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일)은 토요일. 휴일이라 자전거를 타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가을비가 지나간 하늘과 거리는 맑고 깨끗하다. 오늘은 집에서 5㎞쯤 떨어진 웅천지웰 아파트를 돌아보리라 계획하며 페달을 밟았다. 시에서 야심적으로 만들었다는 자전거도로는 움푹 패거나 시멘트가 불쑥 튀어나와 자전거 도로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그래도 계절은 어쩔 수없는 듯 길가에 코스모스가 반갑게 손을 흔든다.
전남 여수 웅천택지개발지구에는 '신영 웅천지웰'아파트가 있다. 이곳은 뒤로 이순신장군이 "왜군을 꼭 무찌르리라" 다짐하며 여수 앞바다를 조망한 망마산과 해변에서 3백미터쯤 떨어진 장도가 한 폭의 그림처럼 드리워져 탁월한 입지라는 소문이 난 곳이다. 특히 GS칼텍스가 1천억을 여수시에 기부해 문화예술공원 단지를 조성하는 등 문화 휴양도시의 기능도 갖췄다.
깨끗하게 포장된 해변도로 사이로 산책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인공해수욕장이 있어 외국의 어느 해변 아파트 못지않은 주거지다. 그러나 인공해수욕장은 환경단체가 문제제기를 한 곳이기도 하다. 여유로움을 즐기며 천천히 바닷가로 내려가는데 계단아래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아니 식전 아침부터 누가 소음을 낼까" 궁금해 자전거를 세우고 소리 나는 곳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뭐 하세요? 빗자루를 들고…"
"예, 보시다시피 바닷가 청소해요"
"시에서 나와 청소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저희들은 아파트 주민들이고 학생들 놀토에 맞춰 2주마다 이렇게 바닷가 청소를 합니다. 조성현(해경근무)씨가 제일 먼저 시작했고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우리 스스로 청소를 하자고 결의해서 청소를 합니다. 교육차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데 오늘은 안 나왔네요."
이들은 웅천지웰카페(카페지기 배철호씨. 회원수 1500명)를 운영하며 필요한 내용을 공지하고 여론도 모은다. 이 카페를 통해 주민들의 모임을 안내하고, 아침 청소를 통해 서로 얼굴을 익히고 상호간의 정보도 나누며 정을 나눈다.
청소를 하며 땀을 흘리는 국선순씨의 얘기를 들었다.
"입지가 좋다보니 여름밤에는 약 천명쯤이 와서 술 먹고 담배 피며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가 골머리를 앓았어요. 어린이들은 사람들이 쉬는 공간에 자꾸 돌을 던져요. 지나가다 아이들을 나무라면 엄마들은 싫은 내색을 하죠.
그런데 어느날 아침 일찍 산책 나갔던 남편(조성현)이 땀을 흠뻑 흘리며 들어왔어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더러워진 바닷가 청소하느라 땀에 젖었다고 해요. 남편은 어지러진 것을 못 보는 성미에요. 그 뒤로 한 사람 두 사람이 동참했고 카페에서 청소하자는 공지가 나간 후부터 주기적으로 청소를 합니다. 아파트 주변환경개선을 위해서 애를 쓰며 보람과 자부심도 느껴요. 청소하며 사귀다 보면 좋은 분도 만납니다."
카페에 들어가 봤다. 한 주민이 "웅천지웰 입주민들로 구성된 봉사단을 만들었으면 합니다"는 제안이 들어있었다. 그 분은 봉사단이 해야 할 일을 적어 놨다.
"▲ 정기적으로 아파트 주변 청소 실시 ▲ 매일 방범대를 조직하여 취약지구 순찰(아파트 주변 및 해수욕장 순찰) ▲ 정기적 봉사활동(불우이웃 돕기, 아름다운가게 행사, 김장담그기 등등). 이런 등등의 활동을 통해 아름답고 행복한 이웃이 될것이라 봅니다"
지난여름 밤에 차를 타고 왔을 때 술병과 쓰레기로 널려있던 캠핑장은 회원들 때문인지 깨끗하다. 공동쉼터를 깨끗이 청소하고 쓰레기 포대를 리어커에 열심히 싣고 운반하는 아름다운 손. 봉사대를 조직해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자는 성숙한 시민. 그들이 있어 마을이 명품 동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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