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부 부부장으로 근무했던 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수사 청탁을 하고 건설업자로부터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MBC <PD수첩>에 의해 검사 스폰서 창구로 지목된 범죄예방위원회의 위원 위촉 기준이 사실상 재력(財力)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박우순 민주당 의원은 7일 서울고등검찰청 및 9개 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국 범죄예방위원회 지역협의회 회장단 58명 중 47명이 기업체를 운영중인 사업가"라고 밝혔다. 전체 인원 중 81%가 '사장님'인 셈.
박 의원은 이날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범죄예방위원회 지역협의회장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설업체 대표가 19명(약 33%)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체 대표(12명), 운수업체 대표(7명)가 그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활동 경력은 16년에 달했고 건설업체 대표인 전주지검 지역협의회장이 30년 8개월간 활동, 최장수 협의회장으로 꼽혔다.
또한 법무부가 전국 범죄예방위원회 지역협의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에 대한 직업 현황 및 전과 기록을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범죄예방위원회 위원의 경우, 공무원의 임용결격사유를 명시한 국가공무원법 33조에 의거, 위촉하도록 돼 있다.
박 의원은 "법무부에 전국 범죄예방위원회 위원 1만6331명에 대한 직업 현황과 전과 경력 현황 자료를 요구했는데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며 "공무원법 33조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위원을 위·해촉한다면서 정작 전과 경력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역회장단들의 직업만 보더라도 검찰과의 관계가 스폰서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함을 짐작케 한다"며 "대다수 위원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위원들의 검찰 유착관계가 드러난 이상 앞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할 수 있는 사업가 대신 교직자나 종교인, 각종 봉사단체 관계자 등을 위촉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검찰총장이 관계 끊겠다던 범죄예방위원회, 여전히 검찰청 내 존재"이주영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범죄예방위원 제도가 지역 건설회사 대표 등 유지들이 검찰 권력의 비호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범죄예방협의회의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일반국민들 보기에는 검사를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권력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지난 3월 위조수표 환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법무부 범죄예방위원 A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A씨는 의심을 받을 때마다 자신의 범죄예방위원 신분증을 보여주며 "수표는 검찰에서 보관하던 것이라 진짜"라며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어 "범죄예방위원회 전국연합회 부회장단 17명 중 30%에 가까운 5명의 부회장들이 건설사 대표였다"며 "범죄예방위원 협의회의 직업군이 특히 건설업자에 치중된 것은 애초부터 위원회의 일부 구성원들이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의원은 "검찰총장이 지난 6월 발표한 검찰개혁방안을 보면, '범죄예방협의회와의 관계를 끊고 검찰이 지원하던 업무를 폐지한다고 돼 있지만 확인 결과, 3개월이 지나도록 시정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현재 서울중앙·동부·남부·북부·서부·의정부·춘천·인천·수원지검 모두 범죄예방위원회 사무실을 검찰청 내 운영 중이고 각 사무실마다 3~4명의 직원이 상주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MBC <PD수첩>은 지난 6월 현직 범죄예방위원들의 증언을 인용, 범죄예방위원들이 지역 관할 검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명절·휴가 경비 보조금을 상납하는 등 사실상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보도, '스폰서 검사' 논란을 촉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