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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아버지가 고물 한 리어카 싣고 오다 입구 앞에서 잠시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 고물 한 리어카 어느 할아버지가 고물 한 리어카 싣고 오다 입구 앞에서 잠시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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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고물상. 그곳에서 며칠 일했습니다. 아침 8시까지 출근해서 저녁 6시 30분까지 작업하더군요. 한 달 두 번 쉬고 130만원 준다고 했습니다. 저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임시로 일해 보기로 했습니다.

"변기사에게 저 일 하게 가르쳐 줘."

고물상 주인은 다른 직원에게 그렇게 지시 했습니다. 그곳에서 일한 지 꽤나 오래 된듯한 그분은 능숙하게 저에게 할 일을 시범 보였습니다. 도끼처럼 생긴 작은 망치로 철조각에 말린 구리를 분리해서 따로 모으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동네엔 서너군데 고물상이 있었습니다. 차량 무게 다는 저울까지 있는거 보면 작은 규모의 고물상이 아닌듯 하였습니다. 물어보니 차량 무게 다는 저울 설치하는데 3천만원 정도 든다고 합니다. 직원도 3명이나 둔 고물상은 흔치 않은 규모임을 짐작케 합니다.

목욕탕에서 쓰는 낮은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서 하루 종일 쇠망치로 툭툭 두들겨 철조각과 구리를 분리했습니다. 쉬는 시간도 별도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도 10여분이나 지나서 밥을 주었습니다. 밥은 동네 식당에서 시켜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작업하고 나니까 퇴근시간쯤 되니 온 몸이 굳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온 몸이 경직된듯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뻐근 했습니다. 허리가 끊어 질듯이 아프고 목,어깨,팔목,다리도 아팠습니다.

'흩어지면 쓰레기, 모아두면 자원'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모아 놓은 고물 중에는 쓸모 있어 보이는 물건이 아주 많았습니다. 아직 신을 수 있는 신발도 수북이 쌓여 있었고, 아직 입을 수 있는 옷도 많았습니다. 아직 사용 가능한 그릇, 아직 읽기에 불편하지 않는 수많은 책이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물품들은 고물상으로 올게 아니라 중고품 시장으로 가는게 좋을 듯도 했습니다.

지역마다 중고장터 같은게 활성화 되면 좋을텐데요. 그러면 중산층이 내다버릴 물품들 서민들이 싸게 구입해서 재활용 가능 할텐데요. 알뜰 장터가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곳까지 가기 귀찮아 합니다. 그래서 그냥 쓰레기로 버려지고 그 쓸만한 물품들이 고물상으로 직행하는 것이 아닐까요? 버려지기엔 아까운 물품들이 너무도 많이 고물상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가서 일했고 더이상 심신이 지쳐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고물상 주인에게 그만 둔다고 하니 "지켜보니 군말없이 일 잘하던데, 섭섭하네"하고 말했습니다. 붙잡아 두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내가 4대 보험 되는 업체에 들어가 일하라고 했다"며 그만 두는 이유를 말했습니다. 가족 한 달 건강보험료만도 6만원 돈이 나온다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저에겐 현재 2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선 가족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당장 돈벌이를 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고 또 하나는 현대자동차 하청에 다니다 정리해고 당했지만 7월 22일 불법파견 판결 나서 불법파견 투쟁도 해나가야 할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둘 다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입니다. 그러려면 생계비를 벌면서 투쟁도 겸해야 하는데 몸이 지치면 어느 하나는 중단해야 합니다. 둘 다 병행해 나가려면 힘들어도 어느 정도 힘들어야지 너무 많이 힘들면 지치게 되어 불법파견 투쟁을 해나갈 수 없게 됩니다. 불법파견 투쟁도 저에겐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요일 고물상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 알아보고 있습니다. 딱 4일 일한 그곳에서 저는 많은 인생공부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쉼없이 파지나 잡철, 뿔, 구리, 스테인레스, 알루미늄, 헌옷, 헌신발을 모아서 왔습니다. 먹고 살만 한 듯한 사람이 승용차를 몰고와서 그곳에다 파지를 싣고와 내려놓고 돈 받아 가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은 가난하게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은 대략 70에서 80살이 넘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꼬부라진 허리를 하고 힘들게 작은 유모차에다 박스와 신문을 싣고 옵니다. 해봐야 몇 푼 안 나가는 그것을 모아 팔려고 그분들은 동네방네 돌아 다니며 주워 모을 것입니다. 어떤 할머니는 무게를 달고 돈을 계산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500원 받아 가기도 했습니다. 고물을 모아다 고물상에 트럭을 몰고 오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고물 모아 고물상에 팔아 생활비를 벌어 쓰는가 봅니다.

"변 기사 데리고 어디로 물건 실으러 갔다 오소."

고물상 주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잠시 후 다른 기사 한 분이 저를 불렀습니다. 저보다 나이 지긋한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고물상 트럭을 가지고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고물을 실어 나르는 분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서너군데 같이 다녀 보았습니다. 어느 곳에는 3층에 모아 놓은 고물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것을 어깨에 짊어지고서 1층까지 내려와 트럭에 싣고서 다시 고물상 가서 내려 놓는데 무척 힘들었습니다.

쓸만한 물품들이 너무도 많이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사진은 버려져 고물상에 온 스테인레스 풀품들입니다.
▲ 쓸만한 스테인레스 물품들 쓸만한 물품들이 너무도 많이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사진은 버려져 고물상에 온 스테인레스 풀품들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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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할머니 혼자 사는 집을 찾아 갔습니다. 80이 넘어 보였습니다. 골목이 긴 집이었습니다. 작고 낡은 집 골목 옆에다 차곡차곡 파지를 모아 두었습니다. 작은 방에 월세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파지를 밤낮없이 부지런히 모아 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를 보자 할머니는 못 보던 사람이라면서 언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3일째라 하니까 사는게 힘들다는듯이 말했습니다.

"젊었을 때 부지런히 돈벌어 노후 준비 혀 둬."

저는 그렇게 사는 노인들을 너무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디가나 그렇게 힘들게 사는 노인들이 많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요? 누구나 잘먹고 잘살고 싶을 것입니다. 그분들이라고 젊어서부터 부지런히 살아오지 않았는게 아닐 것입니다. 이 세상은 기능과 능력과 실력으로 평가 됩니다. 그것이 구비되지 않으면 그렇게 살다 늙어 가게 될 것입니다.

"나처럼 초라하게 살지 않으려면 젊어서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해 둬. 그래야 늙어 이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

80 노구를 이끌고 힘들게 리어카에다 파지를 잔뜩 싣고 오는 할아버지들도 보았습니다. 몇 푼 벌어 보려고 30분이 넘게 걸어 고물상으로 작은 손수레를 끌고 오기도 합니다. 생계를 유지 하려고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계를 위해서는 15~20여만 원 드는 월세도 있어야 하고 쌀과 반찬도 있어야 하며 전기세,수도세도 내야 합니다. 그리고 건강보험료도 내야 하고 잡다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듭니다.

어느 나라는 노인이 되면 국가에서 생계 보조비가 나온다던데 우리나라는 어지간해서는 나랏돈으로 생계 유지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아들 있다는 이유로 생계 보조비 타먹는 행정 절차에서 제외되니 말입니다. 기능없고 실력없는 저도 늙은 후 아마 그렇게 고물이나 주워 팔면서 초라하게 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노후를 위한 복지수준이 향상 되지 않는 한.

파지 실으러 갔다가 처음 본 할머니의 한마디가 가슴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지를 리어카에 싣고 온 할아버지. 작은 유모차에 파지를 싣고 온 할머니. 그분들도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늙어서 이게 무슨 지랄이여. 나중에 나처럼 안 살라믄 노후준비 잘 하면서 살어."

박스와 신문,책류는 따로 모읍니다.
의외로 비싼 전집이나 책이 많이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 신문과 파지는 따로. 박스와 신문,책류는 따로 모읍니다. 의외로 비싼 전집이나 책이 많이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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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물상,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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