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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모든 낯익은 것들이 옷을 바꿔 입는 계절입니다. 모티프원에서 발코니에서 바라본 단풍잎은 이미 모두 색을 바꾸었습니다.

 

. 옷 색을 바꾼 단풍나무
.옷 색을 바꾼 단풍나무 ⓒ 이안수

갈대 늪의 풍경이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시간, 저는 갈대늪 자락의 터치아트갤러리로 느리게 발걸음 했습니다. 주변의 그 바뀌는 미묘한 느낌을 음미하면서……. 이미 어둠을 머금은 갈대늪이 아직 잔양의 기운을 품고 있는 노을동산의 하늘을 담고 있는 모습도 새로운 변화였습니다.

 

 갈대늪
갈대늪 ⓒ 이안수

 

갈대늪에는 흰뺨검둥오리가 저녁식사 거리를 찾기 위한 노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먹이를 찾는 갈대늪의 흰뺨검둥오리
먹이를 찾는 갈대늪의 흰뺨검둥오리 ⓒ 이안수

 

터치아트에서는 오늘(10월 8일), 테라의 이은미 작가 개인전이 오픈되는 날입니다. 이미 작품을 음미한 관람객들은 갈대늪 변 정원에서 삼삼오오 대화를 즐기고 있습니다. 수빈뜰의 이명희 여사님은 정원 일로 흙투성이었던 가드너의 복장이었는데, 어느새 우아한 맵시로 바뀌어 있습니다.

 

 전시장 방문은 이웃을 만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전시장 방문은 이웃을 만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 이안수

 

권희진씨를 비롯한 터치아트의 식구들도 무채색의 격조를 택했습니다.

 

 터치아트의 식구들
터치아트의 식구들 ⓒ 이안수

 

이 작가의 작품들은 갤러리내의 세 공간 모두와 중정의 바깥 공간에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저는 도예전을 관람할 때마다 상상을 하곤 합니다.

 

"내가 도예가였다면?"

 

그 상상은 늘 몸서리로 마감되곤 합니다.

 

"내 손으로 조형된 흙들이 1200도가 넘는 열로 구워지고, 가마에서 나온 것들이 가치를 상실한다면?"

 

가이아Gaea의 일부인 흙을 저는 유기체로 여기고 있습니다. 구워진 흙은 사망이지요. 저의 그 몸서리는 '사망에 이르게 한 죄'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모티프원에는 이은미 작가의 두어 가지 조형작품이 있고, 저는 매일 이 작가의 실용기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에 눈길이 닿을 때 혹은 몇 개의 실용기들에 내용물을 담아낼 때마다 이 작가야말로 몸서리를 경험할 필요가 없는 도예가다, 싶습니다.

 

 이은미 개인전, Transposed Moment
이은미 개인전, Transposed Moment ⓒ 이안수

 

이 작가의 고민과 상상과 재능과 품을 거친 흙이라면 유약에 몸을 담가 1200도가 넘는 불길을 거쳐 몸을 바꾸어도 가치 있을 것이므로……. 그것이 조형이든 실용이든……. 전시장 안에는 조형과 실용이 한 몸인 작품들이 관람객의 상식을 허물고, 중정에서는 성형된 백토가 '나는 생명 있는 유기체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형성되었지만 유약과 불길을 만나지않는 유기체로서의 흙
형성되었지만 유약과 불길을 만나지않는 유기체로서의 흙 ⓒ 이안수

 

한 작가의 고뇌를 통해 흙은 죽었지만 새로운 삶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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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이은미 개인전

Transposed Moment

-기    간 | 2010-10-08 ~ 2010-11-14

-장    소 | Gallery Touchart

-전시문의 | 031_949_9435

            www.gallerytouchart.com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과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이은미#TRANSPOSED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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