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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에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 배식을 하고 있다.
 4일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에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 배식을 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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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찍어줘요. 9시 뉴스에 나오고 싶어요."
"저요! 제가 오늘 배식당번할게요."
"야! 너 왜 갑자기 머리 빗고 그래?"

4일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 6학년 한 교실. 오전에 스케이트장에 다녀와서 배가 고프다던 아이들은 카메라를 든 기자들을 보자 잔뜩 들떴다. 곧이어 하얀색 빵모자에 마스크, 노란색 앞치마를 두른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 눈치다. 곽 교육감은 20여 명 정도 되는 반 아이들에게 "안녕하세요, 방가방가"라며 귀엽게(?) 인사한 후, 급식배식을 시작했다.

"곽 교육감 취임하고 나서 배식행사에 참석한 게 대여섯 번은 될 것"이라는 한 카메라 기자의 말처럼 곽 교육감의 급식 배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배식 행사는 조금 특별하다. 현미찹쌀밥, 불고기 볶음, 콩나물 무침, 시래기 된장국, 귤 그리고 요즘 '금치'라 불리는 김치까지. 한 끼에 2200원이 조금 넘는 '친환경 급식'을 이곳 숭인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은 10월 들어 '공짜'로 먹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최초로 실시되는 '친환경 무상급식'이다.

"보도블록 교체비용 절감해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마련"

4일,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먹고 있다.
 4일,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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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는 2011년 2월까지 관내 24개 공립초등학교 6학년 3945명에게 점심시간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공립초등학교 1~5학년 2만3919명에 대해서는 친환경 쌀과 우수농축산물에 드는 차액을 보전한다. 여기에 드는 8억 1600만 원은 전액 구비로 마련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친환경 무상급식은 시대정신이라고 본다"며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이유를 밝혔다. 김 구청장은 "불필요한 보도블록 교체 비용 같은 낭비성 예산, 일회적 이벤트성 행사 예산 등을 절감해 예산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많이 먹어, 맛있게 먹어."

배식을 하는 곽노현 교육감의 손이 바빠졌다. 이날 아이들이 먹은 쌀은 충남 예산에서, 다른 식재료는 강서 친환경농산물 급식유통센터에서 가져왔다. 성북구는 우수한 쌀을 공급받기 위해 지난 8월 30일 '무상급식을 위한 친환경 쌀 선정 품평회'를 통해 친환경 쌀을 재배하는 5개 지역을 선정했다. 각 학교는 이들 지역과 자율적으로 계약을 맺어 친환경 쌀을 공급받을 수 있다. 지난 9월 30일 기자 설명회에서 김 구청장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국내산 친환경 식재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쌀부터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배식행사가 열린 학급의 담임 교사는 "그동안 급식비를 한 달에 3만 6000원에서 3만 7000원 정도 받았는데 이번 달부터는 아이들이 공짜로 급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며 "아이들도 그렇고 어머니들도 '왜 지금 했냐'며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반에 무상급식을 하는 아이가 몇 명 있었는데 지금은 똑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하게 된 것도, 친환경 식재료로 바뀌면서 아이들이 농약 걱정 없이 먹게 된 것도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급식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공짜밥이라 풀만 나올까 걱정"이라던 아이들도 식판을 깨끗하게 비웠다.

내년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오세훈 시장 미온적 태도로 '삐걱'

4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에서 열린 배식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4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에서 열린 배식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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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 1학년~5학년 학생들이 '친환경 급식'을 먹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 10월 1일부터 성북구 공립초등학교 6학년에게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1학년~5학년에게는 친환경 식재료 차액을 보전하고 있다.
 4일,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 1학년~5학년 학생들이 '친환경 급식'을 먹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 10월 1일부터 성북구 공립초등학교 6학년에게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1학년~5학년에게는 친환경 식재료 차액을 보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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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을 다 마치자 곽노현 교육감은 "국을 20분 정도 펐더니 팔에 마비가 오는 것 같다"며 '배식노동'의 어려움을 전했다. 앞서 곽 교육감은 이 학교 1~5학년을 대상으로도 배식행사를 진행했다. 그는 "김영배 구청장이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의 모범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이 식생활 교육, 농촌체험활동, 학교 텃밭 가꾸기 운동 등이 함께 병행된다면 더 좋은 교육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김영배 구청장은 내년 2월까지 공립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범실시한 후, 2011년 3월부터는 공립초등학교 전체 학년으로, 2012년 3월부터는 관내 중학교 전 학년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예산'. 현재 서울시·서울시 교육청·서울시의회·서울시 구청장 협의회 4자가 참여하는 '교육행정협의회'가 내년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 예산 마련을 위해 논의 중이지만, 서울시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내년도 무상급식 실시 예산 가운데 50%를 부담하겠다고 밝힌 상황. 곽 교육감은 "오늘 배식을 하면서 보았던 아이들의 환한 얼굴, 선생님들의 밝은 표정은 '차별적 유상급식'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편적 교육복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구청장 역시 "교육청이 50%를 부담할 경우 자치구가 10%를 부담하면 10억이, 20%를 부담하면 20억이 드는데 이번에 디자인 거리를 만든다고 성신여대 앞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데 40억 원이 들었다"며 "무상급식 실시는 예산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교육행정협의회는 오는 6일 마지막으로 실무협의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태그:#김영배 성북구청장, #성북구 무상급식, #곽노현 교육감, #친환경 무상급식, #교육행정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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