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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저녁 충남 논산시 둔치공원 특설 세트장에서 열린 서기 660년 백제군과 신라군의 황산벌 전투 재현 공연.
▲ 재현된 황산벌 전투 2일 저녁 충남 논산시 둔치공원 특설 세트장에서 열린 서기 660년 백제군과 신라군의 황산벌 전투 재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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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년 전인 660년, 현재의 논산시 연산면 부근 '황산벌'에서 계백 장군이 이끄는 백제의 5000 결사대와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5만 신라군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다.

백제의 충신이었던 홍수는 수적으로 백제가 불리하니 당군은 백강에서, 신라군은 탄현에서 막고, 성문을 닫고 적군이 지치기를 기다렸다 싸우면 승산이 있다 했으나, 의자왕은 홍수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결국 전부 패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계백은 5000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에서 신라군과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했다. 백제군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4차례의 공방전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결국 신라 화랑 반굴과 관창 등의 활약으로 패배하고 만다. 이후 백제의 사비성이 함락되고, 의자왕은 당나라로 끌려가게 된다.

이 황산벌 전투는 백제의 운명을 결정짓는 마지막 전투로, 의자왕의 실정과 백제의 내분, 계백의 장렬한 전사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가장 비극적 전투로 기억되고 있다.

마치 영화 <황산벌>을 보는 듯했던, 논산천 세트

백제군과 신라군 병사들이 황산벌에 쓰러져 있다.
▲ 쓰러진 병사들 백제군과 신라군 병사들이 황산벌에 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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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황선벌 전투가 재현됐다. 황산벌 전투를 처음 재현한 것은 2008년 백제문화제였다. 당시 이 재현은 큰 호응을 얻었고, 이번 대백제전에서 다시 한 번 재현하게 된 것이다. 이번 재현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기존 재현보다 훨씬 커진 스케일이었다. 

이번 황산벌 전투 공연은 2일과 3일, 두 번 진행됐는데 이틀 다 날씨가 좋지 않아 관객의 입장에선 염려가 된 것이 사실. 하지만 모두 무리 없이 잘 진행됐다. 특히 첫 번째 공연 날에는 큰 비가 내렸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극적 리얼리티가 더욱 컸다는 평가다.

두 번째 공연날인 3일에도 날씨는 꾸물꾸물했고, 오락가락했다. 날씨가 안 좋아도 무조건 공연을 강행한다는 주최 측의 안내에 난 서둘러 논산천 둔치로 행했다. 날씨도 안 좋고 일요일 오후라서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란 내 생각과 달리,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논산벌 둔치에 생각보다 꽤 큰 세트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세트장 모습은 마치 이준익 감독의 영화 <황산벌>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공연의 내용에선 영화 <황산벌>의 코믹함과는 달리 비장함과 웅장함이 느껴졌다.

특히 화살을 폭죽으로 표현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참 장관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상 전투 재현 장면은 이번 재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음을 느끼게 해줬다. 어차피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1350여 년 전의 전투를 정밀하게 역사적으로 고증 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니 대백제전의 취지에 맞게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나름 큰 공을 들인 것 같았다. 1천명 이상의 인원과 30마리 이상의 말이 동원된, 4억 원이 넘는 대규모의 공연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그 취지에는 부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백제전 황산벌 전투 재현에서 아쉬웠던 점

충남 논산시 둔치공원 특설 세트장에서 재현한 백제군과 신라군의 황산벌 전투
▲ 황산벌 전투재현 충남 논산시 둔치공원 특설 세트장에서 재현한 백제군과 신라군의 황산벌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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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이번 공연도 몇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주차시설이나, 부대시설 등 관람의 편의는 차치하더라도, 공연 장소 선정 문제는 조금 더 신경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백제전이 열리는 공주나 부여가 아닌 논산에서 황산벌 전투가 재연된 것은 역사성을 더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황산벌인 연산면 일대가 아닌 논산시내 논산천 둔치에서 이러한 공연을 진행했다는 것은, 송덕빈 도의원의 지적처럼 '1회용 세트에 대한 예산 낭비'와 '논산에서 진행하는 명분'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황산벌에서 공연을 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백제 문화권에 대한 개발이나 보존 등에 문제가 많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올 초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대백제전이 어느 정도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 최근 개혁적 인사가 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이번 대백제적이 외형보다 내실에 더 신경 쓰기를 개인적으로 바랐지만, 거기엔 조금 못 미치는 느낌이다. 앞으로 대백제전이 막대한 예산만 투입한,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 만들기 식의 행사보다, 철저한 역사고증을 통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살리는 진정한 역사축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또 일본,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 등 백제가 가진 상징성으로 인해, 공주, 부여만 아우르는 축제가 아닌 백제의 모든 문화권이 중심이 되고 나아가 지역 통합도 이룰 수 있는 축제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덧붙이는 글 | 김종민 기자는 천안제일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태그:#대백제전, #황산벌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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