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산시남구대연동 유엔평화공원에서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싣고 가다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용호동 김아무개(62)씨를 만났다. 때마침 흐린 날씨에 바람이 세차게 불지만 이마에는 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다. 신발 끈이 풀려서 고쳐매고 있다. 

김씨의 리어카에는 폐지, 공병, 고철 등 버리는 폐품을 주워서 수레에 잔뜩 싣고 대연동까지 30분 거리를 리어카를 끌고 온다고 한다. 용호동에는 폐지수집소가 없느냐고 하니 있긴 한데 돈 되는 종류만 골라서 싸기 때문에 김씨같이 아무것이나 가지고 오는 사람은 받지를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으로 끌고 온다고 한다.

 리어카에 온갖 고물이 실려 있다.
리어카에 온갖 고물이 실려 있다. ⓒ 황복원

하루에 얼마나 수집하느냐고 하니 2~3일 동안 수집하면 한 리어카를 한다. 그래봤자 값은 1만5000원~2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가정에 보탬을 하고 용돈을 쓴다고 한다. 답답한 집안에 있기 보다는 리어카를 끌고 밖으로 나오면 마음도 편하고 건강도 좋아진다고 한다. 이래봤자 배추 한 포기 값이 안 된다며 물가는 하늘 높이 뛰고 정부 정책은 굼벵이같이 기고 있다고 한다.

리어카는 얼마주고 구입했느냐고 하니 20만원 주고 새 것을 샀다고 한다. 아직 본전도 못 뽑았다고 한다. 폐지 수집해서 20만원 모으려면 한 달은 해야 한다.

 땀을 식히면서 바지를 손질하고 있다.
땀을 식히면서 바지를 손질하고 있다. ⓒ 황복원

때마침 건강문제가 나와서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왜 폐지를 수집하러 다니느냐고 물었다. 20년 전 허리를 다쳐서 큰 일은 못하고 그렇다고 아이들도 넉넉지 못한데 용돈 타서 쓰기도 좀 미안한 마음이 들고 움직일 수 있는 동안은 벌어서 용돈을 쓰겠다고 한다.

생활신조가 너무나 뚜렷하다. 빈둥거리면서 자식한데 용돈 받는다는 것이 김씨에게는 아직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 고향이 진주라고 한다. 어릴 적을 회상하면서 이까짓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힘든 농사를 지은 것 같다. 이 짓도 줍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슈퍼나 마트 같은 곳을 뚫어서 청소를 해 주고 수집하면 그래도 돈이 좀 된다고 한다.

 폐지를 수집해서 리어카에 실은 뒷모습.
폐지를 수집해서 리어카에 실은 뒷모습. ⓒ 황복원

김씨는 비록 리어카를 끌고 골목을 누비며 폐지 및 공병 그리고 고물을 주우러 다니지만 마음만은 부자 못지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도시 골목길에 버려진 고물을 내가 줍지 않으면 물론 다른 사람이 줍는다. 하지만 골목청소를 한다는 자부심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하겠다, 라고 하니 김씨는 정말 낙천적인 사람이다.

한편 골목에 버려진 고물을 청소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작은 행복으로 허리통증이나 쾌유하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골목길 고물을 청소하는 사람으로 영원히 남고 싶다고 하니 정말 마음만은 부자다.


#고물수집#리어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