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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염원하며 1만여 장의 탄원서를 받고, 344일 릴레이 단식을 벌였으며, 17번이나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경남 산청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36, 역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3년째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벌인 것이다.

경찰은 2008년 2월 최 교사의 집과 간디학교 교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그해 8월 검찰은 최 교사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최 교사가 정리한 간디학교 교재 <역사 배움책>, 전교조 산청지회와 진보연합 관련 활동 및 자료를 문제 삼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에 대한 결심공판이 오는 12일 오후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열린다. 사진은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학생들이 마련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앉아 있는 최보경 교사의 모습.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에 대한 결심공판이 오는 12일 오후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열린다. 사진은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학생들이 마련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앉아 있는 최보경 교사의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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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은 17차(2차례 연기·취소 포함)까지 열렸는데, 재판부인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2단독(박재철 판사)은 오는 12일 오후 3시 결심공판을 열 예정이다.

최 교사가 기소되자 학부모, 교사, 학생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책위를 결성해 활동해 오고 있다. 결심공판을 하루 앞둔 11일 간디학교 학생대책위 'BK(보경) Love'는 그동안 활동한 내용을 정리한 자료를 언론에 제공했다.

간디학교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최보경 교사의 무죄'를 바라며 릴레이 단식이 시작된 때는 2008년 9월 3일. 교사와 학생들이 점심을 한 끼씩 굶기 시작한 것이다. '릴레이 단식'은 344일간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다. 방학을 빼고 학기 중에 매달 한 차례 진주로 나와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때로는 교사와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동참했다. 학생들은 학교 생활 도중에 틈틈이 익힌 노래와 춤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며 '국가보안법 철폐'를 함께 외쳤다.

학생들은 촛불문화제 때와 전국교사대회, 6․15공동선언 기념대회 등 집회를 찾아다니며 탄원서를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받은 탄원서는 1만여 장에 이른다. 이 탄원서는 결심공판 때 재판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BK Love'는 지난 8일 저녁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17번째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학생들이 붙인 제목은 "하늘에 바람 문화제"였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최보경 교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염원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제목이다.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간디학교 방송 댄스 동아리 '언니네'와 몸짓패 '펴라', 노래패 '코다', 랩 동아리 '쉬어가', 24반 무예 경당 등의 공연이 이어졌고 노래패 '맥박'이 공연했다.

최나눔(2년) 학생은 "보경쌤은 무죄라고 믿어요"라고, 김동해(2년) 학생은 "선생님의 수업을 계속 듣고 싶어요"라고, 백승원 간디학교 교사는 "2년 반 동안 우리 모두 수고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서경(3년) 학생은 "수능이 41일 남은 대한민국 고3이 이 자리에 나와 있는 이유는 대입보다 더 중요한 가치,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최보경 교사는 이날 "제자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저는 행복한 사람이다. 끝까지 뚜벅뚜벅 함께 걸어 나가자"며 제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냈다.

처음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쳤던 학생들은 졸업하기도 했다. 최 교사의 공판이 열릴 때 가끔 졸업생들이 참석해 방청하기도 한다. 그동안 학생들은 최 교사의 '무죄'를 의미하는 뜻에서 하얀색 옷을 입고 방청하기도 했다.

결심공판 때 검찰은 어떤 구형을 할지, 선고공판 때 판사는 어떤 선고를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그:#국가보안법,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 #창원지법 진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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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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