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0세계대백제전 수상공연 '사비미르'의 공연 장면 중 미르공주와 가물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
 2010세계대백제전 수상공연 '사비미르'의 공연 장면 중 미르공주와 가물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공주 사마이야기 마지막 공연… 쫑파티… 공장 굴뚝 수 못지않게 문화예술로 지역발전의 성과를 평가받는 도지사가 되겠노라… 글고 집에 가는 중이어요. 다들 너무 고생하셨어요. 감사."

지난 3일 오후 11시 40분경,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자신의 트위터(@steelroot)에 올린 글이다. 2만3천여 명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는 안 지사의 트위터는 지난달 17일 개막한 '2010 세계대백제전'을 홍보하는 유력한 수단이 됐다. 행사 이전부터 '세계대백제전의 성공 방안' 등을 물으며 팔로어들과 소통을 해온 안 지사는 행사 중에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행사 내용을 올리고 있다.

휴일도 반납하고 대백제전에 '올인'

앞서 안 지사는 행사를 앞두고 휴일도 반납한 채 서울역까지 올라와 홍보용 어깨띠를 두르고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대백제전 홍보전단을 돌리고 티켓예매 활동을 벌였다. 지난달 21일에는 대백제전이 열리는 부여 백제문화단지로 포털사이트의 유명 파워블로거단을 초청, 블로그를 통한 대백제전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지난 두 달여를 그야말로 대백제전에 '올인'했다. 성과는 관람객 수에서부터 나타났다. 대백제전 입장객이 개장 17일째인 지난 4일 200만 명을 돌파한 것. 하루 평균 12만2천여 명이 행사장을 찾은 셈이다. 행사 조직위는 폐막일인 오는 17일까지 목표 관람객 260만 명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관람객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유료관람객이 30%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흠으로 지적됐다. 상당히 긴 행사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수상공연 등 일부 공연예술을 빼면 볼거리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관람객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안희정 도지사는 "지난 12년 동안의 백제 역사문화 재현단지 사업의 완공을 알리는 행사이고, 그것을 통해서 신라와 백제, 백제의 수도 공주와 부여, 또 백제권이라는 충청남도가 국민들에게 인식되어지는 데에는 크게 기여한 행사"라고 평가했다.

안 지사는 또 "시야를 넓혀서 조선 600년이라는 600미터의 역사로부터 2000미터의 역사를 바라보게 만드는,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이 뼈대 있는 집안이 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역사문화 축제의 콘셉트이고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내 최고의 배우와 최첨단의 무대디자인이 어우러진 수상공연은 서울 사람들을 일거에 촌놈으로 만들었다"며 "금강 지역에서 품격 있는 행사들을 봤다는 것 자체가, 또 그런 행사를 진행한다는 자체가 지역 주민들과 문화발전에 큰 기여이고, 또 그런 부분이 많은 (지역 경제 발전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 도지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4일 충남도청 도지사실에서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안 지사와의 일문일답 요지.

"주민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하기 때문에 성공했다 평가"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 대백제전 행사가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당초 관람객 유치 목표인 260만 명을 넘어서 300만 명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중간 평가를 한다면?
"지난 12년 동안의 백제 역사문화 재현단지 사업의 완공을 알리는 행사고, 그것을 통해서 신라와 백제, 백제의 수도 공주와 부여, 또 백제권이라는 충청남도가 국민들에게 인식되어지는 데에는 크게 기여한 행사라고 생각한다. 그 기여를 목표라고 한다면 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 상당히 긴 행사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로부터 수상공연 등 일부 공연예술을 빼면 볼거리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많은데.
"어찌됐든 역사문화를 소재로, 백제 역사에 대한 토론회 등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여와 공주, 낙화암, 사비성, 웅진성, 1400년 전의 백제 등의 다양한 소재를 가진 행사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백제의 궁터를 복원한 재현단지, 백제 역사를 토대로 한 수상공연, 백제시대의 아시아 교류 역사를 기록한 교류역사관과 퍼레이드, 지역 주민들이 공연에 함께 참여하는 지역 읍면별 퍼레이드 축제를 관람했다.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하기 때문에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 지역 축제에 대한 외부에서의 평가와 달리, 지역에서는 지역민들의 참여, 특히 지역경제에 이바지 하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 같은데.
"그렇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역사는 사색당파, 그래서 식민지가 되어버린 조선패망 600년의 역사로 기억한다. 유적이라는 것이 사찰 외에는 경복궁이라는 조선시대 건축물 밖에 없다. 20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치고는 너무 빈약하고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식민지의 잔재다. 식민지 때 우리의 역사를 깡그리 뭉개고 훼손하고, 심지어 일제 강점기 때 백제문화권에 대한 발굴 작업을 많이 했다. 일제 식민지 기간에 우리의 역사문화 유적이 굉장히 크게 훼손됐다. 시야를 넓혀서 조선 600년이라는 600미터의 역사로부터 2000미터의 역사를 바라보게 만드는,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이 뼈대 있는 집안이 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역사문화 축제의 콘셉트이고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충분히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 이번 행사가 성공했다고 평가했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난 12년 동안 꾸준히 준비해온 재현 단지의 대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지역축제이든 12년간 준비해온 행사는 없다. 물론 이 행사는 56년 전부터 준비해온 구력 있는 행사다. 이에 아울러 재현단지라는 12년의 대역사가 오픈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국민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었다.

또한 국내 최고의 배우와 최첨단의 무대디자인이 어우러진 수상공연은 서울 사람들을 일거에 촌놈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본 사람이 첨단이고, 못 본 사람이 촌놈이다. 그런 점에서는 금강 지역에서 품격 있는 행사들을 봤다는 것 자체가, 또 그런 행사를 진행한다는 자체가 지역 주민들과 문화발전에 큰 기여이고, 또 그런 부분이 많은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 특히 이번 행사의 경우 안희정 지사가 직접 트위터 계정 등을 운영하면서 적극적인 홍보를 벌였는데.
"오프라인 상으로도 전단지 많이 돌렸고, 우리 직원들도 많이 나섰다. 파워블로거들도 많이 나서주셨다. 트위터나 개인 이메일 통해서도 열심히 퍼 날랐다. 인터넷 홍보 효과의 위력은 대단했다. 여기에 지역의 기관장들과 도청조직이라는 게 간단한 조직이 아니더라. 유관 기관들, 학교, 군부대, 해외 대사들, 기업들…. 곳곳에서 도가 조직력을 발휘해 이 행사에 주목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도청직원들이 그 바쁜 와중에도 티켓을 열심히 판매해줬다."

"국가나 지역이라는 이름의 패권적 의식의 독 빼야"

2010세계대백제전 수상공연 '사비미르'의 공연장면.
 2010세계대백제전 수상공연 '사비미르'의 공연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 행사 준비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굉장히 다양한 직업 분야에 계신 분들이 트위터를 통해 충고를 해줬다. 예를 들어, 유엔의 국제관광기구에서 근무하는 어떤 분은 G20회의 때 국제관광회의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얘기 해주고, 스마트폰의 앱 개발자는 세계대백제전에 맞는 앱 개발을 도와주겠다고 하고, 스토리텔링 작가가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계속 올라왔다. 저에게는 굉장히 보람이었고, 또 한편에서는 마음속으로 '도지사 잘 뽑으셨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일이었다.

그들이 저에 대한 정치적 지지자라고 보기 어렵다. 어떤 분인지 모르니까. 다만 도지사가 역사문화라는 소재를 가지고 열심히 홍보를 하고 다니니까, 그 분들의 입장에서는 제가 긍정적으로 보였나보더라. 요새 이명박 대통령도 그린 녹색 성장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는데, 역시 그린 녹색 성장의 핵심은 역사문화를 소재로 한 관광 사업이다. 그게 지역 발전의 큰 동력이 된다. 역사문화와 예술로 지역 산업과 지역 경제의 발전에 동력을 만들어보고 싶고, 그런 것으로 평가받고 싶다.

아버님 세대에는 밥 세끼 해결하는 운동을 했다면 우리는 지금 마음의 풍요를 이뤄야 할 시대에 왔다. 그 마음의 풍요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양식이 역사와 문화 아닌가. 그래서 그 역사와 문화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잘 축적돼 있으면, 뼈대 있는 집안의 자녀가 시집장가 잘 가듯이, 역사문화가 잘 축적돼 있는 지역 브랜드가 훨씬 더 많은 투자유치 등 기회를 얻어낼 수 있다. 이런 게 역사문화의 힘이다."

- 이번 대백제전을 위해 조성한 수상공연장과 관련 문화재 전문가들과 환경단체에서는 영구시설물이 되서는 안 된다며 대백제전을 끝으로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입장인가?
"실질적인 토론을 서로 했으면 좋겠다. 그 강변에 와서 조성된 공간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서로 실질적인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 제가 봤을 때는 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 검토를 해봐야지 않겠나."

- 세계대백제전 이후 경주문화권을 뛰어넘는 백제문화권의 정체성을 확립한 뒤, 범(汎)백제문화권에 대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구체적인 계획과 이 사업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 달라.
"백제문화권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12년간 재현단지를 중심으로 한 사업이 1차로 끝나는 것이다. 지금 안동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권 사업이 굉장히 오랫동안 큰 규모로 투자되어 왔다. 영남학파와 기호학파로 나뉜다면, 논산에 있는 기호학파의 유교문화권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를 발견하고 보존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내포문화권, 백제문화권, 기호학파의 유교문화권을 백제권의 문화예술의 기본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하나만 더 덧붙이면, 저는 이 역사에 대해 국가나 지역이라는 이름의 패권적 의식의 독을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 땅에 사람이 살고 있을 뿐이다. 지난 역사는 이민족의 침략이나 땅 따먹기 고대국가의 싸움에서 자기를 뭉쳐내기 위한 역사였다면 이제 21세기 역사는 땅 위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을 지역과 국가라고 이름 지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이뤄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역사와 문화를 통해서 백제권이 단결해주기를 바란다. 형제애, 박애, 연대, 협력의 정신으로 단결해라. 그래야 사람 사는 세상으로 따뜻해진다. 국가재정, 기업의 경제적 번영만으로는 사람 사는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연대공동체만이 지역공동체를 완성한다. 이런 것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대의 정신을 높여주게 될 것이다. '이마트 가서 조금 싸게 살래? 재래시장가서 도움을 줄래?' 이런 식으로 높여줄 것이다. 그런 것이 역사 문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태그:#안희정, #대백제전, #2010세계대백제전, #안희정 트위터, #지역축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