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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인 관료들이 재산문제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통념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게서 깨졌고, 선거를 치른 정치인들이 인사청문회에 강할 것이라는 생각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게서 무너졌다. 7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공직후보자들의 필수과목처럼 돼버린 재산증식과 병역문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물①-재산증식] 1년 총 소득 1억 1200만 원인데, 1억 1800만 원 늘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자료사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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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작전주'에 투자했다는 의혹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6일, 김 후보자가 2004년 보유하던 다른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당시 코스닥 신규 상장사인 통신장비업체 ㄱ사의 주식을 대량매입했는데 그 직후 이 주식이 급등했다면서 '작전'개입의혹을 제기했다.

관보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03년에 ㄱ사 주식 200주를 처음 매입했고 2004년에는 현대중공업 등 이른바 우량주를 처분하는 대신 550여만 원 상당의 ㄱ사 주식 9870주를 보유했다.

김 의원은 "ㄱ사 주가가 2005년에 3.6배(주당 565원 →  2050원) 올라 평가액이 2천만 원 상당으로 늘어났고, 2006년에 또다시 3.8배 가까이 급등하여 주당 7730원(2006.9.29)까지 상승했다"면서 "후보자가 9870주를 보유한 시점으로부터 무려 13.7배(주당 565 원→ 7730원)가 오른 것으로, 이는 확실한 내부정보를 취득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ㄱ사는 2006년 9월 이상급등 종목으로 지정된 뒤, 우회상장, 잦은 대주주 변경 등 전형적인 작전주 형태를 보이다가 지난 9월 13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며 "ㄱ사가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때, 후보자는 우즈베키스탄 대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해외에 있으면서 이 주식을 취득한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와 함께 "김 후보자가 2006년 재산신고 때 ㄱ사 주식의 가액을 2005년 12월말 종가인 주당  2050원을 기준으로 2023만 원이라고 신고했어야 했는데, 557만 원으로 기재했다"면서 "주식 급등으로 인한 시세 차익을 감추기 위해 허위로 재산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측은 "증권회사의 권유로 산 것이며 2006년에 분할매도했다"면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서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재산증식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부분도 있다. 김 후보의 재산은 2004년 8300여만 원, 2008년 1억1200여만 원, 2009년 1억1800만 원이 늘어났다. 공무원으로서는 재산증식 규모가 눈에 띄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2009년 재산 증가분 1억1800만 원 중 6400만 원에 대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 후보자의 지난해 소득은 본인과 차녀의 급여소득을 합쳐 1억1200만 원이고, 지출은 5800만 원으로 돼 있어 실제로 늘어날 수 있는 재산액수는 5400만 원에 불과한데, 1억1800만 원이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결국 스폰서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다.

김 후보자측은 이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로 감소했던 수익증권(간접펀드) 가격 회복(5천여만원) ▲봉급저축(4천여만원) ▲차녀 봉급(2천400여만원) ▲주식평가 증가(540만원)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장애물②-병역등급] 2년 만에 급작스럽게 발병한 선천성 턱관절 장애

병역등급 변경과정에 대한 의혹도 거세다. 김 후보자는 1975년 5월 징병검사에서 현재의 1급 현역인 갑종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76년 10월 외무고시(10회)에 합격하고 77년 3월 외무부에 들어간 뒤인 77년 10월에 다시 받은 징병검사에서는 '턱관절 장애'(부정교합으로 인한 하악골탈구)로 현재의 4급인 3을종 판정을 받고, 이에 보충역(방위)으로 14개월간 복무했다.

김 후보자측은 이 과정에 대해 "선천성 탈구인데, 1차 징병검사 때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다가 77년에 증세가 심해졌다"면서 "이에 따라 진단을 받고 보충역 판정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1975년 징병검사 때는 괜찮다가 2년 뒤에 증상이 심해졌다는 것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외무고시 합격과 병역등급 변경에 어떤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이에 더해  "일반적으로 선천성 '턱관절 장애-저작 장애'를 지닌 사람은 음식물을 제대로 씹을 수 없기 때문에 체중이 감소한다는 것이 치과 의사들의 전문 소견"이라면서 "그러나 김 후보자는 1차 징병검사를 받은 75년보다 턱관절장애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77년 징병검사 때 체중이 4kg이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4급(보충역)판정 인원 3만 3419명 중  김 후보자와 같은 '턱관절 장애'로 4급판정을 받은 0.001%수준인 3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병역등급 변경사유가 '선천성 탈구'라는 점에서, 현재 상태에 대한 진단서 제출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장애물③-다운계약서] 다운계약으로 세금 1392만 원 덜내... 정말 몰랐을까?

청와대는 지난 1일 김 후보자의 내정사실을 발표하면서, 그가 2004년 9월 일산의 아파트를 팔 때 '다운 계약서'(실매매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작성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공개했다. 이렇듯 스스로 다운계약서 작성을 밝힌 것은 "이미 오랜 기간 거주해 양도소득세 면제시점을 넘겼던 만큼 다운계약서 체결에 따른 세금 탈루액은 없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국토해양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김 후보자가 2004년 8월 구기동 빌라를 사는 과정에서도 다운계약서를 썼으며, 이를 통해 세금을 탈루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자가 이를 통해 취득세와 등록세, 농어촌특별세, 지방교육세 등 1392만 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면서 이는 전형적인 세금 탈루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허술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 의원은 김 후보자의 일산아파트 매도에 대해서도 실거래가는 4억5500만 원인데 계약서는 1억7000만 원으로 작성해, 거래상대방이 1653만 원의 세금을 탈루하는 것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 측은 빌라매수 다운계약서에 대해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계약서가 신고거래액보다 낮게 작성된 사실을 알게 됐는데, 당시엔 관행이었다고 하지만 세금차액을 곧 납부하겠다"고 시인했으나, 본인은 몰랐다는 부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운 좋은 김성환?... G-20, 국감 등으로 준비 시간 부족

그럼에도 김성환 후보자는 '운'이 좋은 편이다. 청와대가 내정사실을 발표한 지 불과 6일만에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의 차질없는 준비'라는 명분때문에 인사청문회 일정이 촉박하게 잡혔고,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국정감사까지 겹치면서 야당과 언론의 청문회 준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한미관계 올인'과 외교부 인사개혁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 2차관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근무하면서 이른바 '한미동맹 복원'작업을 해온,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중 한 명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나 김태효 청와대안보전략비서관에 비해 온건파로 분류되는 그는 지난 3월 언론사 주최 강연에서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에 대해 '께서',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에 대해 '후계자로 내정되신 분'이라고 존칭을 썼다가,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로부터 반국가단체의 수괴와 그 자식에게 왜 존칭을 쓰느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77년 외교부에 들어온, 뼛속까지 외교부맨인 그가 외교부의 인사개혁을 이뤄내기는 어렵다는 비판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청문회에는 김 후보자가 청와대에 있을 때 그의 밑에서 외교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김재신 외교부 차관보, 김태효 비서관,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가 증인으로 나온다.


태그:#김성환, #인사청문회, #김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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