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본론 1-상> 맑스, 김수행 번역. 19세기 자본주의의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 책.
<자본론 1-상> 맑스, 김수행 번역. 19세기 자본주의의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 책. ⓒ 비봉출판사
요즘 대학 친구들이랑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있다. 마르크스 자본의 첫 주제는 상품과 화폐이다. 마르크스의 상품 분석을 읽으며 접할 수 있었던 개념은 사용가치와 가치(즉 교환가치)였다. 흔히 사용가치는 상품 속에 있는 용도 및 쓰임이며 가치는 교환을 위한 척도를 나타낸다.

 

상품의 두 요소인 사용가치와 가치 편을 읽고 친구들이랑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용가치를 어떻게 따지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스마트폰를 엄청 가지고 싶어 하는 A라는 사람이 있다 해보자. 그 사람이 어느 날 이벤트에 당첨되어 200만 원짜리 노트북이랑 최신형 스마트폰(50만 원 상당) 중 하나를 공짜로 주겠다면 무엇을 선택할까?

 

현재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200만 원짜리 노트북을 선택하여 그것을 팔아 일부의 돈은 스마트 폰을 사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사용할 것이다.

 

화폐의 교환이 상품의 가치의 전부가 되어버린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상품의 질과 용도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이 자본만 있다면 취할 수 있으니 말이다. 친구들과 토론을 통해 현재는 화폐 관계를 떠난 인간의 행동이 존재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냈다. 나 또한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오마이뉴스에 누구나 글을 쓰면 원고료를 준다는 얘기에 솔깃해서였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되는 시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모든 것을 돈으로 사자! 자본이 신이 되는 사회, 브라보!

 

상품과 화폐의 교환을 부정했던 20세기의 역사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은 마르크스의 예언처럼 자본을 증식하기 위해 상품을 생산하면 할수록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 자본주의는 파산될 듯보였다. 하지만 자본은 식민지를 개척하여 남아도는 상품을 소비하기 시작했고, 대국민 토건사업(뉴딜정책)을 통해 회생하였다.

 

자본이 대공황을 극복하자 자본주의는 자본 스스로 패망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이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보였다. 그러나 자본의 왕성한 활동 이면에 자본주의 사회를 뛰어 넘기 위한 운동이 20세기에 현실로 들어났다.

 

1917년 11월 레닌의 볼세비키당은 혁명을 통해 노동자, 농민이 주인이 되는 소비에트 공화국(소련)을 건설하였다. 소련은 자본주의 시대의 문제점인 상품의 생산수단의 소유의 관계를 바꾸었다. 생산수단의 소유를 자본을 많이 가진 자본가들이 하지 않고 국가 당의 통제 아래 두게 하였다. 이것을 통해 생산수단은 사회화되었고, 상품의 교환가치는 사라지고 사용가치와 노동자들의 순수한 노동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상품 간의 교환이 모두 당의 통제 아래 관리되어 국가 당의 힘이 비대해지고 그것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자본의 신적인 권력을 빼앗아 노동자 농민에게 권력을 주려고 했던 애초의 사회주의 국가의 신념은 자본의 자리에 국가 당을 올려놓으며 부패가 생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1991년 소련은 러시아로 이름을 바꾸며 사회주의 국가임을 부정했다.

 

돈의 달인- 돈의 쓰임의 변화와 화폐 관계의 재배치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고미숙, 그린비출판사>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고미숙, 그린비출판사> ⓒ 그린비출판사

돈이 돈을 먹는 자본주의 시대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상품의 교환 관계를 부정했던 20세기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대안이 아니었다. 단지 자본을 부정한다고 해서 이 시대의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화폐를 부정하지 않고 그 관계를 재배치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20세기 사회주의 국가들이 했던 방법처럼 상품과 화폐의 관계를 바꾸기 위한 전 세계적 혁명은 지금으로선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의 저자 고미숙씨는 책을 통해 현재 자본주의의 병폐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일상의 돈의 쓰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저자는 우리가 돈을 벌려는 목적도 없는데 무조건 돈을 벌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돈을 벌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여가 활동을 하기 보다는 술, 옷, 차, 집 등을 사기 위해 평생을 다 바친다는 현실을 말해준다.

 

"경제적 삶, 화폐의 일상을 구성하고 재배치하는 용법! 우리 사회엔 이 배움에 대한 욕망 자체가 부재한다. 그래서 결국 두 개의 양극단을 오가게 된다. 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욕망으로 삶을 불태워 버리거나 아니면 '무소유'라는 초월적 장으로 도피해 버리거나. 이 책은 이 양변을 떠나 제 3의 길을 찾고자 하는 갈증의 소산이다. 화폐와 삶이 어떻게 자유의 새로운 공간을 열어갈 수 있는가를 실험해보고 싶었다."

 

호모 코뮤니타스?

 

저자는 현재 자본주의를 뛰어 넘기 위해서 필요한 힘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즉 개인의 이익으로 모인 모임이 아닌 다양한 가치와 일상생활이 공유되는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다. 호모 코뮤니타스(communitas)!

 

근데 현재 우리 사회 속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을 몇이나 될까? 정말 주변을 둘러보아도 일, 경제, 학교 등의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공간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몇몇 없다. 그렇니 돈이 생기면 가지고 싶은 상품을 사고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일상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

 

즉, 상품의 시장에 인질로 잡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다 써버린다. 이런 생활 속에 돈을 많이 번다고 상품시장에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절대 될 수 없다. 상품의 시장은 우리의 욕망을 끌어당기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혁명은 밥 먹기, 공부하기, 증여하기

 

저자가 재시한 공동체를 구성하고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한낱 개인이 살아남아 돈의 달인이 되는 비법은 무엇인가? 먼저 돈의 쓰임을 바꾸자는 제안을 한다. 자기 자신만을 위한 상품의 소비를 멈추고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습관을 기를 것을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증여하기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 힘을 통해 나로 집중된 자아를 타인에게 관심을 돌리며 다양한 관계를 튼튼하게 조직하자고 말한다.

 

이런 관계들이 생기면 자연스레 공동체가 형성된다. 공동체가 형성이 된다면 가장 먼저 밥을 먹는 것을 꾸준히 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밥상 공동체야말로 서로의 신체의 혈육을 돋게 하여 무엇인가 생산적인 일과 관계를 창출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세상의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며 일상과 주변의 관계를 바꾸어 나간다면 혁명은 우리 눈앞에 오지 않을까? 삶이 더 이상 자본의 인질로 끌려 다니지 않고 돈이 아닌 관계를 중심으로 삶을 구성해나간다면 이미 당신은 돈의 달인!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 개정판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2013)


#호모코뮤니타스#고미숙#자본주의#돈의달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