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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민주당, 경기 오산)이 전국 1763개 사립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의 2009년 학교회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한 마디로 "무늬만 사학"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재단전입금 '0원' 137개교, 학교운영비 지원 '0원' 1635개교 

우리나라의 사립학교 법인은 학교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내놓아야 한다. 법인이 학교에 내는 돈을 통칭해 재단전입금(법인전입금)이라고 하고, 그 중 교직원연금 부담금과 건강보험 부담금, 재해보상 부담금 같이 법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된 지원액을 법정부담금(법정전입금)이라고 한다.

전국 1763개 사립학교 중에서 학교법인에서 교직원의 사학연금부담금을 전입하지 않은 학교는 1330개교(73.4%)나 됐으며, 건강보험부담금을 전입하지 않은 학교도 463곳(22.3%)이나 됐다. 또한 재해보상부담금이 없는 학교도 1329개교(75.4%)나 됐다. 이 세 가지는 법정부담금으로 정부가 사립학교 법인에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사항이다.

사학법인의 재단전입금 ‘0원’인 학교가 137개교, 학교운영비 지원 ‘0원’ 1,635개나 되었다. 최소한의 법정 의무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사학법인의 재단전입금 ‘0원’인 학교가 137개교, 학교운영비 지원 ‘0원’ 1,635개나 되었다. 최소한의 법정 의무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 안민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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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법정부담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학교는 184개교이고, 이중 137개교는 재단전입금 자체가 0원이다. 재단전입금 자체가 0원인 학교는 서울의 경우 14.3%나 되는 53개교, 전북은 13.3%에 해당하는 16개교가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부담금 외에 학교운영금으로 법인전입금을 10원도 못 낸 학교도 1635곳(92.7%)이었다. 전북은 120곳, 경북은 174곳이며, 인천 51곳, 광주 74곳, 제주 16곳 등의 사학법인이 학교운영비를 내지 않았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데 부산 3곳(2.3%), 대구 9곳(9.7%), 전남 8곳(8.8%), 경남 7곳(4.5%)만이 10원 이상 학교운영비를 부담했다.

구체적으로 서울의 경우 충암학원이 운영하는 충암초, 충암중, 충암고는 세 학교 모두 재단전입금 자체가 하나도 없고, 최근 학교급식비 등 7억의 횡령으로 기소된 양천고 역시 재단전입금이 0원이다. 국제중인 영훈중을 소유한 영훈재단의 영훈초와 영훈고 역시 재단전입금이 없다. 최근 불법찬조금과 횡령으로 두 교장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도 재단전입금이 아예 없다. 동창회비 횡령과 급식비 부정 등 15억의 비리가 밝혀졌던 금천구 동일학원이 운영하는 동광초, 동일중, 동일여자전산디자인고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학법인들이 법으로 정해진 기본적인 법정부담금조차 내지 않거나 소액만 낸 결과 교육청 보조금과 학생의 등록금으로 이를 대신 납부하고 있었다. 2009년 1763개 사립학교 법인이 부담한 4대보험 부담금은 475억 6599만 원이었지만 사립학교가 최종적으로 납부한 금액은 2131억 8057만 원(22.3%)에 달했다.

사학 예산 중 재단부담 비율 1.7%, 법정부담금 부담률 22.3%

대한민국 사립학교 대부분이 기업으로 치면 퇴출 1순위 영세사학이라는 점은 학교 예산 중 법인 기여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체 1763개 사립학교의 2009년 학교회계 세입결산 총액 8조 8427억 중 사학법인이 전입한 총액은 1541억여 원으로 1.7%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98.3%에 해당하는 학교 세입이 국민의 혈세와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왔다.

학교 재정의 법인기여도가 경남은 0.4%, 부산과 대구, 광주는 0.6%에 그쳤다. 전국적으로 1% 정도만 사학법인의 기여분이고 나머지 99%는 국민 혈세와 학생 등록금이다.
 학교 재정의 법인기여도가 경남은 0.4%, 부산과 대구, 광주는 0.6%에 그쳤다. 전국적으로 1% 정도만 사학법인의 기여분이고 나머지 99%는 국민 혈세와 학생 등록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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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보면, 경남의 사학법인 기여도는 0.4%, 부산과 대구, 광주는 0.6%에 그쳤다. 그나마 경북 3.4%, 울산 4.3%, 전남 4.1%로 높았는데 이들 지역에 포항제철고, 울산현대고, 광양제철고, 제철고 등 자립형사립고가 있어서 이들 학교가 수십억의 부담금을 내면서 평균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빼면 다른 지역과 거의 차이가 없는, 1%도 안 되는 참혹한 수준이다.

외고는 좀 낫겠지? 외고가 더 심했다!

사립 외국어고는 일반적으로 재정이 튼튼한 이른바, 건전사학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립외고와 일부 자율형사립고의 재정 상태는 일반학교보다 열악했다.

특히, 입시율이 높아 소위 명문외고로 알려진 서울의 대원외고, 명덕외고는 아예 법인에서 학교에 전입한 금액이 단 한 푼도 없었다. 이외에도 대일외고, 서울외고, 인천외고, 과천외고, 안양외고, 중산외고는 다른 부담금은 전혀 납부하지 않고 건강보험금만 일부 전입했다. 18개 사립 외고 중에서 연금 부담금을 한 푼도 전입하지 않은 외고는 9개교였으며, 건강보험부담금을 전입하지 않은 외고는 5개교, 재해보상부담금을 내지 않은 곳은 12곳이나 됐다. 법정부담금을 모두 납부한 학교는 이화외고(11억 2286만원 전입)와 경기외고(구 명지외고, 2억 3718만원 전입) 단 2개교에 불과했다.

16개 사립외고의 학교 세입 총액 대비 법인전입금 비율(법인 기여도)은 전국 평균인 1.7%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인 1.1%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화외고 한 학교의 재단전입금 11억 2000만 원으로 나머지 17개 외고의 재단전입금 총액이 8억 6000만 원보다 훨씬 많았다.이들 외고 대부분은 학부모들로부터 엄청난 수업료와 수익자 경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립외고의 법정전입금 비율. 대원외고와 명덕외고는 아예 '0원'이고 일반사학 평균보다도 못하다. 이러고도 서울외고는 100억대 횡령, 대원외고는 21억 불법찬조금 등 사고를 쳤다.
 사립외고의 법정전입금 비율. 대원외고와 명덕외고는 아예 '0원'이고 일반사학 평균보다도 못하다. 이러고도 서울외고는 100억대 횡령, 대원외고는 21억 불법찬조금 등 사고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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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덕외고, 대원외고의 법인전입금은 0원이었고, 한영외고는 500만 원, 인천외고 950만 원, 중산외고 219만 원, 경남외고 880만 원밖에 되지 않았고, 서울외고는 1800만원 정도였다. 그나마 좀 사정이 나은 것으로 알려진 용인외고는 2000만 원, 고양외고도 5000만 원에 그쳤다.

사립외국어고의 학부모 부담금은 일반고에 비해 훨씬 높은데 반해 전입금 비율은 턱없이 낮다. 즉, 외고재단들의 학교재정에 대한 책무성은 낮은 대신, 철저히 학부모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돈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전 이사장인 아버지, 교장인 어머니, 현 이사장인 아들이 대를 이어 입시비리와 100억 원 대의 학교 공금을 횡령해 물의를 빚고 있는 서울외고, 학부모로부터 회식비 등의 명목으로 21억 원의 불법찬조금 모금으로 이사장이 물러나고 교사 전원에게 징계 요구가 내려지고 급기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원외고. 이처럼 외고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율형사립고는 모두 건전사학? 새빨간 거짓말!

2009년 재단전입금이 0원인 학교들
 2009년 재단전입금이 0원인 학교들
ⓒ 안민석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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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지정된 자율형 사립고는 재정적 자립, 즉 법인의 학교에 대한 재정투자를 지정 요건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자율형 사립고는 모두 건전사학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부 자율형 사립고는 일반학교보다 못한 재정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된 43개교 중에서 2009년 연금부담금을 전입하지 않은 곳은 13곳이었다. 건강보험부담금은 3곳, 재해보상부담금은 9곳이 전입하지 못했으며, 학교운영비를 한 푼도 전입하지 않은 학교도 43곳 중 27곳이나 됐다. 법정부담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학교운영비 지원은 꿈도 못 꾸는 학교가 63%나 됐다.

물론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 포항제철고(46억)과 광양제철고(42억), 기존의 중동고(21억), 신일고(16억), 이화여고(15억) 등 재정이 비교적 튼튼한 학교들도 있었다. 하지만, 세입 총액대비 법인전입금 비율(법인기여도)이 전국 사학 평균(1.7%)에 못 미치는 학교도 다수 발견됐다.

최소 전입금 자율형 사립고는 255만 원의 경신고(0.03%)였으며, 이밖에도 보인고(0.13%), 휘문고(0.91%), 선덕고(0.85%), 양정고(0.93%), 장훈고(0.70%), 경일여고(0.37%), 대건고(0.05%), 송원고(0.10%), 숭덕고(0.86%), 서대전여고(0.40%) 등이 1% 미만이었다. 이런 학교들이 어떻게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 받았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이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한 것은 교육 당국의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이런 현실에 대해 안민석 의원은 "법인의 수익이 미미하다고 하더라도 단 한 푼도 학교에 내지 않는 것은 아예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교직원의 급여는 물론, 건강보험·사학연금·재해보상 부담금 등 법인의 법정부담금까지 교육청과 등록금에 의존하는 법인이 온갖 권리와 자율성만 누리려고 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부를 제외하면 99%의 재정을 국민의 혈세와 학생등록금에 의존하여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니 사립학교라고 하기도 민망한, 이른바 '무늬만 사립학교'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태그:#사학법인, #법정전입금, #외고, #자율형사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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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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