리산을 정복하는 길이 아닌, 수직 수평의 시선으로 지리산을 바라보는 길이다. 또 환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어떤 곳에서 시작하여도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길을 걸을 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힘든 길이 될 수도, 좋은 길이 될 수도 있다. 지리산길은 80%의 사유지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마을의 문화 특색을 존중하고 사유재산 보호에 힘써주길 바란다."
"지리산길은 관광지가 아니다. 공정여행, 책임여행만이 지리산길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리산 길의 여행객들이 어떠한 자세로 여행에 임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생활공간에 침범한 침입자가 될 수도 있고 그들의 이웃,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정여행, 책임여행의 올바른 문화가 자리잡히도록 힘써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지리산길을 걷기 전에 조금 늦은 일행들을 기다릴 겸 잠시 장터에 들렀다. 장에 가면 그곳의 모든 것을 볼수 있다고 생각하여 종종 장에 가서 사람구경, 물건구경을 하곤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날은 장날이 아니라서 조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어르신들께 1박2일 방송 이후 여행객이 급증하여 불편한 점은 없는가 여쭈니 "불편할 것이 뭐시 있겄어~ 장사허는 사람들 돈도 많이 벌고 좋제!"라고 말씀하신다. 자자, 이제 장 구경도 다했겠다. 길 떠날 채비도 다 마쳤고 첫날 코스인 주천-운봉구간으로 발길을 옮겨보자고! 첫날 걷게 될 주천-운봉 구간은 <1박2일>에서 김종민이 걸었다던, 흔히들 1코스라고 찾는 구간. 하지만, 마을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정식명칭이라고 한다.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과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를 잇는 14km의 지리산길. 본 구간은 지리산 서북 능선을 조망하면서, 해발 500m의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6개의 마을을 잇는 옛길과 제방길로 구성된다.
구간별 주요 지명 : 운봉읍 - 옛 양묘장 - 행정마을 - 서어나무숲 - 가장마을 - 질미재 - 덕산저수지 - 노치마을 -회덕마을 - 구룡치 - 솔정자 - 내송마을 - 주천면.
운봉-주천구간은 옛 운봉현과 남원부를 잇던 옛길이 지금도 잘 남아있는 구간이다. 특히 10km의 옛길 중 구룡치와 솔정자를 잇는 회덕~내송까지의 옛길(4.2km)은 길 폭도 넉넉하고 노면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경사도가 완만하여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솔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안내센터 혹은 지리산길 누리집에 들르면 위와 같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 출처: 지리산길 누리집).
밭에서 일하시던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니 대뜸 광주 산다는 큰손자 이야기시다. "우리 큰손주가 광주에서 일을 헌디 돈도 잘 벌고~ 생긴 것도 겁나 잘 생겼어~ 아가씨는 올해 몇이나 먹었고?"라고 물으신다.
마을길을 걷다보니 문득 지난 달 들렀던 승촌보가 위치한 용산마을이 떠올랐다. 용산마을도 이곳만큼이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었는데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물길을 파괴하고 있으니. 이곳의 아름다움이 잘 보존되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주천면까지 약 2시간 반여의 걸음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노치 마을로 향했다. 노치마을은 백두대간과 지리산 숲길이 만나는 지점이며 백두대간이 지나는 유일한 마을이라고 한다.
한 가지 제안! 어느 마을에나 몇 백년된 나무 한 그루씩은 있기 마련인데 노치마을 뒤켠에도 500년 된 소나무 세 그루가 나란히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무수한 세월을 견뎌온 고목을 꽉 끌어안고 그 세월과 기운을 느껴보는것도 좋다. 나무를 안고 있노라면 내 심장이 뛰는 건지 나무의 심장이 뛰는 건지. 물아일체가 바로 이것 아니겠는가!
노치마을을 끝으로 첫날 일정은 모두 끝이났다. 처음 보는 도시아가씨가 건넨 질문에 '암시랑토' 않게 친히 응해준 어르신들을 만나고, 또 그들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길을 걷노라니 마치 오래만난 이웃마냥 내가 이곳에서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느낄 수 있었다.
지리산 길은 말 그대로 길이다.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 문화와 문화, 삶과 삶을 이어주는 '소통' 의 공간이자 '함께'인 공간이다. 지리산 길을 걸을 때는 자신의 마을과 생활 공간을 기꺼이 개방해준 마을 주민들께 감사 마음으로 걸어야 함을 다시 한번 당부해본다.
다음 편에서는 지리산길 두 번째 일정으로 인월-금계 구간과 지리산길을 걸으며 느꼈던 문제점과 바람 등을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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