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에 대한 뜨거운 논의를 꾸준히 보도했다. 한국정치에 어떤 가치와 정책을 담을 것인가 여러 갈래 고민도 담았다. 한국정치의 대변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의 제2부 '의제와 담론' 편을 시작한다. 이념적 스팩트럼을 통해 정당간 통합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첫번째는 '생활정치'다. 뒤이어 '생태민주주의'편이 이어질 예정이다. [편집자말] |
"박근혜식 복지정치는 온정주의가 될 것이다. 기존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강하게 주장할테고. 문제는 그 안에 평등개념을 넣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평등 없는 복지는 시혜적 복지다. 진보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국민은 시혜적 복지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
유력 대선주자 박근혜. 그를 바라보는 정해구(55) 생활정치연구소장(성공회대 교수·정치학)의 마음은 불편하다. 진보의 담론이자 의제를 보수정치인이 선점하려 들기 때문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친환경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 복지담론은 대세로 굳어졌다. 보수정치인도 '보편적 복지'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보다 더 국민 속으로,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의제라면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형국이다. 표를 많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권력교체기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담론전쟁이 한창이다. 이른바 보수정치와 구별되는 명징한 진보정치의 이념과 좌표를 정하기 위한 노력이다.
정해구 소장은 '생활정치' 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신자유주의 담론이 퇴조하는 상황에서 한국적 현실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담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생활정치라는 게 정 소장의 견해다.
무엇보다 정 소장은 2012년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생활정치 담론이 야권연대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권이 대외정책 등에서는 서로 엇갈리지만 생활정치 하자는 반대할 명분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정치가 야권연대의 공통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생활정치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정 소장은 "오뎅 먹는 친서민정책은 쇼"라면서,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생활정치가 정착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생활정치는 서구와 일본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이념이다. 일본의 가나가와 네트워크 생협조직은 이미 여러 차례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고 당선시킨 사례도 많다. 생활정치를 내건 일본의 민주당이 54년 이어진 자민당을 붕괴시킨 핵심 이념적 가치가 되기도 했다.
서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자유주의 퇴조 속에서 생활정치 담론은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이념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이념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정 소장은 강조한다.
생활정치연구소(
http://www.lifepolitics.net/)는 원혜영 민주당 의원을 비롯 민주당 인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가 생활정치 노선을 주장한 뒤로 '민주당의 이념'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음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의 생활정치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정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생활정치, 여의도 정치인들이 제일 좋아해" - 생활정치란 무엇인가."생활정치연구소를 만들면서 우리가 생활이라는 단어에 착안했던 것은 정치담론이 생활과 떨어져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현실정치는 여의도, 청와대, 권력중심 정치로 나타난다. 지역이나 주민보다는 권력이 앞선다는 얘기다. 사실 생활정치에선 누가 권력을 장악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반인들의 생활이슈를 정치와 접맥하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 생활정치는 근대 정치이념에서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생활정치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건 2~3년 전이지만 지금까지도 개념규정이 확실한 건 아니다. 서양에선 LIFE POLITICS(생활정치)라는 말이 있다. 풀뿌리운동인 것이다. 이건 포스트모던과 관련이 있다. 산업화 시대 물질을 넘고 양적인 것보다는 질적인 것을 생각하자는 개념이다. 삶의 질, 윤리를 먼저 생각하자는 뜻을 생활정치로 썼다.
일본은 기성정치에 반발한 지역주민들이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운동을 생활정치로 표현했다. 1980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활동하던 생활협동조합원들이 주민 22만명의 서명을 받아 7개 시의회에 합성세제를 추방하는 조례를 제정하도록 요구했는데 모든 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이를 계기로 직접적인 의회활동을 해줄 '대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생협이 독자후보를 내고 당선시켰다. 이듬해부턴 지역정당인 가나가와 네트워크운동을 설립했다.
지역정당을 통한 지역자치운동은 일본에서 활성화 돼 있고 기업의 정치헌금을 금지하고 개인기부를 늘리는 운동도 하고 있다. 여성과 약자의 노동권 등도 전국적 연대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다."
- 서양과 일본의 경우를 한국적 현실에 적용할 수 있나. "한국에서 생활정치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여의도나 청와대가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나 국민생활과 관련된, 생활밀착형 정치를 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말인데도 이 말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의도 정치인들이다(웃음).
한국식 생활정치의 핵심 가치는 참여와 소통이다. 참여와 소통을 강조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아래로부터의 참여도 안 되고, 소통도 안 된다. 청와대 권력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식이다. 이래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발상이다.
사회경제 측면에서도 시민들의 구체적 생활과 관계된 의제와 담론을 중심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육과 주거, 교육, 일자리, 노후. 소위 '5대 불안'이라고 불리는 생활 의제들에 대해 정치권이 무언가 답을 해야 한다고 본다."
- 최근엔 생활진보라는 개념으로도 쓰이는 것 같다."한국정치에선 이념갈등이 심각하니까 이념을 빼는, 반이념정치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반이념정치'로 생활정치 개념을 이해하던데, 우리는 그와 다르다. 생활정치는 더 진보적 방향으로 한국사회가 이동해야 한다는 지향을 갖고 있다."
- 생활정치는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가 언급하면서 떴다. "지난해 일본에서 54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일본 자민당이 쓰러지고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가 신임 총리에 당선됐다. 이때 하토야마가 걸었던 노선이 바로 생활정치였다. 일본에서 생활정치를 내걸어 총선에서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세균 전 대표가 가져다 쓰기 시작한 것이다. (웃음)
그간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생활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일본 총선 이후 급격히 생활정치 노선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도 여러 차례 다녔다. 사실 일본 민주당에겐 생활정치 노선이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좀 다르지 않나 싶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핵심이슈로 떠올랐다. 그때 정 대표와 민주당이 생활정치를 마구 쓰면서 정치담론으로 확산됐다."
- 민주당표 생활정치로 볼만한 내용은 무엇이라고 보나. "그게 바로 한국정치의 문제다. 좋은 담론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져다 쓴다. 이건 사기다. 내용 없이 좋은 말만 갖다 쓰다가 결국 폐기해 버린다. 민주당이 생활정치 정책을 개발하고 실현하려는 노력? 거의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생활정치라는 말을 썼으니까 내용이라도 채우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걱정이 많이 된다. 제발 학자들이 좋은 개념 내놓으면 정치인들은 무작정 갖다 쓰지 말기 바란다. 설전만 벌이다 폐기하고 또 좋은 개념 없나 찾으러 다닌다. 최근 민주당 안에서 벌어진 진보논쟁도 생활정치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 무상급식은 과거 진보정당들이 꾸준히 제기했던 내용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유독 이슈화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집값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부동산이나 아파트를 사서 가격이 올라 돈 벌면 중산층 되는 시대는 끝났다. 2007년 대선 당시 돈을 더 벌게, 더 잘 살게 해 줄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았나. 소위 '욕망의 정치'가 활개 치던 때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개인이 아무리 노력을 한들 더 많은 부를 취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생활정치, 복지정치에 관심을 쏟게 됐다. 아파트값은 계속 떨어지고, 노후걱정은 만만치 않고. 욕망의 정치가 퇴조기에 들어가면서 무상급식 같은 생활정치 이슈가 대중들에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것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생활정치 담론이 확산됐다고 볼 수 있다."
-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는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우리를 이끌 차세대 이념은 무엇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나."나는 생활정치라는 개념이 정착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서구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생활정치 담론을 쓰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우리보다 먼저 이뤄진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사의 흐름이 어디로 귀착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신자유주의는 퇴조하는 이념이라는 것이다. 꺾이고 있다.
우리는 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여러 생활의 어려움이 나타났다.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청년들은 취업백수가 됐고, 사교육광풍이 대학가까지 휩쓸었다. 보육과 교육은 상당한 위기로 내몰렸고 주거문제의 불안정성도 지속됐다. 비정규직 문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속에서 생활정치는 제대로 표출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퇴조와 함께 새로운 정치담론으로 생활정치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주객관적 상황이 됐다고 본다."
- 생활정치 담론이 진보의 집권전략에 이념적 잣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나."생활정치는 굉장히 정책적이다. 진보가 집권하려면 가장 먼저 정책개발에 나서야 한다. 일반주민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은 개인적 수준을 말하는 게 아니다. 공동체적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 확대는 아주 주요한 생활정치 정책이 될 것이다. 막연한 대선 슬로건이 돼서는 안된다. 생활정치의 내용을 채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생활정치의 3대 핵심은 교육, 주거, 일자리다. 사람들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는 중소기업의 발전, 사회적 일자리 등이 구체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좀 더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생활정치, 2012년 권력교체기 야권연대 공통기반 될 것"
- 2012년 권력교체기에 생활정치 담론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나.
"야권이 연대할 수 있는 좋은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본다. 생활담론에선 야권의 입장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대외정책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첨예하게 대립하겠지만 생활담론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야권연대의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생활정치 하자는데 반대할 명분이 없지 않나. 일단 생활정치라는 게 연대의 바닥을 깔아줄 것 같다. 야권연대의 공통기반이 될 수 있다. 또 생활진보라는 슬로건도 내걸 수 있다. 생활진보라는 구호 안에 구체적인 정책들을 담으면 2012년 권력교체기에 아주 주요한 담론으로 쓰일 수 있다고 본다."
- 일반인이 생활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있나."생활정치는 정치슬로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아래로부터 참여할 통로가 있어야 한다. 일본처럼 동네마다 마을마다 생활정치의 장이 열려야 한다. 지역운동과 정당도 지역수준에선 만날 수 있다고 본다. 일종의 실핏줄 담론이라고 말하는데, 지역사회에 마치 실핏줄 같은 조직들이 만들어지면서 연대의 시너지 효과가 나길 바란다."
-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은 진보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진보의 집권구상을 밝히는 책을 집필중이라고 했다. 진보자유주의 담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서구 이념적 스팩트럼을 생각한다면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한국 역사를 생각하면 그런 개념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분단체제 때문에 좌파가 성장하지 못했다. 분단체제에서 좌파를 떳떳하게 만들지 못했던 역사가 우리에게 존재한다.
민주화운동은 거의 자유주의 운동이었다. 내용상 거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주장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87년 민주화운동은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아니었으니까. 과거 민주화운동의 출발은 자유주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유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궤도가 올라왔기 때문에 진보로 나아가자는 차원에서 진보자유주의 담론을 쓸 수 있다고 본다. 본격적인 사회민주주의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개념으로 '진보자유주의' 담론을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사회에선 없는 개념이었다."
- 민주·진보의 집권전략으로 빅텐트론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우리 사회엔 작게나마 진보적 흐름이 늘 존재했다. 보수와 자유주의, 진보 이 세 흐름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둘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건, 단기적으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한국사회를 단순 이분구도로 나누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삼분구도는 돼야 정확한 게 아닌가 싶다.
전술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약한 진보와 개혁적 자유주의세력이 연대해야 하지만, 빅텐트라는 개념이 한국사회에 걸맞은 것인가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일부가 합쳐 빅텐트를 칠 순 있지만 그것이 전체로 양분되진 못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 합하는 결과가 아니라 일부가 합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에 정당이 5개가 있는 것은 과하다. 통합할 필요는 있다. 통합을 위해 '문성근식 운동'(민란 프로젝트)은 유의미하다. 물론 그 자체가 한국사회 전체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영화배우로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 야권단일후보를 내기 위해 국민참여경선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있다."2012년 대선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문성근식 운동(민란 프로젝트)'은 필요조건인 것이다. 현재 내세울만한 주자도 없기 때문에 뭔가 함께 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은 이미 공유된 견해다. 따라서 연대하거나 통합해야 한다는 충분조건, 대안이 없기 때문에 거꾸로 국민참여경선을 통과한 사람을 민다, 이런 전제조건을 만들고 인물을 찾는 방식밖에 없지 않나 싶다."
속지 말자 박근혜, 다시 보자 이명박- 콘텐츠도 부족하면서 권력만 욕심 낸다고 되겠느냐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모자라는 게 많지만 이쪽(민주·진보세력)이 집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웃음) 나는 근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명박정부를 최악이라고 본다면, 예컨대 민주당 집권은 차선은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둘 다 똑같다? 역사적 경험상 그건 틀린 얘기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주·진보세력이 집권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이를 저평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저평가하는 것은 이상주의나 근본주의자적 접근이라고 본다.
한국 진보진영의 장점이자 단점이 80년대 민주화운동의 경험이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격렬한 싸움이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이다. 자기 인생에서 오래 투자한 만큼 기대도 큰 것이다. 따라서 차선은 죽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현실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민주정부에 대해 과도하게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역사는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그걸 선택하고 발전시키고, 그러면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 이명박식 생활정치는 어떻게 평가하나. 시장에서 오뎅 먹는, 이른바 친서민정책 말이다."진정성이 의심되면 그건 쇼다. 혹 진정성이 없더라도 국민이 그걸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부자감세, 기득권 위한 정치 해놓고 후반기 레임덕이 올만하니까 공정사회, 생활정치 운운하는 것은 신선하지만 당혹스럽고 매우 헷갈리는 노선이다. 쓴 알약에 당의정을 입히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명박정부의 무엇이 친서민인가. 알 길이 없다."
-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정치인도 진보적 가치를 내재화 하려고 애쓴다. 이른바, 박근혜식 복지정책이다. 시혜적 복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들 하지만, 담론의 가치는 있다."박근혜식 복지정치는 온정주의가 될 것이다. 19세기 후반 영국 정치가 중 보수당의 디즈레일리라는 사람이 있었다. 보수당 당수인데 기득권층 엘리트들이 자기의 특혜를 누리는 만큼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이끌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인 것이다.
서구 보수정치 쪽에서 온 복지정치에는 온정주의적인 전통이 있었다. 이 전통이 있는 가운데, 사민주의자들이 먼저 복지정책을 추진하니까 나중에 집권한 보수정권도 뒤이어 사민주의 노선의 복지정책을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보수가 서구의 복지정치를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필경 온정주의가 될 수 있다. 공동체주의와 관련이 깊다. 기존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문제는 평등개념을 절대로 넣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박근혜표 복지정치와 민주·진보쪽 복지정치(생활정치)는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에게 누가 더 잘해주느냐의 싸움이 될 수 있다. 민주진보진영에서 제대로 된 복지정치의 담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쩌면 우리 국민은 시혜적 복지정책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