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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대연동 골목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들은 배추며 무 얼갈이배추와 열무도 잠시 만지작거리기만 했을 뿐 그대로 발길을 돌리고 만다. 할머니 한 분은 "우리 조상 대대로 풀만 먹고 살아왔는데 누가 고기를 달라했나, 국민에게 풀도 못주는 세상은 우리나라뿐"이라고 푸념을 한다.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얼 하느냐"고 하신다.

 

세상을 살아오신 할머니의 푸념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다. 50~60년대 보릿고개 시절 밥은 못 먹어도 산나물을 캐서 죽을 쑤어 먹고도 잘도 살아왔다. "풀이 없어서 못 먹는 나라가 국민에게 무슨 희망을 줄 것인가?"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도대체 권세 높은 사람들은 풀은 안 먹겠지 하시면서 그 사람들은 돈이 많으니 고기만 먹고 살겠지"라고 한다.

 

 

"배추가 비쌀 때보다 값이 조금 내리기는 했지만 아직도 부담스럽다"라는 말만 하고 돌아선다. "앞으로 두 달이 지나면 김장철이다, 그전에 채소 값이 예전 수준을 회복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리고 "금년은 김장을 적게 담겠다"고 한다.

 

채소가게 주인은 "요즘 배추 값이 비싸서 소비자들이 많이 사가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가져다 놓았다"며 "소비자들이 배추를 들여다보다가도 그냥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이어 "배추는 생물이라서 개인은 저장이 힘이 든다"면서 "안 팔릴까 봐 겁이 나서 못 사온다"라고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상인과 할머니의 말씀에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농민들의 호주머니가 채워지는 것도 아니다. 농가 상당수가 파종 직후에 평당 일정금액을 받고 산지의 중간유통 상인에게 배추를 넘기는 포전거래(밭떼기) 계약을 한 뒤에 배추 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중간 상인만 배 채우고 있다. 물론 중간상인들도 항변을 하고 있다. 밭떼기로 구입 한 후 늦장마에 배추농사 망쳤다고.

 

재배농가가 수확하기 전에 밭떼기 거래를 하는 것은 시세가 어느 정도에 형성될지 정보가 부족한 농민에게는 속수무책이다. 워낙 중간 상인들의 농간이 심하니까? 알고 당하는 것이 농민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쌀값처럼 배추 값도 일정 부분 가격통제를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농민들은 배추파종 후에 들어간 비료 값이나 수확 비용 등을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밭떼기거래는 불가피하게 거래하는 하나의 원인이다. 농민들은 값이 얼마가 될지도 모르고 농사를 지을 회전자금 확보를 위해 밭떼기로 넘겼는데 배추 값이 폭등했다는 뉴스의 호들갑에 농민과 국민만 바보가 되는 세상 국민은 봉인가?


태그:#배추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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