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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을이네."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엊그제까지 더위서 살 수가 없었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었다. 여름이 영원히 계속 될 것만 같았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더위는 실종되었고, 대신 선선한 가을이 웃고 있다. 자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언감생심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이다. 때가 되니, 여름은 멀어졌다. 여름이 극성을 부리던 그 자리를 가을이 대신하고 있다. 사람이 왜 겸손해야 하는 것인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사람이 제 아무리 잘났다고 용을 써도 자연 앞에서는 미약한 존재일 뿐이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꽃이다. 가을꽃이 환하게 웃고 있다.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손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집안에만 있을 수 없었다. 엉덩이가 들썩거려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있어도 소용이 없었다. 꽃들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꽃 향에 취해 집을 나서니, 하늘도 어찌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구름은 이내 사라지고 햇볕이 쨍쨍하다.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꽃들의 모습에 취해 있으니, 시간 가는 것을 잊었다. 점심때가 되었다.

 

  "무엇을 먹을까?"

  "가을에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름진 음식이 좋지 않을까?"

  "그래. 오리 요리가 좋겠다."

 

기름진 음식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위에 지친 몸에 원기를 보충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금산사 오리 방죽 안으로 들어가면 오리 요리를 잘하는 음식점이 생각났다. 무릉도원을 꿈꾸면서 정성껏 음식을 해주는 곳으로 이름이 나 있다. 조금 멀기는 하였지만, 그 곳으로 결정되었다. 입에 맞는 음식을 먹으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자동차를 그 곳으로 향하였다. 음식점으로 들어가는 데에는 좁은 길을 꾸불꾸불 들어가야 하였다.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음식점 주변의 꽃들을 감상하였다. 주인의 오밀조밀한 성격이 고스란히 들어나 있었다. 옹기를 가지고 장식을 해놓기도 하였고, 정성들여 심은 꽃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맛은 혀로만 감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관을 총동원하여 감지할 수 있을 때 미식을 즐길 수 있다. 음식의 맛은 혀로 감지하여 즐길 수 있지만, 이것으로는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눈으로 즐기고 귀까지 밝아질 수 있어야 참다운 미식가라고 할 수 있다. 눈과 귀 그리고 혀와 촉감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을 때 진정한 맛을 누릴 수 있다.

 

오리 요리가 나왔다. 감칠맛이 혀를 만족하게 한다. 미각을 즐기는 일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의 중요한 한 부분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미식은 배를 채워 포만감을 느끼는 것하고는 거리가 있다. 오늘을 인식하면서 넉넉한 마음을 함께 누릴 수 있을 때 참다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지금 이곳에 충실할 수 있을 때 미식의 참맛을 취할 수 있다. 요리 오리를 음미하면서 如如한 실상에 대해서 생각하였다. 오리요리를 즐기면서 배를 채우는 것에 급급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였다.

 

미식의 중요한 관점은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다. 음식을 먹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삶의 본질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형이상학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가를 추구하는데 있다. 깊어가는 가을에 오리 요리를 통해서 나를 들여다보았다. 자아의 근원이 어디인지를 생각하였고, 가을을 좀 더 깊이 있게 누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혀에 전해지는 오리 요리의 감칠맛을 취하면서 가을을 만끽하였다, 깊어가는 가을에 오리 요리의 감칠맛을 마음껏 누렸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태그:#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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