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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황장엽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는 87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강연과 기고 등을 통해 북한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알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지난 2008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상임고문으로 위촉됐으며, 앞서 지난 2007년 4월부터 탈북자 단체 연합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탈북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지난달 30일 대북 매체인 자유북한방송에서 '개인은 죽어도 집단은 영생(永生)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민주주의 강좌'가 그에게는 마지막 강연이었다. 그는 이 강연에서 "믿을 것은 집단이며 개인이 죽어도 집단은 죽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3대째 물려주기 위해 철부지에게 대장감투"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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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지난 5일 자유북한방송과 <진리와 우정> 10월호를 통해 3대 세습을 공식화한 김정일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다.

황 전 비서는 이 글에서 "김정일은 수백만 북한주민들을 굶겨죽이고 온 나라를 감옥으로 만들었으며 인민을 노예로 만들었다"면서 "김정일은 나라를 도둑질한 최악의 도적놈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 그는 도적의 지위를 3대째 물려주기 위하여 철부지에게 대장감투를 씌워놓고 만세를 부르라고 인민을 우롱하며 민족을 망신시키며 세계 인민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황 전 비서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당 국제담당 비서 등을 맡다 1997년 2월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한 뒤 필리핀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남측으로 망명한 북측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였다.

그는 1923년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김일성 종합대학을 거쳐 1949년 모스크바종합대학에서 마르크스-레인주의 철학을 공부했고, 1954년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김일성 사상을 주체사상으로 집대성함해 '주체사상의 대부'로 불린다.

그러나 황 전 비서는 한국으로 망명한 이후 줄곧 북한 체제 및 김정일에 대해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내는 등 북한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인식됐다. 지난 4월에는 황 전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북한에서 남파된 북한 간첩 2명이 체포돼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경호인력을 늘려 24시간 밀착 경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황 전 비서의 마지막 강연으로 알려진 '민주주의 강좌 -개인은 죽어도 집단은 영생(永生)합니다'의 전문이다.

"개인은 죽어도 집단은 영생(永生)합니다"

국가에 누가 충실한가를 잣대로 평과하고 애국적으로 단결해야 한다.

도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인간은 개인적인 존재인 동시에 집단적인 존재라는 것, 이에 개인과 집단에 충실해야 한다.

개인인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에서 충실 하는 것은 이기주의가 아니며, 자기가 더욱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정치적, 육체적, 사회적으로 자신을 사회의 발전된 인간으로 되게끔 자신을 통제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충실한 사람이다.

또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쁜 생각과 부화방탕한 생활을 버리는 것에서 자기에게 충실한 사람이 된다. 집단도 마찬가지이다 집단에 아첨하는 것이 집단이 아니며 집단이 잘되게 이끌어주고 현실적으로 복무하는 것이 집단의 충성이다. 집단은 개인 생명의 모체(母體)이며 이것이 어떻게 발전하고 영원히 도와주는 사람이 충실한 것이다.

지금도 역시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있어야 한다. 정치제도도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지휘체계를 강화해 모든 사람들이 민주주의로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게 하고 자기 의견을 제기하고 바로 잡아 나가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모든 것에는 이러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대통령은 집단이 아니다 대통령은 대표해서 나서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왕이 대표해서 나오는 것에 왕을 집단으로 생각했다.

경제도 개인 소유로 하는 것이 아닌 국가적 소유로 만드는 동시에 개인적 소유로 만들어 집단이 미래를 위해 경제를 발전을 시키는 과정에서 개인들도 경쟁을 배워야 한다.

신문 같은 언론도 마찬가지로 중앙적인 걸 허용하는 동시에 사적인 신문도 발전시켜 서로 보충하고, 개인주의 우점 집단주의 우점을 결합시켜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현재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에 지켜야 할 원칙이며. 인간은 개인적인 존재인 동시에 집단적인 존재인 것이다.

개인 소유에 대해서는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한다. 그러기 때문에 개인적인 소유를 개인으로 하는 것에 사람들의 창발과 열성을 유도한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지 않고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약점이 생겨난다.

개인이 죽어도 집단의 육체는 계속 남아 있다. 개인으로선 자기 생명을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하지만 집단은 생명을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영혼은 정신이며, 우리 개인과 결부된 정신은 개인이 죽게 되면 없어지지만 집단과 결부된 영혼은 계속 발전한다. 사람은 개인적과 집단적 존재이며 개인도 집단적 존재의 사명을 가지고 있기에 영생할 것을 요구하며, 죽음이 두려워 영생하기를 원한다.

천당이라고 하는 정신세계가 있는데 정신은 물질과 결부되기에 있을 수 없다. 의식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자유영생하고 싶어 비석을 세워 달라 자기 혼을 위한 제사를 지내 달라고 하는 것은 세계에 천당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믿을 것은 집단이며 개인이 죽어도 집단은 죽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가 살아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2010년 9월 30일 황장엽


태그:#황장엽, #황자엽 사망, #주체사상, #김정일, #김정일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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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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