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토요일 오전 일본 시가켄 시가라기에 있는 미호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전통 도자기 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비록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지만 산 속에 자리잡은 미호 뮤지엄은 관람객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특별 전시를 위해서 일본 전국에서 일본 도자기 170여 점을 모아서 일본 도자기의 진수와 현실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호 뮤지엄이 자리한 곳이 일본에서 유명한 도자기 산지인 시가라기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전시라 하겠습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흙으로 사람을 만들고 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사람은 오래 전부터 흙으로 그릇을 빗어 사용해 왔습니다. 흙으로 만든 그릇과 인간은 함께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은 흙으로 만든 그릇의 약점을 보완하여 물에 강하고, 잘 깨지지 않는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흙 그릇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려고 힘써왔습니다.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살던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흙으로 그릇을 만들어 사용해 왔습니다. 그것을 하지키(土師器)라고 합니다. 하지키는 흙으로 만든 그릇을 가마에서 굽지 않고 계곡에나 맨 땅에서 구웠기 때문에 온도가 섭씨 650~700도를 넘지 않아서 무른 게 흠입니다. 그래도 이 그릇 역시 9세기 무렵까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5세기 경 한반도 가야를 비롯한 남부에서 가마에서 흙 그릇을 굽는 기술이나 기술자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그릇을 일본 사람들은 스에키(須恵器)라고 부릅니다. 스에키는 전문 기술자가 도토를 가지고 돌림판 위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얇고 둥글고 큰 흙 그릇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마를 사용하여 그릇을 구웠습니다.
가마에서 그릇을 구우면 섭씨 1100도 이상 온도를 높일 수 있고 나무가 불에 다 타면 가마를 막아서 가마 속에 산소가 없어지면서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깁니다. 이들이 흙 그릇 속에 있는 산소를 빼앗아 흙 그릇 속에 있는 붉은 산화제이철이 환원되어 산화제일철로 변하면서 독특한 색을 띠게 됩니다. 따라서 스에키는 그릇을 만든 곳에 따라서 독특한 색을 띠게 됩니다.
스에키는 일본에서 야키모노(焼き物)라는 이름으로 그릇이나 항아리, 절이나 관공서 지붕의 기와를 만들어 왔습니다. 스에키를 만드는 곳은 그간 발굴된 가마터만 100여 곳입니다. 연구자들은 스에키의 산지를 크게 여섯 곳으로 나누었습니다. 이번 미호뮤지엄 특별전에서는 여섯 곳에서 만들어진 도기를 비교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호 뮤지엄을 만든 신자수명회 창립자 특별전에서는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조선 차사발(이조다완)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14세기 무렵부터 도기를 만들어온 여섯 곳은 세토(瀬戸), 도코나메(常滑), 아츠미(渥美), 에치젠(越前), 스즈(珠洲), 시가라기(信楽) 등입니다. 각기 지역에 따라서 다른 흙에 들어있는 성분이 가마 속에서 구워지면서 각기 다른 고유한 색이나 질감을 띠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여섯 곳은 대부분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지금의 나고야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도코나메(常滑)는 규모나 양에서 다른 곳보다 앞서서 지금도 일본 전국에서 오래전에 만들어서 사용된 그릇이나 항아리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가라기는 비록 산 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교토나 나라, 오사카 등 오래전부터 발전해온 도시지역과 비교적 가까워서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릇은 먹을 음식을 담거나 보존 음식이나 곡물을 담아두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불교와 관련하여 죽은 사람의 뼈를 담아서 묻거나 경을 기록하여 묻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본 불교는 왕족들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발전하다가 그것이 서민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불교는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식생활에서도 일반 민중들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일본에서는 원래 나무그릇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불가에서 스님들이 도기를 사용하고, 된장이나 두부 역시 불가에서 스님들이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불교가 일반 서민에게 전파되면서 스님들이 쓰던 도기들이 점차 서민들에게 보급되었고, 농경의 보급과 발달로 지주 계급의 부상 등과 맞물려 도기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도자기 그릇이 비록 무겁고 깨지기 쉬워서 불편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지금도 집에서나 식당에서나 도자기 그릇을 주로 많이 사용합니다. 그것은 원래 불교 스님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던 문화를 우리 서민들도 같이 누린다는 자부심이 스며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특별 전시회에는 일본 각지에서 오래전에 생산된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쓰임새나 크기, 만든 사람 등에 따라서 각기 다르지만 예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것은 역시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조선 차 사발이 아닌가 합니다.
참고문헌
http://www.miho.or.jpMIHO MUSEUM, 특별전 古陶の譜 中世のやきもの- 六古窯とその周邊, 2010. 9.
윤용이, 우리 옛 도자기의 아름다움, 돌베개, 2010.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