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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8대 서울시의회 개원식에서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7월 13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8대 서울시의회 개원식에서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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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뉴타운 사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시의회가 '막개발 촉진' 위험이 있는 조례 통과를 추진 중이다. 그것도 민주당 시의원들이 주축이 되어서다.

지난 8월 20일 시의원 11명(민주당 9명, 한나라당 2명)은 뉴타운 지구 내 재정비 촉진구역 지정요건 가운데 '노후도'를 60%에서 48%로 완화하는 조례를 발의(최조웅 시의원 대표발의)했다. 해당 구역 내에 노후하고 불량한 건축물이 절반이 채 안 돼도 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재개발 조건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멀쩡한 지역까지 개발하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재개발 예정구역 지정된 지역은 사업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뉴타운 사업 시행대상 구역은 크게 뉴타운 재정비 촉진구역, 존치정비구역, 존치관리구역으로 나뉜다. '재개발 사업 예정 지역'인 존치관리·정비구역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재개발 사업 가능한 '재정비 촉진구역'이 되는 것인데, 지난 7월 15일 서울시는 '노후도 60% 이상'을 충족시킬 경우에만 재개발 사업을 허용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을 시행했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주거지에서도 재개발 사업이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최조웅 시의원(민주당, 송파6)이 대표 발의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이 노후도를 48%까지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존치관리·정비구역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이들 지역이 좀 더 빨리 촉진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 그 이유다. 최 의원은 지난 9월 7일 도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서민들의 어려움을 같이하고 눈물을 닦아주고자 하는 의미에서 이런 조례 개정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존치구역에 사는 주민들의 경우, 집을 고치다 보면 노후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태풍이 심하게 불어도 고치지 못하고 침수가 많이 되어도 수리하지 못하는 등 사적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어차피 촉진구역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착공까지는 5~10년 가까이 걸리는 만큼, 이미 뉴타운 사업 예정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빨리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노후도는 시간만 지나면 충족되기 때문에 그 시기를 1~2년 앞당겨 주자는 것이다.

이어서 최 의원은 해당조례 제안의 법적근거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들었다. 지난해 9월 3일 국토해양부는 해당 개정안을 통해, 재개발 사업의 노후도 요건을 현행법(60%)의 20% 내에서 시·도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노후도 기준을 '50% 이상'으로 낮춘 바 있다. 

현재 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는 도시관리위원회 일부 위원과 서울시의 반대로 인해 '보류' 처리된 상태. 하지만 신원철 도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는 12일 20%까지는 아니고 10% 정도 노후도를 완화하도록 조정해서 (해당조례가) 상임위 회의에 재상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60%의 10%가 완화될 경우 노후도 기준은 54%가 된다. 해당지역에 노후하고 불량한 건축물이 54% 이상 있을 경우 재개발을 허용하는 것이다.

"48% 노후했다고 52% 양호한 건축물 철거는 사회적 자원 낭비"

답십리 뉴타운 주택가(2009년 12월 8일 오후 촬영)
 답십리 뉴타운 주택가(2009년 12월 8일 오후 촬영)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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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의 '노후도 완화' 움직임에 대해 서울시는 '절대 반대'라는 입장이다. 최영수 서울시 주택본부 주무관은 "재개발 사업은 법에서 정해져있는 목적이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되어있는 곳을 정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노후도 48%라고 하면 양호한 건축물이 52%가 넘는다는 건데 이를 불량한 지역이라고 개발을 한다는 건 재개발의 법적인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52%의 양호한 건축물까지 철거하게 되는 것은 사회적 자원의 낭비"라고 강조했다.

신원철 위원장이 제안한 '노후도 54%안'에 대해서도 최 주무관은 "정비사업이라는 게 불량한 건축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60%라는 기준도 높은 게 아니"라며 "10%를 완화하든 20%를 완화하든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서 최 주무관은 조례안이 개정될 경우 발생하는 실익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노후도가 변경된다고 해도 실제 적용되는 곳은 얼마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후도가 48%로 완화될 경우 재개발 구역으로 전환될 수 있는 지역은 2010년 기준 3개 구역(중화 2구역, 마천 2구역, 방화4구역), 2011년 기준 5개 구역(중화 2구역, 중화 3구역, 마천 2구역, 신정 7구역, 방화 4구역)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해당조례를 발의한 최조웅(민주당, 송파6)·류수철(한나라당, 송파5)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한 '마천 2구역'은 2010년 기준 노후도가 53.6%다. "민원 해결을 위해 조례를 발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최영수 주무관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노후도 조건 충족의 문제는 어차피 1~2년 후면 해결이 되는 민원이기 때문에 조금 더 큰 눈으로 보고 판단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저 지역은 풀어주고 우리지역은 왜 묶어두나'..."서울시 전체 개발지역 될 것" 

시민단체 역시 해당 조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소홍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이 조례 개정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는 재산권 침해는 개발을 빨리 추진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서울시의회가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발이익이 나올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고자 하지만, 이는 오히려 주민들에게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은 "상식적으로도 노후도 48%라는 요건은 노후·불량 건축물보다 양호한 건축물이 더 많다는 건데 노후한 건축물이 48%가 된다고 해서 자신의 양호한 건축물이 멸실되는 것은 물론, 수년간 증·개축을 하지 못하는 등 행위제한을 받아야 하고, 게다가 공공시설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건 너무나 가혹한 희생"이라며 "주민들은 이러한 희생을 개발이익으로 보충하고자 투기를 조장할 수밖에 없고, 결국 주거불안정의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또한 "노후도 완화로 인해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 사업을 진행될 경우 주택이 일시에 대량멸실 돼 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한 시의원은 노후도를 완화할 경우 지금 당장 '이익'을 보는 지역은 몇 군데 안 되지만, 그 영향력은 서울지역 전체까지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타운 내 촉진구역 지정요건을 완화할 경우, 서울시내 다른 지역에서도 '왜 저 지역은 풀어주고 우리 지역은 묶어두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지금은 주택경기가 침체돼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경기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면 서울시 전체가 개발지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박·오세훈이 흘리게 한 피눈물을 민주당이 닦아줘도 모자랄 판에..."

한명숙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한강로 남일당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지역후보와 함께 묵념을 하고 있다.
 한명숙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한강로 남일당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지역후보와 함께 묵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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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시의원처럼 서울시의회에서도 '노후도 완화'에 반대하는 의원은 있다. 다만,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시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발의한 조례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해당조례를 심의하는 상임위인 도시관리위원회 내에서는 노후도 완화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도시관리위원회 9월 7일 회의록을 보면, 김형식 시의원(민주당, 강서구2)이 "뉴타운 사업이 서울시 전체를 개발광풍으로 몰아넣었던 것은, 노후도 60%면 뉴타운에 지정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생긴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솔직히 60%에서 (노후도 기준을)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내용이 있긴 하지만, 이는 소수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오는 12일 열리는 상임위 회의에서 해당 조례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보다는 '복지'를 내세우며 '친서민 정책'을 펴겠다던 민주당 시의원들이 오히려 재개발 요건을 완화하는 조례를 추진하는 데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팀장은 "민주당에서 왜 이런 움직임이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장조례라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이 전향적인 활동을 펼쳐서 기대가 컸는데 느닷없이 이런 조례안이 나오니 어안이 벙벙하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그동안 서울시에서 제일 문제가 됐던 것이 뉴타운 재개발, 막개발로 인한 혼란과 고통이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뉴타운 재개발은 사기'라며 뉴타운 재개발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이 흘리게 한 피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 시의원들이 앞장서서 멀쩡한 지역까지 재개발을 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성토했다.

이어서 안 팀장은 "4대강, 뉴타운 사업, 용산참사, 8.29 대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른바 토건족, 즉 토목과 건설족들이 우리사회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민주당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이 해당 조례안을 관철시킬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해당 조례안은 상임위에서 저지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본 회의에서 반드시 저지시켜야 한다"며 "민주당 중앙당, 서울시당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태그:#노후도 완화, #최조웅 시의원, #뉴타운 사업, #재정비 촉진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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